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잃고 산산이 조각난 일상.. 그녀의 결심

장순심 입력 2021. 1. 1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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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영화 <그녀의 조각들>

[장순심 기자]

*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그녀의 조각들> 장면
ⓒ 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그녀의 조각들>의 마사(바네사 커비)는 임신부다. 그녀는 가정분만으로 출산하기를 희망한다. 드디어 기다리던 아이와 만나는 날이 되고, 마사는 담당 조산사인 바버라를 기다린다. 그러나 그 시각 바버라는 다른 산모의 출산을 돕고 있어 올 수 없다. 대신 조산사 에바(몰리 파커)가 마사의 집에 온다.

진통 주기 6분, 양수가 터지고 토할 것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마사와 잔뜩 겁을 먹은 듯한 남편 숀(샤이아 라보프)의 모습과 함께 장면은 거실에서 욕조로, 다시 침실로 이동하며 분만의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는 에바가 초음파를 통해 아이의 호흡을 체크하는 행동까지 긴장감 넘치게 쫓는다. 

마사의 가정 분만의 과정은 불안하고 위험해 보인다. 극한의 진통에 대한 몸부림 속에서 그녀가 가정분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로 가정분만을 원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태아의 호흡이 불안정하다고 느낀 조산사 에바는 남편 숀을 시켜 앰뷸런스를 부르지만, 마사는 절대로 병원은 가지 않겠다고 고집하고 결국 집에서 아이를 출산한다. 세상에 편안하고 완벽하게 안전한 출산은 없겠지만, 가정 분만의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기쁨도 잠시, 아이의 무호흡을 파악한 에바가 심장마사지를 시도하지만 결국 아기는 숨진다. 출산의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첫 장면에서 영화적 몰입이 크다.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이후는 영화의 제목과 같다. 마치 그녀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조각나 흩어지는 것 같다. 마사의 혼란, 슬픔, 무표정한 시선, 빈 동공과 충격을 받은 가족들이 수습하려고 보이는 노력들, 이와는 별개로 아이의 죽음을 둘러싼 형사 재판 등이 진행된다. 마사의 충격적인 변화에 비해 숀의 슬픔은 짧게 처리된다. 아빠로서의 상실감도 분명 클 것 같은데 다른 가족들의 시선과 영화의 시선은 오로지 마사에게로 향한다.

아이를 잃은 마사는 한 달이 채 안 되어 직장에 출근한다.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은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다. 그 시선 또한 그녀를 낱낱이 흩어놓는 듯하다. 다시 한 달가량 지나 아이의 장례식이 이루어진다. 묘비명의 이름이 잘못된 것을 안 마사는 예민한데, 숀은 무심하게 받아들인다.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닌데 장례식도 치르지 말지."
 
 영화 <그녀의 조각들> 장면
ⓒ 넷플릭스
 
다시 두어 달쯤 지나 마사는 아이의 짐을 치우고 아이의 흔적을 없앤다. 남편이 선물했던 아기의 초음파 사진이 걸린 액자도 치운다. 그 과정에서 액자 유리에 손을 베인 마사. 그녀는 마치 자신이 사라질 때까지 자신을 향해 날카로운 칼을 들이댈 것 같다. 관계 회복을 위해 숀은 여행을 제안하지만, 마사는 모든 상황에 싸늘한 반응을 보인다.

더는 그대로 지켜볼 수 없었던 마사의 엄마 엘리자베스(엘런 버스틴)는 가족을 불러 모으지만 그 자리는 부부의 파경의 자리다. 마사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가족들을 향해 거친 반응을 보이며 분노를 폭발시킨다.

한 아이를 잃었지만 부부의 상처는 서로 다르고 회복의 과정도 속도도 차이가 있다. 둘의 어긋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마사의 손톱 매니큐어는 벗겨진 그대로고 집안의 식물은 모두 죽었다. 부부는 직장을 그만두었고 술과 담배로 자신들을 괴롭힌다.

아이를 잃고 난 이후, 마사는 끊임없이 사과를 들고 베어 먹는다. 무심코 사과 씨를 뱉다가 사과 씨를 발아시키려 한다. 그녀에게 사과는, 사과의 향기는 아이의 향기다. 품에 안자마자 떠난 아이를 마사는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가족들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것을 요구한다. 숀과 마사가 상처를 회복하는 속도의 차이가 있었던 것처럼 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도 그녀와는 확연히 다르게 원래대로 돌아온 듯하다.

누군가는 비극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엘리자베스는 강조한다. 에바의 재판 날, 에바에게 실형이 내려질 것이 확실하다고 소송 대리인은 말하지만, 마사는 증인석에 서는 게 힘겹다. 마사는 휴정을 요청하고 출산 직후 찍은 아이의 사진을 찾으러 간다. 사진을 보며 마사는 처음으로 미소를 짓는다. 마사는 무언가 결심한 듯 재판장에게 할 말이 있다고 말한다. 마사는 누군가에 대한 재판의 평결도 형량도 단죄도 금전적 보상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떤 보상도 아이를 대신할 수는 없기에. 영화의 후반부는 그녀가 일상을 회복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감독은 아내 카타 웨버의 유산 경험과 그때 쓴 감정 일기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 감독 자신의 경험이 영화로 제작된 것이다. 이 영화는 2020년 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 경쟁부문에 올랐고 배우 바네사 커비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잔잔하지만 깊이가 있고 마사역의 바네사 커비의 연기는 아이를 잃은 엄마 그 자체라고 생각될 정도로 진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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