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페의 회상 "처음 이적했을 때, 레알 난장판..죄다 공격만 했다"

유현태 기자 2021. 1. 1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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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레알마드리드).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페페가 레알마드리드 수비진에 처음 합류했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빈틈이 너무 많아 놀랐다.


페페는 포르투갈을 200년대와 2010년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중앙 수비수였다. 공격수들을 까다롭게 하는 수비수였다. 억센 수비 방식 때문에 상대편 팬들에겐 '거칠다'는 표현도 들었지만, 같은 팀 동료들에겐 든든한 방패였다. 


2007년 7월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해 334경기를 뛰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비롯해 메이저 트로피를 8개 들었다. 올해 38세가 됐지만 여전히 친정 팀 FC포르투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


스페인 스포츠 신문 '마르카'가 15일(한국시간) 보도한 인터뷰에서 페페는 레알에 합류했을 당시 받았던 충격들을 떠올렸다. 긴 세월이 지나 담담하게 과거를 돌아볼 수 있었다.


페페는 경기장에선 강한 성격을 내보이지만, 2007년 여름 레알에 합류했을 때는 아직 얼어 있었다. 페페는 20대 초반의 떠오르는 별이었던 반면, 레알엔 이미 세계 최고로 불리는 선수들이 즐비했다. 2006년 발롱도르 수상자인 파비오 칸나바로는 페페도 대하기 어려운 '전설'이었다.


페페는 "지금은 말할 수 있겠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고 칸나바로와 친구가 됐기 때문이다. 프리시즌엔 사실 말을 못했다. 단지 훈련하고 지켜봤다. 나는 사실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 훈련이고 또 훈련이었다. 그 이후에 비행기를 타고 오스트리아로 갔다. 내 앞자리에 칸나바로가 앉아 있었다. 비행이 끝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쯤 그가 잡지를 읽고 있는 걸 봤다. 용기를 내서 칸나바로에게 말했다. '(낮은 목소리로) 칸나바로, 칸나바로, 나한테 잡지 좀 줄래?' 그랬더니 칸나바로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칸나바로? 내 이름은 파비오인데.' 나는 다시 등을 기댔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잡지를 나한테 건네줄 때까지 몇 초나 아마 몇 분 정도였겠지만 영원처럼 느껴졌다"며 레알에 합류했던 때의 긴장감을 설명했다.


경기 운영도 페페에겐 충격이었다. 2003-2004시즌 주제 무리뉴 감독과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포르투는 조직력이 강점인 팀이었다. 아무래도 개인 기량이 부족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였다는 레알은 달랐다.


페페는 "내 첫 경기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이었다. 난 조직적으로 잘 갖춰진 팀(포르투)에서 왔다. 공이 왼쪽에서 나오면 한쪽으로 압박했다. 공이 오른쪽에서 나오면 또 다시 압박했다. 그게 기본이었다. 레알에서 본 것은 난장판이었다. 30분에 공을 빼앗겨서 한 명씩 올라오고 있었고, 뒤로 물러났다. 칸나바로 쪽으로 돌아서서 '파비오! 파비오! 커버, 커버!'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길 "아냐, 여기선 그렇게 안해. 각자가 자기 쪽만 맡는다"고 했다. 나는 "그래? 미쳤네"라고 말했다. 측면 수비수들은 올라 가 있고, 수비형 미드필더도 전진했다"고 회상했다. 


사실상 모두가 공격을 지향하느라 수비진의 부담은 어마어마했다. 페페는 "난 '뭐야? 내 뒤에 50미터가 비어있고, 나는 여기 서서 1대1로 막아야 된다고?'라고 생각했다. 이후에는 침착해졌고 잘해냈다. 조금씩 입지를 다져나갔다. 당시(2007-2008시즌) 레알에서 띠던 선수들은 팬들이 골을 외치는 걸 들어야만 했다. 2-0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4골, 5골,6골을 넣어야 했고, 중앙 수비수와 골키퍼만 있었다"고 말했다.


페페는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했다. 그는 "쉬운 선수단이 아니었다. 모두가 높은 수준에서 선발된 선수들이었다. 그래서 주전 11명뿐 아니라 모두가 중요 선수였다. 하지만 압박도 끔찍했다. 이기면 모든 게 잘 풀리고 팀에 잔류할 수 있었다. 이기지 못하면 다른 선수가 자리를 꿰찼다.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다른 선수가 내 자리를 원하며 밀고 들어온다. 항상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했다"며 당시 주전 경쟁에 혀를 내둘렀다.


화려한 공격 축구를 구사하던 레알은 이후 주제 무리뉴 감독과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을 만나 조직적인 수비에도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013-2014시즌 안첼로티 감독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사상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10회 우승을 달성하게 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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