'그레타 툰베리'보다 내가 먼저 시작한 일

이창희 입력 2021. 1. 1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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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책읽기]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작가이자 과학자 호프 자런의 경고

[이창희 기자]

이런 것을 중년의 위기라고 하는 걸까? 마흔을 넘기면서,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무게가 지금껏 살아온 날들에 비할 수 없이 무거워졌다. 개인의 미래에 대해서도 불안이 가득한데, 지난 몇 년 동안은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지구에 대한 걱정도 더해졌다. 환경오염은 해가 갈수록 심각해졌고, 작년 초에는 호주 대륙을 덮어버린 산불의 장면은 코맥 매카시의 소설 <더 로드>가 그렸던 인류 최후와 겹쳐졌다.

게다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새로운 바이러스의 끝없는 공격은 지구라는 생태계가 어떻게든 스스로를 지키려는 노력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은 지구물리학자인 호프 자런의 '지구 환경 변화에 대한 꼼꼼한 기록' <나는 풍요로워졌고 지구는 달라졌다>를 같이 읽고 싶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안 괜찮은 지구
 
▲ <나는 풍요로워졌고 지구는 달라졌다>를 읽습니다.  기술이라는 마법은 인류에게 끝이없는 풍요와 발전을 가져다 주었습니다만, 그 대가는 어떻게 치러야 할까요? 지구는 지금 괜찮은 걸까요?
ⓒ 이창희
45억 년의 역사를 지닌 지구에 문명이 등장한 것은 기원전 8천 년 즈음이니, 인간이 지구를 지배한 것은 이제 고작 만년이 흘렀을 뿐이다. 게다가, 18세기 말 '과학기술'이라는 무기를 내세우며 등장한 '산업혁명'이 가져온 것은, 단지 농업에서 공업으로의 산업의 전환만이 아니었다.

지금껏 농담처럼 말해 왔지만, 산업혁명은 이전까지는 '귀족들에게만 가능했던 것들을 모두가 누릴 수 있게' 했고, 우리는 포기했던 수많은 것들에 대한 '욕망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 버렸다. 문제는, 이것을 원하는 인류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데 있다. 

1800년대 초반 10억에 지나지 않던 세계의 인구는, 1927년에 20억을 넘어서더니 1974년에는 40억, 2020년에는 80억에 육박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로 20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지구라는 제한된 생태계는 80억 인류의 식량을 생산하고, 그들이 내뿜는 거대한 폐기물을 정화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하지만, 폐기물은 무한대의 바닷물로도 사라지지 않았고, 시간을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없어지지 않았으며, 식물이 사라진 지구는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하지 못한 채 계속 뜨거워지는 중이다. 

저자는 우리가 지난 200년 동안 저질러놓은 일들 때문에, 우리가 종말을 멈추기 위한 시간이 앞으로 200년도 채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끝없이 욕망하기'를 멈추는 것이라는 부탁과 함께 말이다. 

몇 달 전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1972년부터 미국에서 전면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가 태평양의 해저 어딘가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으며, 여전히 태평양의 해양 생명체에서 변질된 형태로 검출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무려 40년 전에 사용이 금지된 독성 물질이 2020년을 살고 있는 바다 생물들의 몸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태평양이라는 커다란 물로도 독성물질이 희석되거나 사라지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것이 끔찍했다. 자연은 더 이상 인간이 버린 것들을 완전히 없애지 못한다. '영원한 화학물질 (Forever Chemicals)'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과학기술이라는 풍요의 도구는, 지구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들을 남겼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조사와 연구를 시작했을 때 희미한 목소리처럼 들리던 것이 이제는 내 머릿속에서 마치 주문처럼 울려 퍼지고 있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라. 우리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도록 해주는 마법 같은 기술은 없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 21세기의 궁극적인 실험이 될 것이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은 우리 세대에게 던져진 가장 커다란 과제다. - 127p

산업혁명 이후로 수많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났고, 사람이 떠난 농촌에는 어르신들만 남았다. 대대로 농촌이었던 나의 고향 마을도, 일흔을 한참 넘기신 엄마 또래의 어르신들이 구부러진 허리와 힘겨운 무릎으로 땅을 일구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굶지 않는다. 신기하지 않은가? 비어버린 농촌에서 식량 생산을 책임진 것은, 농기계와 화학비료, 글리포세이트와 같은 살충제였고, 씨앗은 점점 더 병충해에 강하게 유전자를 바꿔서 세상에 나왔다. 

농촌은 점점 더 비어가고 있지만, 식량은 우리가 '풍족하게' 먹을 수 있을 만큼 생산되고 있고, 계절의 변화도 없이 어느 때이든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지 식탁에 올릴 수 있다. 이는 곡물에서만 아니라, 산을 없애고 산업이 되어버린 목축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할아버지 세대는 '1년에 한두 번, 명절 때에만 먹을 수 있었던' 소고기를, 나는 원하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무슨 마법이며, 우리는 지구에게 무엇을 한 것일까? 

덜 소비하는 것이 지구에서 살아남는 일

혹사당하는 지구에게 미안하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있다.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들고 다닌 지는 꽤 되었고, 분리수거를 할 때에는 꼼꼼하게 라벨이나 테이프를 떼어낸다. 자동차를 포기할 수는 없지만,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려고 애를 쓰고, 대형마트보다는 재래시장이나 생협을 이용한다. 

집을 나설 때는 모든 전기제품의 전원만이 아니라 스위치가 있는 멀티탭도 끄고, 폭염의 포항에서 살면서도 에어컨을 사지 않았다. 쓰레기가 많이 나오길래 택배나 음식 배달을 줄였고, 지난 2년 동안은 새 옷을 사지도 않았다. 얼마 전에는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도 '더는 새 옷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데, 이건 내가 먼저 시작했다. 

환경의 변화를 의식한 이후로는 생활의 모든 선택이 불편하고, 신경이 더 쓰인다. 해외 여행을 좋아했지만, 비행기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알고 난 후로는,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게다가,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일회용품의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환경 친화적인 생활 방식을 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리고는 있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할 리가 없다. 개인의 노력과 선의, 혹은 죄책감에 기대는 것으로는 지금을 해결할 수 없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하며 UN 기후협약에서 탈퇴해 버렸다. 대한민국 정부가 주장하는 '그린 뉴딜'은 기술 주도의 산업 전환에 방점이 찍혀 있어 '그린'을 왜 붙였는지 의아할 뿐이다. 게다가, 작년 12월 초에 다시 선언한 '2050년의 탄소중립국'이라는 비전은, 실제 산업에서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지 모호하다.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지금의 우리가 누리는 풍요를 포기하지 못한 채 성장과 발전을 주장하는 채로,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외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미래의 세대를 위한다면, 더 이상의 성장은 허상이며 이제는 지구를 쉬게 해야 한다고 요구해야 한다. 기술은 더 이상 마법이 아니고, 풍요를 유지해도 문제가 없다는 유혹은 거짓이다.
 
▲ 일흔 일곱 김춘자 씨의 작은 밭은 일년 내내 바쁩니다.  겨울부터 여름까지 밭을 지켰던 엄마의 밭은 어느 새 들깨로 가득채워집니다. 모종을 키워서 밭에 심은 들깨모가 가뭄땜에 사이사이 죽었다면서, 다시 새로운 모종으로 옮겨 심으시네요. 정말 부지런한 엄마이고 엄마의 밭입니다.
ⓒ 이창희
 
일흔이 넘은 나의 엄마는 고향의 작은 밭을 일궈, 가족들과 나눌 농산물을 생산해 내신다. 엄마의 작은 밭은 일정이 빼곡하다. 봄이 되며 씩씩하게 겨울을 견뎌낸 마늘이 푸릇한 순을 키워내는 동안, 밭고랑 사이사이에는 밥에 더할 콩과 온 가족의 간식이 되어줄 옥수수가 자리를 잡는다. 

밭의 어딘가엔 토종 양파와 사계절 훌륭한 맛을 더해줄 대파가 심어져 있음은 물론이다. 적당한 비와 뜨거운 햇살의 도움으로 작물은 무럭무럭 자라나고, 틈틈이 마늘종까지 선물한 마늘 밑이 튼실해지고 나면, 밭의 주인은 고소한 기름을 나눠줄 들깨와 참깨로 바뀐다. 계절은 이렇게 돌고 돈다. 게다가, 온전히 자연의 힘으로 키워지는 못난이 농작물들은, 언제나 놀랍도록 맛있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고향을 떠난 후로 나는, 가난한 고향의 생활방식을 자랑스럽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도시의 분주하고 '맛없는' 삶에 지친 지금은, 땅과 가장 가까운 엄마의 삶이 정말 부럽고 자랑스럽다. 풍요롭거나 세련된 도시의 삶과는 거리가 멀지만, 엄마의 삶은 내가 닮아가고 싶은 '생태적인 삶'에 가장 가깝다. 중년의 불안으로 괴로울 때면, 고향으로 돌아가서 그 곳에서 채워갈 미래를 기대하며 잠시나마 희망을 느낀다. 
 
1969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47개 도시가 1,000만 명 넘는 인구를 자랑하게 되었다. 육류 생산량이 세 배 늘었고, 연간 도살되는 가축의 수가 돼지는 세 배, 닭은 여섯 배, 소는 50퍼센트 이상 증가했으며,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은 세 배 늘었고,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전력의 양은 네 배 증가했다. 전 세계 화석연료 사용량은 세 배 정도 늘었고, 플라스틱 생산량은 열 배 늘어났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매년 1조 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는 화씨 1도가량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평균 해수면이 10센티미터가량 상승했는데, 그 절반 정도는 산맥과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리며 발생한 것이고, 모든 양서류 및 새와 나비 종의 절반 이상에서, 모든 어류와 식물 종의 4분의 1에서 개체 수 감소가 일어나고 있다. - 부록 III 환경 교리문답 발췌 

거대 도시가 추구하는 '풍요의 생활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더 이상 지구를 위한 선택이 아니다. 우리 모두, 미래 세대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삶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보면 어떨까?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도, 계속 감시하고 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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