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선 긋고 이재명에 쓴소리..'호빵맨' 정세균 달라졌다

윤성민 2021. 1.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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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대기업-스타트업 간 새로운 상생협력'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32차 목요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익공유제라는 게 어떤 정신이죠?”(방송인 김어준씨) “글쎄요. 저는 그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습니다.”(정세균 국무총리)
정 총리는 취임 1주년을 맞은 14일 서울교통방송(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렇게 답했다. 이익공유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제안한 아이디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린 기업이 이익의 일부를 자발적으로 내놓자는 구상이다. 정 총리는 ‘이익공유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이 대표의 의제와 선을 그은 것이다.

푸근한 인상과 부드러운 스타일로 ‘미스터 스마일’,'호빵맨'으로 불렸던 정 총리가 달라졌다. 점잖은 말투로 상대의 이해를 구하던 이전 모습과 달리 차기 대통령 선거의 당내 경쟁자를 향해선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일도 잦아졌다.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집중했던 정 총리가 존재감을 키우며 대선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왼쪽부터). [연합뉴스]

정 총리는 지난 7일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평소와 달리 센 어조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서다. 이 지사가 연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의제로 던지면서 지지자들의 호응을 얻는 가운데 나온 직격탄이었다.

이어 14일엔 이 대표가 주장한 이익공유제에 대해선 이날 방송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이뤄진 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제동을 걸었다. 또 “다른 갈등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당내에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추진하는 이 대표와는 생각이 다르다고도 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 총리가 자신의 장점인 '합리적인 면모'를 보임으로써 존재감을 높일 수 있다고 본 것 같다”고 했다.
정 총리의 핵심 참모들은 "전직 대통령 사면, 이익공유제라는 의제를 제시했지만 반발에 부딪힌 이 대표, 당 지지층이나 일반 국민들 사이에 비호감도가 높은 이 지사 사이에서 정 총리가 확보할 공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도층 공략에 최적화된 인물이 정 총리라고 주장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 총리에겐 기업인 출신다운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 국민에게 이 부분이 어떻게 인정받을지가 관건 아니겠나”라고 했다. 정 총리는 1978년 쌍용그룹에 입사해 임원까지 올랐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총리가 제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추-윤 갈등’ 때부터다. 정 총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고조됐을 때 추 장관을 향해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윤 총장을 향해선 “좀 자숙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침묵하는 사이 정 총리가 중재자로 치고 나간 모양새다.

정 총리의 숙제는 여전히 낮은 지지율이다. 차기 대선 주자로서 정 총리의 선호도는 여전히 3%대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서 대선 행보에만 몰두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말 영남권을 연이어 찾고, 홍보성 이벤트 등 대권 행보로 비칠 수 있는 일정을 이어가다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정 총리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정 총리는 ‘합리적인 정치인’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그런 이미지로 승부를 하다보면 찬스가 올 것"이라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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