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겨울이적시장, 성공적, '생존왕' 인천의 반격

서호정 기자 입력 2021. 1. 16. 20:00 수정 2021. 1. 17.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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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석. 인천유나이티드 제공

[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축구 칼럼니스트) = 2021시즌을 준비하는 인천의 겨울은 자타공인 창단 이래 최고의 이적시장이다. 오반석, 김광석, 오재석, 김현 등의 영입이 1월부터 차례로 발표됐다. 자가격리 중인 호주 수비수 해리슨 델브릿지도 발표를 앞둔 상태고, 아길라르도 완전이적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다. 무고사, 김도혁, 정동윤 등 지난 시즌 주축 선수들도 재계약을 마쳤다. 남은 외국인 선수 한 자리와 백업 미드필더 보강으로 인천의 이적시장은 마무리될 예정이다. 


지난 시즌 15라운드까지 첫 승을 거두지 못하며 '생존왕'의 시간도 모두 끝났다고 여길 때 인천은 조성환 감독 부임으로 다시 반전에 성공했다. 조성환 감독 체제에서 치른 13경기에서 7승 1무 5패를 기록, 부산을 최하위로 밀어내며 또 한번 살아남았다. 


징그러울 정도의 잔류 본능이 지난 5년 사이 네 차례나 발동되며 K리그1에 남았지만, 언제까지 인천은 이런 패턴을 반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 의식도 매 겨울 따라붙는다. 시즌 중 감독 교체라는 극약 처방, 무리한 선수 영입, 과도한 승리 수당으로 동기부여를 끌어내는 방식으로는 매년 간신히 버티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제발 달라지자'는 문제 의식을 갖고 시즌 종료 직후 팀을 이끌어 가는 인물들이 머리를 맞댔다. 전달수 대표이사, 조성환 감독, 임중용 전력강화실장은 분명한 목표와 컨셉으로 겨울이적시장부터 돌파하자고 했고, 그 성과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성공적인 선수 영입이다. '인천의 반격'으로 표현해도 좋을 이번 겨울이적시장의 계획, 철학, 과정을 들여다 봤다.


김광석. 인천유나이티드 제공

■ 10년지대계는 멀다, 3개년 계획으로


인천의 이번 겨울이적시장 컨셉의 키워드는 3년이다. 조성환 감독은 "3년 안에 인천이 지금의 이미지를 탈피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겨울이적시장부터 팀의 기본을 단단하게 가져가고 싶다는 구단에 얘기했다"고 말했다. 임중용 전력강화실장도 "10년을 내다보는 육성 전략도 가져가야 하지만, 인천의 당면 과제는 매년 반복하는 잔류 싸움을 벗어나는 것이다. 강등권이라는 현재 위치를 확실히 빠져나와야 미래가 있고, 그래야 다른 파트도 긴 안목으로 운영할 수 있다 봤다"고 동의했다. 


조성환 감독은 수비라인 강화를 1순위로 삼았다. 2020시즌 후반기 인천의 승리 방정식도 그랬지만, 후방을 안정적으로 가져가야 더 큰 팀들과 싸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요청한 선수가 오반석, 김광석, 오재석이었다. 가장 먼저 오재석과 접촉했다. 지난 여름 감바 오사카에서 나고야 그램퍼스로 6개월 단기 계약을 맺은 오재석은 J리그 잔류도 가능했지만, 인천이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며 K리그 복귀로 방향을 틀었다. 포항의 원클럽맨이지만 재계약 협상이 원활하지 않던 김광석도 데려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인천으로 임대 와서 잔류를 이끈 오반석도 전북과의 협상을 통해 이적료 없이 완전이적으로 영입했다. 권한진(제주)도 조성환 감독이 요청한 선수였지만, 인천행이 어렵다는 판단에 빠르게 아시안쿼터인 델브릿지로 선회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베테랑 위주로 수비라인이 형성된 데 우려도 한다. 게다가 오반석은 3년, 김광석은 2년, 오재석은 최대 4년의 장기 계약이다. 조성환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선수들의 지난 3년 간의 경기력을 보면 그 계약 기간 동안 경기력이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기량 못지않게 인성도 살폈다. 평판과 자기 관리 면에서 우수한 선수들이다. 임중용 실장은 "팀의 분위기와 중심을 잡아 줄 수 있는 선수들을 면밀히 검토해 감독님이 요청하셨다. 영입 과정에서 확인한 결과 경기 내외적인 평이 좋았다. 어린 선수들이 보고 배우며 팀 전체가 발전하는 것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조성환 감독이 요청한 리스트를 받고 구단이 선수, 에이전트와 미팅을 갖고 협상을 진행하는 정상적인 프로세스도 돋보였다. 이 정상적인 프로세스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일부 구단이 이적시장에서 난항을 겪는다는 것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임중용 실장은 "감독님의 계획을 듣고 대화를 나누고, 올 시즌을 위해 생각하시는 축구를 위해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에 1, 2, 3순위 후보를 설정했다"고 소개했다. 무조건 수용만 한 것은 아니다. 공격과 수비에 또 다른 베테랑 선수도 거론됐지만 전달수 대표이사가 "스쿼드가 너무 연령이 올라가는 것 같다. 꼭 필요한 선수가 아니면 다른 선택지를 찾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해 다른 대안으로 간 경우다. 전폭적 지지를 밑바탕에 두고, 면밀한 검토와 적절한 견제도 동시에 작용했다는 뜻이다.


조성환 인천유나이티드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설득의 기술, 진정성을 갖고 미래를 공유하다


인천이 돈이 없는 시민구단이라는 인식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인천은 지난달 발표된 2020년 K리그 구단별 연봉 지급 현황에서 K리그1 6위를 기록했다. 시도민구단 중 가장 많은 인건비를 썼다. 포항 스틸러스와 비슷한 규모의 인건비 예산을 가동할 수 있는 팀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것도 다른 시도민구단보다 여유가 있다는 얘기일 뿐, 많은 이적료를 쓰는 것은 어렵다. 실제 인천은 이번 겨울 이적료를 주고 영입한 선수는 제주와 임대 후 완전이적 옵션을 설정했던 아길라르, 그리고 최종적으로 무산된 김태환(울산) 뿐이다. 


연봉도 대부분 선수가 기업구단에서 받던 기존 금액에서 어느 정도 삭감을 결정했다. 왜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연봉 삭감을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 왔을까? 계약적인 부분에서는 계약 년수로 보전한 것도 있지만 실질적인 무기는 진성성 있는 설득이었다. 임중용 실장은 "진정성을 갖고 구단과 감독님이 함께 노력해 선수 마음을 샀다. 향후 구단의 계획과 발전을 명확하게 선수들과 공유했다"고 말했다. 


인천이 이번 이적시장에서 어떤 선수 영입을 진행 중인지까지 과감히 공유했다. 오재석은 "나고야에서도 재계약 제의를 했다. 나중에는 인천보다 더 많은 금액에 역시 같은 4년을 제시했다. 부모님마저도 왜 K리그로, 그것도 하필 시민구단으로 오려고 하느냐고 우려도 하셨다. 하지만 조성환 감독님의 전화 연락을 받고 마음이 흔들렸다. 그 다음에는 임중용 실장님이 전화를 해서 구단 계획을 상당히 공유해주셨다. 그 얘길 듣고 확신이 생겼다"고 자신이 인천으로 오게 된 과정을 알려줬다. 김광석도 포항 잔류와 인천 이적을 놓고 고민 중일 때 조성환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에게 보내 준 믿음에 최종적으로 이적을 택했다. 


임중용 실장은 "선수 마음을 진정으로 얻기는 어렵다. 감독님이 적극적으로 다가가셨다.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은 대단한 능력을 갖고 계신다. 구단도 거짓말을 하면서 데려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오재석 선수와 전화를 하면서, 선수가 원하는 계약과 구단이 원하는 계약을 합리적으로 조율하려고 했다. 좋은 조건을 나고야에서 받은 선수를 인천으로 믿고 올 수 있게끔 하려면 1년을 더 연장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을 갖고 대표님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조성환 감독은 "아무래도 베테랑 선수들은 생각이 복잡하다. 금액적인 면에서의 좋은 대우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현 상황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지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그 부분에서 많은 설득을 했다. 부상 관리도 베테랑들에게는 중요한 변수인데, 팀 운영 면에서 2021시즌은 부상 관리가 키포인트라고 본다. 그래서 고심 끝에 구단에 요청해 의무팀 전체 교체를 요청했다"고 얘기했다. 


임중용 인천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거짓없는 소통+합리적인 결정=이적시장 성공


전달수 대표이사와 임중용 실장은 최근 전지훈련지인 남해를 찾아 조성환 감독과 다시 한번 미팅을 마치고 올라갔다. 팀 스쿼드를 두텁게 할 백업 선수 영입에 대한 논의가 주 된 내용이었다. 현재 비어 있는 마지막 외국인 선수는 경남에서 활약한 브라질 측면 공격수 네게바로 결정났다. 최근 입국한 네게바는 자가격리를 진행하며 개인 협상과 메디컬 테스트 등의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네게바를 마지막 외국인 선수로 선택하는 과정은 매우 합리적이었다. 경남과의 계약 종료로 FA 신분이 되며 이적료가 없었다. 기량 면에서 의구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18시즌 K리그에 입성한 네게바는 뛰어난 온더볼 플레이로 경남이 K리그1에서 깜짝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주역이 됐다. 하지만 2019시즌 중 십자인대 부상을 입고 지난 시즌 돌아와 K리그2에서는 고전했다. 조성환 감독도 "관심을 갖고 있던 선수라 작년에도 몇 차례 관찰했는데 마지막 경기였던 플레이오프에서만 유일하게 2018시즌 수준의 기량을 보여줬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선수 영입을 직접 관찰이 아닌 비디오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그 방식이 실패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조성환 감독의 판단이었다. 최근 수년 사이에도 외국인 선수 대부분이 실패한 경험이 있는 인천 구단도 수긍했다. 네게바와 합리적인 수준의 연봉으로 1년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실패 가능성과 그 여파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김태환 영입 시도는 인천의 선수 영입을 바라보는 시각을 크게 바꿔놨다. 인천은 파격적인 조건으로 선수의 마음을 흔들었다. 울산과의 기존 계약이 1년 남은 상황이었고, 새로 부임한 홍명보 감독이 김태환의 잔류를 강력히 원하며 인천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임중용 실장은 "여러 상황을 감안했을 때 데려올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는데 울산 구단 입장이 바뀌었다. 이틀 전 김태환 선수 측과 최종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데려오지 못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민구단이지만 현역 국가대표인 퀄리티 높은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감독님과 대표님이 힘을 실어주셔서 마지막까지 도전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라며 후회는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향후에도 인천이 높은 레벨의 선수 영입에 뛰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남긴 건 분명하다. 인천 팬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에서 흥미롭게 지켜본 인천의 도전이었다. 


조성환 감독은 "100% 만족이라고 할 순 없지만 구단에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해줬다고 생각한다. 거짓 없이 소통했고, 함께 합리적인 판단과 결정을 했다. 이제부터는 나와 선수들이 구단의 지원에 답해야 한다"라며 이번 이적시장을 평가했다. 임중용 실장은 "프런트와 현장의 가교 역할을 처음했는데, 많은 보람을 느낀 시간이었다. 감독님 계획을 모두 달성시켜 드리지 못한 부분은 죄송하지만, 감독님도 구단 입장을 이해해주셨다. 구단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이적시장을 보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사진=인천유나이티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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