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몇초만 늦었어도 위험했다..초유 美의회 습격의 전말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당 난입 사태 전 행적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난입 상황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하면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대피가 몇 초만 늦었어도 시위대에게 붙잡혀 위험에 처할 뻔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티븐 선드 의회 경찰 국장은 당일 오후 1시59분 쯤 의사당 문 앞에 도착한 시위대가 밀고 들어오려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13분 뒤 시위대는 창문을 부수고 의사당에 진입했다.
펜스 부통령이 위기를 감지하고 본회의장 밖으로 나온 건 그로부터 1분 뒤였다. 당시 시위대 일부는 이미 본회의장 인근까지 접근한 상태로 펜스 부통령의 대피 장소와는 30m 거리에 있었다. 대피가 몇 초만 늦었더라도 펜스 부통령과 시위대가 마주쳤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뜻이다.
WP는 당시 시위대가 "펜스의 목을 매달아라"라고 외치는 등 분노하고 있었다며 "최고위 당국자들은 분명히 위험에 처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위대가 의사당 창문을 부수기 시작한 시점부터 펜스 부통령이 대피하기까지 14분이나 지체된 이유와 비밀경호국이 그를 왜 더 일찍 이동시키지 않았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의 법원 제출 문건에는 시위대가 펜스 부통령을 납치해 암살하려 했다는 문구도 적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관련 대목을 삭제한 뒤 "납치·살해 의도가 있었다는 직접 증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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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전, '퍼펙트 스톰' 내부보고 있었다"
미 의사당 건물을 경호하는 의회 경찰 중 누군가가 시위대의 난입을 도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의회 경찰이 (난입을) 도와줬다"는 시위참가자 진술이 나온데 이어 나흘 전 폭력 사태 가능성을 경고하는 내부 보고서가 나왔던 것으로 밝혀지면서다.
WP는 지난 3일 의회 경찰 정보부가 만든 12쪽짜리 보고서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고서에는 '대통령 지지자 수천 명이 6일 의사당 자체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보부는 극단주의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무기를 휴대하고 의사당과 가까운 곳에서 모이라는 촉구가 있었다"면서 "6일 '위험의 퍼펙트 스톰'이 형성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가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 다른 안보 당국과도 공유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 시위 참가자는 FBI 조사에서 "의회에 난입한 뒤 만난 한 경찰관이 우리에게 다가와 악수하고 살짝 껴안으며 '여긴 이제 당신 집이다'라고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FBI는 이들의 진술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다만 경찰관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으며 검증되지 않은 피고인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WP는 덧붙였다.
의회 경찰은 공소 사실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법무부·국방부·내무부·국토안보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 관계 당국이 시위대의 동태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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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일부 의원, 외부세력 '의사당 투어' 도와"
미 민주당에서는 일부 의원이 시위대의 난입을 주선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ABC 방송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미키 셰릴(뉴저지) 하원의원 등 30여명은 "사태 하루 전 일부 의원이 의사당에서 다수의 외부 세력을 이끌고 '투어'를 진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상·하원 경호실 및 의회 경찰에 보낸 서한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의사당 출입이 제한된 상황을 고려하면 이상했던 장면"이라며 "시위 참가자들은 이상할 정도로 의사당 구조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듯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어를 진행한 의원들과 난입 사태의 연관성을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은 서한에 '의사당 투어'를 진행한 의원들이 공화당 소속인지, 난입 사태와 관련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만약 일부 의원들이 시위대를 도운 사실이 밝혀지면 기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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