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이 또한 지나가리'에 담긴 두가지 뜻

이경랑 입력 2021. 1. 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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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이경랑의 4050세일즈법(34)
올해로 25년 차가 되는 보험회사 김 팀장. 내세울 것 없는 학벌에, 특별한 사회 경험도 별로 없는 젊은 나이에 지방 중소도시에서 터를 잡고 시작한 보험 세일즈였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그렇다) 그가 딱 하나 목표로 삼은 것은 ‘매년 꾸준한 성장’이었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듯이 어렵고 힘든 경험 속에서 실적도 미미했지만, 이제는 억대를 훌쩍 넘는 소득을 꾸준히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이런 이야기와 함께 컨설팅을 의뢰해왔다.

“지난 3년간 계속 똑같은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매년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뭔가 정체되어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반성이 되네요. 주변에서는 요즘 같은 불황에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들 하지만, 그냥 이렇게 안주하고 싶지는 않아요. 제 영업 방식에 어떤 자극과 변화가 필요할지 도와주세요.”

그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내게 먼저 다가온 것은 그의 에너지와 힘이었다. 1~2년 전 마음에 와 닿던 광고 문구가 떠올랐다. ‘계속하는 것이 힘이다’라는 모 대기업의 광고였다. 당시 강하게 영감과 위안을 함께 주는 문구여서 지금도 마음에 잘 새기고 있다. 작지만 ‘나를 고용하는’ 자기 사업을 하다 보니 아마 더 마음에 와 닿았겠지만, 세일즈 분야에서도 ‘계속하는 힘’에서 오는 감동을 자주 만난다. 잠깐, 반짝, 좋은 성과를 내는 세일즈맨은 많다. 하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좋은 실적을 보여주는 세일즈맨은 흔치 않다. 게다가 아주 오랫동안 고성과자로 모범을 보이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25년 차의 보험회사 김 팀장. 그가 딱 하나 목표로 삼은 것은 ‘매년 꾸준한 성장’이었다. 이제는 억대를 훌쩍 넘는 소득을 꾸준히 받고 있다. 그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내게 먼저 다가온 것은 그의 에너지와 힘이었다. [사진 pixabay]


우리 회사에 개인 컨설팅을 의뢰한 김 팀장도 꽤 오랫동안 고성과를 보여주고, 끊임없이 학습하고 성장하는 모범적인 세일즈맨이다. 그는 처음부터 그랬던 것도 아니고, 표현하지 않았지만 실패는 물론 좌절한 날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계속할 수 있었음’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여러 요소가 어우러져 그의 ‘계속하는 힘’이 발휘되었겠으나 나는 그의 말에서 답을 찾았다. 그에게 그 힘은 바로 ‘꾸준한 성장’이라는 분명한 목표에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성장을 위한 작은 노력이 합쳐져 작은 성장이 이루어지고, 또 한 계단, 다시 한 계단을 밟아 어느 날 좀 다른 무대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성장을 목표로 지속하는 것에는 ‘겸손’이라는 테마가 있다. 기업도, 개인도 마찬가지다. 잠깐의 실적이 미래의 성장을 다 예측하는 것은 아니기에 이 작은 성장이 더 좋은 지속 성장이 되어야 한다는 긴장감은 자신이 더 크게 성장해야 한다는 목표가 된다. 그 긴장감의 토대는 지금은 부족하다는 ‘겸손’이다.

다윗 왕의 반지에 새겨진 문구로 알려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두 가지의 뜻이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낸다는 뜻도 있지만, 승리를 거둔 기쁨을 차분히 다스리기 위함도 있다. 계속하는 힘, 지속의 힘은 단순히 역경을 이기는 것뿐만 아니다. 여기에 성과에 도취돼 성장에 대한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는 조건이 결합되어야 비로소 제대로 발휘되는 것이다. 지속의 힘에 대비되는 것이 바로 ‘관성의 굴레’이다. 보험사 김 팀장님이 보여준 ‘겸손’은 단순한 마음가짐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정체되어 있음을 반성한다’는 표현으로 자신에게 묻어있을지 모르는 관성을 벗어버리고자 했던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하고,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이 변하고 있다.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단단히 부여잡되, 내 입장에 대한 고집이나 효율과 편리함이 관성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 [사진 pxhere]


관성은 물리학 용어에서 출발한다. 처음의 운동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질. 이는 우리의 일상에서는 습관이라는 용어와 비슷하고 비즈니스나 업무에서는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려는 관행과도 같다. 좀 더 내 방식대로 설명하자면, 변화를 거부하고 익숙한 방법으로 일을 바라보고 처리하려 하는 행위이자 고집이다. 더 나은 방법뿐 아니라 새로운 관점과 시도를 거부하고 자신의 방법과 생각의 틀에 갇혀 있는 것. 그 틀이 굴레가 되어 성장을 방해하게 되는 것이다. 25년간 김 팀장은 분명 꾸준히 변화하고, 성장했을 테지만 성과로 증명된 익숙한 업무의 방식도 있을 것이다. 그 방식이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시대의 변화를 미처 반영하지 못하고 있거나, 나도 모르는 나만의 고집이 묻어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 이러한 점검의 필요성을 느끼고 변화를 모색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관성을 벗고 제대로 된 지속성의 힘을 창조하는 길이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하고,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이 변하고 있다.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단단히 부여잡되, 내 입장에 대한 고집이나 효율과 편리함이 관성이 되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 관성을 벗으려는 끊임없는 역동성을 기반으로 목적에 맞는 지속성이 발휘될 때 진정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25년 차 세일즈맨 김 팀장님과의 코칭 시간이 기대된다. 그의 내공이라면 분명 스스로 자신의 관성을 발견하고, 이를 변화시켜낼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가 가진 지속의 힘에 나도 자극받고, 에너지를 얻어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멋진 하모니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SP&S 컨설팅 공동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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