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 직장인들의 새로운 일상기

2021. 1. 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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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믹의 나날을 견디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건 평안하게 도전할 수 있는 작은 목표들.
「 일주일에 한 번, 일상 점검 」
‘에세이 드라이브’라는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며 일주일에 한 번, A4 1~2장 분량의 에세이를 짓고 있다. 코로나로 일과 일상 모두 변하며 병원과 집으로 국한된 동선 안에서 자질구레한 걱정과 염려가 쌓여갔고, 스스로 소진되고 있다고 느끼던 차였다. 마침 간호사로 일한 지 만 6년을 맞이한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기도 했다. 온라인 모임을 신청하기 전 태재 작가가 운영하는 ‘에세이 스탠드’에서 글쓰기를 배우며 생활을 조명하는 태도를 우선 배웠다. 새하얀 백지를 문장으로 채워나가는 과정이 주는 보람. 간호사로 환자를 돌보는 보람과 결이 다른, 가시적인 유형의 결과물을 만드는 새로운 기쁨을 느꼈다. ‘에세이 드라이브'는 매주 월요일 밤 11시가 마감이기에 3교대 근무 속에서도 규칙적인 루틴을 만들기 위해 월요일을 글 쓰는 날로 정했다. 오프인 날은 좋아하는 카페에서, 근무가 힘들었던 날은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방 책상에 앉아…. 때로는 주제에 맞춰 쓸 말이 없을 때도 있고, 글이 마음에 차지 않을 때는 이런 글을 사람들에게 보이느니 제출하지 않겠다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어쨌든 이어가다 보면 한 달에 한 번쯤은 마음에 드는 글을 가질 수 있었다. 4월부터 지금까지 쌓인 글 개수는 35편. 글을 제출하고 이번 주도 해냈다는 생각에 스스로 응원하면서 잠드는 나날이 늘어나며 월요병도 제법 극복했다. “선생님은 쉴 때 뭐해요?”라는 질문에 “저 에세이 써요”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면서, ‘글 쓰는 이진경’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생긴 것도 작은 즐거움이다. 근무 중에 겪는 꽤 묵직한 스트레스들, 그 부담을 감당해 내는 나를 예전에는 모른 척했더라면 이제는 나의 ‘업’을 거리를 두고 곰곰이 생각하고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로 풀어낸다. 일과 일상의 거리를 조정하면서 나를 지키는 법을 내 일상을 글로 만드는 과정에서 배웠다. 그러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게 어떤 형태든 꼭 글로 만들어보길.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고, 뭘 말하고 싶은지. 그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라며. 이진경(간호사)
「 명상과 차 한 잔의 힘 」
회사에 다닐 때 번아웃에 빠졌다. 명상이 스트레스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번 시도했는데, 주의력이 산만하고 지겨운 걸 못 참는 내겐 가만히 앉아서 명상하는 게 오히려 더 스트레스였다. 인도와 태국으로 명상을 배우기 위해 떠났고, 그곳에서 몸을 움직이는 명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뒤로 3년째 움직임 명상을 꾸준히 수련하며 ‘밑미’라는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을 창업했다. ‘움직임 명상 + 차 마시기’는 매일 아침 나에게 30분이라는 시간을 선물하는 ‘리추얼’이다. 아침에 일어나 20분 동안 걷기 명상, 14스텝 명상, 춤 명상 중 하나를 골라 수련하고 10분 동안 차를 우려 마시면서 내 몸 구석구석에 좋은 에너지를 보내는 의식이다. 사실 명상 센터에서 집중적으로 명상을 할 땐 매일 평생 명상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바쁜 일상 속에선 단 30분을 내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명상을 하는 것이다. 또 함께 명상하는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어 서로의 수련을 체크하며 격려와 잔소리를 주고받았다. 이런 경험들이 내 명상을 지속시킨다는 걸 알게 된 후 밑미의 ‘아침을 깨우는 움직임 명상 × 차 마시기’ 프로그램(www.nicetomeetme.kr/ritual)을 만들어 많은 사람과 나누고 있다. 명상을 자신의 일상 속 리추얼로 만들고 싶다면 ‘하루 정도 빠져도 되겠지’ ‘이게 무슨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심부터 거둬야 한다. 또 함께 리추얼을 수행하는 커뮤니티가 있다면 자신의 도전을 루틴으로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매일 시간을 내서 자신의 일상을 돌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가까이에서 지켜보다 보면 고무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와 함께 수련하는 이들 역시 ‘연결의 힘’이 도전을 지속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물론 짧은 시간 동안의 명상이 스트레스가 완전히 사라지고 마음의 평화가 지속되는 등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오진 않는다. 대신 내 삶을 나의 뜻대로 이끌어나가는 데 좋은 도구가 돼줄 것이다. 매일 작은 돌을 하나씩 쌓다 보면 언젠가 멋진 탑이 쌓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김은지(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 CSO)
「 딱 한 끼만, 채식 」
매달 환경 관련 책 한 권을 자유롭게 읽고 온라인 독서모임을 가지며 제로 웨이스트, 환경보호 실천사항 두 가지를 공표하고 자율적으로 실행하는 환경도서 읽기모임 ‘제발’을 진행한다. 그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비건 지향을 염두에 두게 됐다. 아직은 육식을 점차 줄여 나가는 준채식주의자 단계라 주 1일 채식부터 도전하면서 점차 채식을 늘리고 있다. SNS에 채식 식단을 올리면서 의식적으로 채식을 하려고 노력한다. 또 #비건 #채식식단 등의 해시태그를 팔로하면서 채식 메뉴, 채식하는 사람들이 눈에 더 자주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마트에서 식재료를 살 때도 일부러 육류 코너는 가지 않는 습관도 들였다. 간혹 가족이 고기가 없는 식단을 아쉬워할 때 작은 갈등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채식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각자 원하는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식당에서 외식을 한다. 또 비건, 채식 메뉴 위주의 식당에 방문해서 ‘채식이 맛있다’는 경험을 쌓고 거기서 먹어본 음식을 집에서 흉내 내보기도 한다. 채식에 도전하면서 동물권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내 식탁 위에서 환경 문제를 생각하며 소비 패턴과 생활 방식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 이전에는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는 삶이었다면 이젠 환경, 자연, 지구,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시야도 넓어지고 삶의 폭이 깊어지는 것 같다. 또 가족, 주변 사람과 식사할 때 고기를 먹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환경, 기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는 점도 좋다. 식탁 위의 음식을 통해 기후 문제가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라는 대화의 물꼬를 튼 경험도 소중하다. 만약 비건 지향에 관심이 있다면 처음부터 완벽하게 한다는 마음보다 일주일에 한 끼 혹은 하루 정도의 페이스로 점차 채식을 늘려 나가보길 권한다. SNS에서 #고기없는월요일’ ‘#meatfreemonday’ 같은 해시태그를 팔로하며 육식을 줄여 나가는 사람들의 도전을 지켜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주영(환경운동가)
「 하루에 새 한 마리 」
늘 새의 자유로움과 아름다움, 우아함이 좋았다. 좋아하다 보니 공부하고 싶었고, 자연스럽게 탐조에 관심이 생겼다. 새의 일과를 방해하거나 새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멀리서 관찰해야 하는 수칙도 자연을 대하는 내 방식과 잘 맞았다. 본격으로 버드 워칭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배율 렌즈의 카메라, 쌍안경, 도감, 색연필 등 기록을 위한 물건을 구매했다. 새를 보고 찍은 후 집으로 돌아와 꾸준히 탐조 일지를 쓰면서 취미가 일상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했다. 혼자 가기 어려운 탐조지의 경우엔 프로그램을 찾아 전문가와 동행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일과 일상에 지칠 때마다 나만의 여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하다. 퇴근 후 집에 와서 관찰한 새를 그리고 기록할 때, 일상에서 짬을 내 새를 볼 수 있는 하천·하구에 갈 때, 주말에 탐조지로 향할 계획을 모색할 때마다 남들은 잘 모르는 나만의 일상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즐겁다. 보고 싶은 새를 만나기 위한 ‘기다림’과 그날 그 새를 만나지 못해도 그 경험 자체를 즐기는 마음은 탐조의 가장 큰 매력이다. 쌍안경을 들고 가까운 하천으로 나가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점도. 약 1년간 ‘미라클 모닝’을 하면서 지금의 직장으로 이직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제 목표를 탐조로 바꿨다. 매일 아침, 하루 하나씩 탐조 기록은 올해도 이어갈 생각이다. 문나래(숲 교육자, 책 〈나의 캠핑 놀이〉 저자)
「 감사하는 세 줄 」
친구의 권유로 11월부터 매일 감사 일기를 쓰고 있다. 오늘 하루 내게 일어난 일에 감사하기. 감사 일기의 효과는 익히 들었지만 막상 매일 쓸 수 있을까, 하는 회의도 있었다. 거창함, 부담감을 없애기 위해 단 세 줄만 쓸 수 있는 일기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했다. ‘딱 세 가지만 쓰자’는 생각이 ‘매일’과 ‘기록’이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을 덜어줬다. 처음엔 감사할 일을 찾는 게 어렵지 않았다. 나흘째쯤 레퍼토리가 떨어졌다. 그 틈으로 내 안에 눌러뒀던 불평, 불만이 슬금슬금 삐져나왔다. 새로운 이슈도, 재미있는 일도, 설레는 계획도 없는 나날에 지쳤고, 내 삶이 불행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대론 안 되겠다는 생각에 특별한 일에서 감사할 거리를 찾는 걸 멈추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되돌아봤다. 지금 이 일기를 쓰고 있는 건강한 나, 과거의 힘들었던 시간 덕에 만들어진 오늘의 나…. 일기를 쓰기 위해 감사할 것을 찾아 헤매면서 ‘오늘’과 ‘지금’에 집중하는 습관이 생겼다. 내게 일어난 일뿐 아니라 친구, 가족에게 일어난 일까지 감사한 일로 여기게 됐다. 코로나 블루로 힘든 시기에 무너진 마음, 정신을 추스리게 해준 도전이다. 이령임(교사)
「 식단 바꾸기의 힘 」
건강하게 체지방을 감량하는 방법을 찾던 중 우리 몸을 키토시스 상태로 만드는(탄수화물이 아닌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상태) 키토제닉 식단(이하 키토 식단)을 알게 됐다. 〈더 매직 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후 본격적으로 시작. 키토 식단의 핵심은 탄수화물(당질)을 제한하고 몸에 좋은 지방을 섭취하여 신체에서 비정상적으로 작용하는 인슐린 저항성 수치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우선 밥이 있어야 끼니가 완성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싱싱한 유기농 채소와 육류, 생선을 몸에 좋은 지방인 코코넛 오일, 달걀, 아보카도 등과 섭취했다. 또 먹고 마시는 모든 음식에 든 설탕을 주의했고, 매끼 식사 일지를 썼다. 그 과정에서 일일 권장 섭취량에 맞는 영양소를 챙겨 먹는 습관도 생겼다. 식단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몸이 키토시스 사이클에 진입, 본격적으로 체지방이 빠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성과는 규칙적인 식사와 생활로 하루를 더 활기차게 보내는 것,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의욕과 원동력이 생긴 것이다. 단순히 ‘다이어트’ 관점에서만 보지 않고 내 몸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건강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식습관으로 권한다. 김수영(파타고니아 마케팅 플래너)
「 필사적으로 지구를 생각하다 」
최근 세계 곳곳에서 기후 재난 소식을 접하며 기후 위기가 더 이상 북극곰의 얘기만은 아니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 기후 위기는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위기처럼 다가온다. 막연한 두려움에 움츠러들기보단 이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 만들 수 있는 변화를 상상해 보고 싶었다. 뭔가를 혼자 하면 쉽게 포기하는 성향이라 카카오프로젝트100 플랫폼을 통해 ‘필사적으로 지키는 지구, 영어로 기후 읽기’라는 프로젝트를 직접 만들었다. 매일 기후 위기와 관련된 영어 문장을 찾아 올리면 참여자들이 그 문장을 필사한 후 사진으로 인증을 남기는 도전이다. 관심사와 고민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추진력이 생기고 독려가 된다. 꾸준히 하다 보니 유대감까지 생겨서 프로젝트에 애정을 갖고 참여하게 된다. 매일 기후 위기를 다룬 문장을 필사하면서 경각심을 넘어 불안감이 느껴진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 무력감으로 위기를 외면하진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기후 위기로 인한 절망 속에서 다시 일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익숙함과 작별하기, 변하지 않는 것을 사랑하기〉를 온라인으로 함께 보기도 하고, 기후활동가인 정혜선 선생님과 기후 불안을 마주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책, 비건 쿠키, 비건 식당 쿠폰, 유기농 소프넛 같은 리워드로 참여자들을 독려한 것도 챌린지를 지속하게 한 요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후 위기가 ‘나’와 ‘우리’의 위기라는 사실을 사람들과 함께 인식하고,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이들과 연결되면서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힘을 얻었다. 한때는 ‘나 혼자 실천한다고 시스템이 바뀌진 않잖아?’라고 생각한 시기도 있었다. 지금은 시민들의 인식과 감수성의 변화가 시스템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안다. 기후가 변하는 속도를 감안했을 때 작은 실천으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큰 행동과 실천이 필요한 때다. 진채현(녹색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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