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던 돈가스집 손님 딱 1명.."대학가는 완전 유령도시"
"1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안 오니까…. 이 주변 다 비어있고 전쟁 난 것 같아요." 이화여대 앞 한 카페 사장 최모(43)씨가 "어제 한 잔 팔았다"면서 한 말이다. 그는 새 학기에도 비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될 거라는 소식에 "여긴 웬만한 사무실 상권만큼 학생들이 많은 곳인데 그 학생들이 또 안 온다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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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잃은 ‘비대면’ 대학가
새 학기에도 학생들 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화여대는 올해 1학기 수업 계획에 대해 "비대면과 대면 혼합 체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수강정원 50명 이상은 비대면으로, 50명 이하는 비대면·대면 혼합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동국대는 "이론 수업은 비대면, 실험·실습·실기 수업은 대면 체제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대학가 상권 상인들은 희망을 잃었다.
지난 12일 찾은 이화여대 앞은 회색 톤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가게에서 나오는 불빛이 줄었다. 가게 하나 건너 하나꼴로 '임대' 안내문을 볼 수 있었다. 텅 빈 가게들이 을씨년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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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던 맛집에 손님 한 명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점심때면 학생들이 줄을 섰다는 한 돈가스 전문점엔 손님이 딱 한 명 있었다. 4인 테이블 2개와 2인 테이블 2개, 바 자리 4석인 식당이다. 사장 A씨는 “이 라인 우리 빼고 전부 다 임대 내놨다. 다 죽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돈가스 식당과 이웃한 7개 상점 중 브리토 집만 제외하곤 모두 비어 있었다.
반대편 언덕길 골목에 있는 2층짜리 미용실에도 손님이 한 명뿐이었다. 미용사 이모(27)씨는 "출근길에 '어 이젠 여기도 나갔네, 저기도 나갔네' 혼잣말을 한다"고 했다. "밖에 나갈 일이 없으니 학생들이 현저히 줄었다. 이번(학기)에도 비대면이라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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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는 유령도시
이화여대 교정에서 만난 대학원생 조모(26)씨는 "완전 유령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2.5단계가 되고 학교 곳곳에 있던 공용공간의 테이블 등을 모두 없애면서 학생들이 아예 공부하러 못 나와서 더 그렇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오후 3시 숙명여대 앞 상권도 사정은 비슷했다. 가게 하나 건너 하나씩 문을 열지 않았거나 '임대'를 붙여놓은 텅 빈 가게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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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 앞 액세서리 가게의 한숨
여대 앞 액세서리 가게 사장 B씨는 비대면 수업 발표가 이어진다는 소식에 대해 "진짜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대면 수업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며 "사실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반반이었지만 2학기에나 기대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여기나 이대같이 학생들 상대로 하는 대학가는 다 전멸이다. 학교 오는 학생들도, 하숙이나 자취하는 학생들도 없으니 거의 포기 상태"라고 말했다.
숙명여대도 15일 비대면 수업 방침을 밝혔다. 1단계 기준으로 50명 이상의 수업은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그 이하는 선택할 수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면 50명 이하 수업도 비대면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숙명여대 앞에서 20년 동안 서점을 운영했다는 C씨(65)는 "여기는 외부인이 잘 안 와서 숙대생들을 위한 상권이다"며 "학생들만 바라보고 여기 앉아있는데 비대면 하면 절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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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지원 대책 필요”
숙명여대 앞에서 30년 동안 베이커리를 운영했다는 사장 D씨는 "비대면 체제가 계속 유지되면 방법이 없다" 며 "매출은 예전 매출의 20~30%도 안 나오는데, 지금 매출액보다 임대료가 비싸니까 감당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나만 힘든 게 아니다. 모두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았다. 학생이 돌아오지 않으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소상공인 정책 대출을 확대하고 손실 보상 부분도 구체적으로 현실화해서 합당한 수준의 손실 보상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주에 대한 세액 공제가 50%까지 돼 있는데 이를 70%로 확대하는 법률안들이 나와 있긴 하지만, 임대료를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희윤 기자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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