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전 오명 벗자" 확진자 나온 그 시장, 독기품은 방역
“이대로 가다간 명절 대목이 아니라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어요.”
지난 14일 광주광역시 서구 양동시장. 한 상인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손님이 뚝 끊기자 근심 섞인 걱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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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마저 끊겼다”
광주 양동시장은 호남지역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으로 지난 5일 이곳과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뒤 14일까지 15명의 누적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 5일부터 일주일 동안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양동시장 상인과 가족만 1548명에 달한다.
이곳 상인들은 지난해 시장 인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때도 단골만큼은 꾸준히 찾아왔는데, 최근 확진자가 늘어나자 발길이 끊겼다고 토로했다. 이날 찾은 서구 양동시장은 인적이 끊겨 상인과 손님이 마주하고 가격을 흥정하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생선이나 고기 등 손님이 자주 찾던 반찬거리 수요마저 줄었다는 것이 시장 상인들의 이야기다. 양동시장 한 생선가게 상인은 “지난해에는 아무리 손님이 줄었어도 조기나 고등어 등 꾸준히 나가던 품목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죄다 안 팔린다”며 “매출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 평소의 20~30% 수준밖에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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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대목 전에 코로나19 오명 벗어야…”
지난 14일 오후 3시부터 5시 사이 양동시장에는 상인들의 요청으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받을 수 있는 임시 선별진료소가 세워졌다. 이미 1500여 명의 시장 상인과 가족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더 이상 없다는 확신을 받지 못하면 설 대목을 통째로 날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상인들이 나서서 방역당국에 전수검사를 요청한 것이다.
상인들은 “계속 코로나19 검사를 해서 더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여줘야 손님이 다시 찾아오지 않겠느냐”며 “혹시나 또 확진자가 나오면 어쩌나 걱정도 되지만, 나중에 다시 뭇매를 맞는 것보다는 계속 검사해 코로나19를 뿌리 뽑는 게 우선이다”라고 했다.
시장 상인들은 정기 휴일인 오는 17일에 보건소에서 정밀 방역을 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틀에 한 번씩 시장 상인들이 직접 자체방역을 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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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음성’ 명찰 내걸었던 전통시장 상인들
지난해 9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한때 폐쇄됐던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은 재개장 시점에 맞춰 상인들이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이라는 글이 적힌 명패를 걸고 장사에 나서기도 했다. 가게 입구와 눈에 띄는 곳에 팻말도 세웠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전통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내세운 자구책이었다. 당시 추석 명절이 껴 있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면 대목을 놓칠 수 있다는 상인들의 우려도 컸다.
광주 시장연합회 관계자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양동시장에 있는 7개 상인회 모두 코로나19에 빨리 대응해 계속 검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지난해 힘겹게 버텨왔는데 설 대목마저 놓치면 상인들의 고충은 배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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