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한때 전원주택에 유행하던 벽난로가 사라진 이유

김성주 입력 2021. 1. 16. 15:00 수정 2021. 1. 1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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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86)
해마다 연말연시면 아는 농가를 찾아 안부를 물으며 조언해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 무료 자문 투어라고 부르는데, 한해를 결산해 보고 새해를 맞아 좋은 일이 있으면 나누는 시간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조심스러워 체온계를 들고 방역 수칙을 지켜가며 다닌다. 번거로워도 이런 자문 투어를 다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추운 겨울 밤새 등을 지지며 자는 경험 때문이다. 도시의 주택과는 달리 시골은 온돌이건 전기 판넬 장판이건 바닥이 뜨끈뜨끈하다. 밤새 등 지지고 땀 흘리고 자면 너무나 개운하다. 그 맛에 여행을 다닌다.

황토방이나 한옥에는 온돌이 있다. 온돌은 철기 시대부터 사용해온 우리나라 고유의 난방 장치로 한번 때면 다음 날 오후까지 온기 살아 있어 너무 좋다. 영어로도 ‘ondol’이라고 쓴다. 지금 같은 겨울에 아파트에서 반소매를 입고 지낼 수 있는 것도 온돌 덕분이다. 온돌 구조를 응용해 온수 파이프가 바닥 밑에 놓은 보일러가 탄생했다.

김삿갓흙집이야기. 겨울에는 온돌을 즐기려는 손님이 많다. [사진 김성주]


강원도 영월에서 귀농 8년 차에 접어든 정연균 씨는 ‘김삿갓 흙집 이야기’라는 자그마한 민박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겉은 목조주택인데 안은 황토방으로 이루어졌다. 무엇보다 강력한 온돌 시스템을 자랑스러워한다. 이 온돌 때문에 손님이 오기 때문이다. 예약 손님이 있으면 낮부터 장작을 아궁이에 넣고 방을 덮힌다. 두꺼운 구들이 달궈지면 손님 받을 준비가 된 것이다. 방에 들어간 손님은 어지간하면 밖에 잘 나가지 않는단다. 뜨끈한 온돌에 엉덩이를 붙이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이도 내복 바람으로 온돌을 즐긴다. 겨울철 펜션에는 평일에도 온돌 손님이 그득하다. 나도 이 집에 가면 저녁에 주인장과 소주를 나누고는 푹 잔다. 그리고 다음 날 파를 썰어 넣은 해장 라면을 먹는 맛을 잊을 수 없다.

많은 귀농·귀촌인이 집을 지을 때 고민하는 것이 난방 장치이다. 우리나라는 겨울이 워낙 맵기 때문에 난방이 안 되면 그야말로 북극이다. 새롭게 집을 짓는 사람 중 상당수는 화목난로를 고려한다. 물론 방에는 보일러는 필수이고 창고나 쓰재, 사무실과 같은 부수 공간에 화목난로를 두고 싶어 한다.

화목 난로는 숯, 장작, 갈탄 등 고체 연료를 태우는 난로이다. 가장 오래된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 모닥불이 진화한 것이다. 지금은 벽난로 같은 붙박이 형태의 난로와 따로 시공해 설치하는 노출형 장작 난로가 있다. 우리는 이미 학교 다니던 시절. 갈탄을 때는 난로를 경험한지라 화목 난로가 매우 익숙하다. 난로 위에 도시락을 덥혀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학교에 난로가 없어지고 라디에이터와 온풍기가 설치된 지가 오래 전이란다.

화목 난로의 장점은 일단 불에 태울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연료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조가 단순해 고장이 잘 나지 않은 것이 좋다. 주기적으로 굴뚝을 청소만 하면 된다. 산타 할아버지가 굴뚝으로 들어와 선물을 주는 것은 덤이다. 대개 연료를 장작을 쓰고 연기와 그을음을 적게 하려고 팔레트를 쓰기도 한다. 나무를 톱밥으로 분쇄한 후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압축한 연료를 팔레트라 하는데 돈은 좀 들지만, 그을음이 나지 않아 유용하다. 화목 난로를 쓰면 목초액이 생겨 농사에 쓸 수도 있다. 다만 겨울이 오기 전에 나무를 베고 장작을 패 건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힘자랑하기 좋아하는 이는 장작 패기가 취미이자 운동이니 단점이 아닐 수도 있다. 굳이 단점이라면 이동이 어렵다는 것이다. 벽난로는 벽에 붙어 있으니 불가능하고, 철제 난로는 무게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한번 설치할 때 위치를 잘 잡아야 한다. 가끔 드라마에 벽난로를 펴 놓고 와인을 홀짝거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귀농하면서 벽난로를 설치하는 집이 있다. 한때 전원주택에 벽난로를 설치하는 것이 유행하였으나 지금은 거의 없다. 아침마다 코가 시커멓게 되고 별로 따뜻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장식용이다.

황토벽돌로 지어진 집에 방마다 굴뚝이 세워져있다. [사진 김성주]


장작을 때더라도 연료비가 만만치 않으니 시설 하우스에 연탄 난로를 두는 집이 많다. 그나마 연탄이 가장 효율적이다. 요즘 나오는 연탄은 구멍을 안 맞춰도 잘 탄다. 연탄 난로는 연료비가 적게 들면서 연탄 한장으로 최소 8시간 버티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알다시피 연탄가스 중독이 무섭다. 또 연탄에 불을 지피는 데 시간이 걸리고 또한 번개탄이 필요한 번거로움이 있긴 하다. 그래도 연탄 난로에 고기를 구우면 숯불구이가 되는 낭만이 있다. 나는 아직도 연탄 난로에 살짝 지져 먹던 쫀드기가 생각난다.

연탄 난로가 사라진 이유에는 석유 난로의 등장이 가장 클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옥 형태가 바뀌면서 연탄 난로가 연탄 보일러로 대체되고 다시 가스보일러로 바뀌었다. 지금은 석유 난로를 많이 쓴다. 나이 드신 분은 풍로를 기억할 것이다. 심지를 쓱싹쓱싹 올려 불을 피워 국을 끓이고 라면을 끓이고 오징어를 굽던 풍로는 박물관에 들어가 있다.

석유 난로는 연통도 필요 없고 소형화, 경량화가 가능해 간편하지만, 연료비 때문에 화목 난로를 쓰는 집이 많다. 시골에선 장작을 팰 수 있으면 화목 난로를 쓰고 장작 팰 힘이 없으면 석유 난로나 가스난로를 쓴다.

LNG나 LPG를 연료로 하는 가스 난로는 이래저래 유용한 장치다. 주로 가정용으로 많이 쓰는데, 불을 피우는 데 좋다. 외진 곳에 집이 있으면 LPG 가스를 정기적으로 배달해 쓴다. 화력이 좋아 조리할 때 그만이다.

시골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난로를 집에다 두고 쓴다. 영월의 정연균 씨도 펜션을 경영하면서 느낀 것이 여름에는 에어컨으로 웬만한 문제가 해결되지만, 겨울에는 장소마다 적절한 난방 장치가 필요하고 연료비를 생각하면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을 생각하면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으니 늘 신경을 써야 한단다. 가장 좋은 난방 장치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의외의 답이 온다. “전기난로요.”

발밑에 설치된 조그만 전기 난로가 가장 좋단다. 아궁이의 불이 꺼지고 장작불이 다 타들어 갈 때 내 몸을 녹여주는 조그만 전기스토브가 소중하단다. 하긴 직장 생활을 할 때 비용 아낀다고 건물의 난방이 약하게 돌아갈 때 책상 밑의 조그만 전기스토브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기억난다.

글을 쓰는 지금 내 엉덩이를 뜨끈하게 달구고 있는 것은 구들장의 열기이다. 지나치게 달구면 장판까지 홀라당 태운다는 온돌이 숙련된 주인장의 온도 조절 솜씨로 적당히 따끈하다. 밖에는 고구마가 다 구워졌다고 나오란다. 화목 난로 위에 삼겹살을 구울 채비가 다 되어 있다.

바로 이거다. 보일러 온도 조절 다이얼만 돌리고 있다가 이렇게 장작을 패고 신문지를 태우고 장작을 넣어 가며 불을 지피면 열기가 느껴지고 식욕과 생기가 돈다. 겨울엔 역시 난로다. 귀농·귀촌 준비에는 겨울 난로 체험과 공부가 필수다. 난방은 생존의 방법이기도 하고 낭만의 도구이기도 하다.

슬로우 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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