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 4마리로 시작한 목장.. 좌충우돌 목장지기의 하루

김예나 입력 2021. 1. 1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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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목장의 최승기·한흥순 부부 "내가 만든 치즈가 제일 맛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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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나 기자]

 
 (왼쪽부터) 최승기 씨와 한흥순 씨 부부, 아들 최태윤 씨
ⓒ 김예나
   
30여 년 전 최승기·한흥순씨 부부는 암소 4마리로 목장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한 마리, 한 마리씩 늘어 현재 140여 마리의 젖소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아들 부부(최태윤·이슬기)가 부모의 업을 잇고 있다. 이들은 목장에서 생산된 우유로 치즈·요거트를 만들며 육가공에 도전하고 있다.

1천만 원으로 목장 시작
  
최승기·한흥순씨 부부는 논농사와 밭농사를 지어왔다. 하지만 한 번도 농사일을 해보지 않은 한흥순씨에게 논·밭농사는 너무나 고된 일이었다. 한씨는 "농사를 짓다가 너무 힘들어 두손 두발 다 들고 포기를 선언했다"며 "마침 지인을 통해 낙농업에 대해 알게 돼 1천만 원으로 목장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부부는 지난 1989년 11월 두 아들의 이름(태정·태윤)을 붙인 '정윤목장'을 문 열었다.

출산 앞둔 소만 쳐다봤던 때

맨 처음 부부는 보름이 지나면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암소 4마리를 사와 애지중지 모셨다. 한흥순씨는 "목장을 운영하고 처음 소가 새끼 낳을 때는 보온덮개로 하우스를 짓고서 몇 날 며칠 소만 쳐다봤다"며 "소에 모든 정성을 쏟았다"고 말했다.

그 당시 부부는 축사도 중학생 아들 둘과 함께 지었다. 아들들이 들판에 놓인 볏짚을 옮겨만 줘도 품삯이 들지 않아 돈을 아낄 수 있었단다. 지금 생각해도 지독하게 돈을 아끼며 목장을 운영해 왔다고. 우사 뿐만 아니라 착유실도 직접 만들었기에 목장에 대한 부부의 애착이 크다.

그러나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인해 온 가족이 지은 우사가 하루아침 무너져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그 해 폭설이 내려 축사가 또 무너졌다고. 한씨는 "60~70평 되는 우사가 한순간에 무너져 너무 속상했다"며 "소가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한스수제요거트&치즈
ⓒ 김예나
   
"내가 만든 치즈가 제일 맛있대!"

30년 간 착유만 해 온 정윤목장이 유가공을 하게 된 것은 한흥순씨의 제안 때문이다. 3년 전 한씨는 당진낙농축협에서 진행한 유가공 교육에 참여했다. 처음 치즈 만드는 법을 배웠던 날에는 어렵고 힘들어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위에서 한 씨가 만든 치즈가 가장 맛있다는 이야기를 했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흥순씨는 "처음에는 치즈를 만들어서 여러 사람들과 나눠먹는 것으로 끝내려고 했다"며 "그러나 주변의 칭찬에 열심히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든지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건강을 위해 브라질산 유기농설탕을 사용해 단맛을 줄이고, 식용색소 대신 잼과 시럽, 청을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씨의 성을 딴 '한스 수제치즈&요거트'는 지난 2020년 3월 문을 열었다. 한흥순 씨는 "아들 부부가 큰맘 먹고 서울에서 와 일을 같이 하게 됐는데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부딪쳐 엄마로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좌충우돌 목장지기의 하루
 

한편 아들 내외인 최태윤·이슬기 부부는 부모의 유가공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지난해 2월 고향을 찾았다. 중학교 졸업 후 천안과 서울에서 지내온 그가 20년 만에 고향에 온 것이다. 20대 중반에 입사한 첫 해운회사에서 10년 간 회계업무를 맡아왔던 최태윤씨는 "부모님이 유가공업을 하시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시기가 직장생활에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던 때였다"며 "부모님이 오랜시간 운영해 온 목장이었고 유가공 역시 새로운 산업이라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당진에 정착한 그는 오전 4시 30분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아내·아들과 당진 시내에 살고 있기 때문에 아침 착유가 시작되는 시간에 맞추려면 새벽잠을 이겨내야 한다. 새벽 길을 달려 대호지면 마중리에 위치한 목장에 도착하면 곧바로 아침 착유를 한다. 이후 어머니 한흥순씨가 만든 요거트와 치즈가 입점된 매장에 들려 물건을 들여놓는다. 그리곤 오후 5시가 되면 다시 목장을 찾아 저녁 착유를 시작한다. 

그동안 부모님을 따라 목장 일을 돕긴 했지만, 도시의 직장생활과 상반되는 목장 일을 업으로 하면서 좌충우돌했을 때도 있었다. 지난해 가을에는 우유를 통에 잘못 넣어 1톤 가량의 우유를 몽땅 버리기도 했단다.

한편 최태윤씨는 코로나19로 요즘 생각이 많다. 코로나19로 정체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 목장을 운영하며 유가공사업을 이어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그는 "부모님이 최선을 다해 30여 년간 이끌어 온 목장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목장에서 생산한 1등급 원유로 만든 건강하고 맛 좋은 치즈와 요거트를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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