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재택근무가 장기화 되며 예상치 못한 아쉬움이 생겼다. 출근길에 카페에 들러 샀던 한 잔의 커피가 그리워진 것이다. 사무실이 어디에 있으나 노동력의 원천은 커피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처럼 커피를 연료 삼아 일하는 직장인이라면 침대에서 책상으로 출근하는 길에 들를 ‘홈카페’를 열어 볼 때다. 커피라고는 아메리카노와 테이크아웃 밖에 모르는 초심자라도 아래의 방법 중 하나를 고른다면 어렵지 않게 직접 내린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열 수 있다.
◇ 공유와 김연아가 광고하는 그거, 인스턴트 [난이도 : ★ / 뜯고 붓고 저으면 끝]
커피를 만들기 위해선 원두와 도구 서너 개가 필요하다. 하지만 인스턴트 커피는 손만 있으면 된다. 커피 포장을 뜯고 물에 타기만 하면 완성 되기 때문이다. 매우 간단하고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다만 매일 커피를 카페에서 사 마시던 사람에겐 맛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 준비물 : 인스턴트 커피(1봉 130~300원), 뜨거운 물
◇ 날개를 펼쳐봐, 드립백 [난이도 : ★ ★ / 뜯고 살살 펼쳐서 걸고 부으면 끝]
두 번째로 간단한 것은 드립백이다. 드립백커피는 분쇄한 원두를 일회용 종이 드리퍼에 1회분 씩 담은 것이다. 드립커피를 어디서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간편화했다. 포장지에서 드립백을 꺼내 펼치면 잔에 걸칠 수 있는 모양이 된다. 여기에 물을 부으면 잔에 커피가 떨어진다. “참 쉽죠?”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과정이다.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여러 카페에서 드립백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드립백을 걸칠 잔이 너무 크거나 깊이가 얕으면 작으면 고리가 찢어지거나, 불안정할 수 있으니 적당한 크기의 잔을 사용하자. 드립백을 펼칠 때 주의하지 않으면 커피 가루가 쏟아질 수 있다. ※ 준비물 : 커피 드립백(1개 700~2000원), 드립백 사이즈에 맞는 크기의 잔, 주전자, 뜨거운 물
◇ 도구 이용 괜찮으시겠어요? 프렌치프레스 [난이도 : ★ ★ ★ / 넣고 붓고 기다리다가 꾸욱 내리면 끝]
여기서부터는 커피 추출을 위한 도구와 분쇄 원두가 필요하다. 어려운 이름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프렌치프레스는 커피 가루를 물에 잠기게 해 추출하는 침출식 커피 추출 도구다. 잎차를 우려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평소 진하고 묵직한 스타일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커피 가루를 프렌치프레스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3~4분 정도 기다린 다음 위에 달린 거름망 손잡이를 눌러 커피 가루를 분리하면 끝이다. 종이 필터를 사용하지 않고 커피 가루를 직접 물에 담갔다가 빼는 방식이라 처음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거름망의 구멍보다 작게 분쇄된 원두를 이용하면 커피 가루를 그대로 마시는 슬픈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원두의 분쇄도를 확인하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 준비물 : 프렌치프레스(9000~3만원), 분쇄 원두(200g 1~2만원, 1잔 기준 10~20g 사용), 뜨거운 물
◇ 핸드드립? 푸어오버? 부어버려! 드립 [난이도 : ★ ★ ★ ★ ★ / 넣고 두 세 차례에 걸쳐 살살 부으면 끝]
카페에서만 봤던 핸드드립을 집에서도 할 수 있다. 몇 가지 도구만 있으면 가능하다. 드리퍼, 서버, 여과지와 분쇄원두가 있어야 한다. 추출되는 커피를 받는 서버는 컵 등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드리퍼와 여과지는 꼭 필요하다. 조금 더 본격적으로 드립을 해보고 싶다면 드립용 포트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주전자의 추출구가 드립에 알맞은 모양이다. 여기에 조금 더 욕심을 내 물 온도를 잴 온도계와 원두 양을 잴 저울까지 있으면 완벽하다. 커피도구를 판매하는 사이트에 초심자를 위한 핸드드립 세트 등을 판매하니 한 번에 구매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초심자의 경우 처음부터 너무 비싼 도구를 사기보다 널리 쓰이는 적당한 가격대의 제품을 사용해 보는 것이 좋다. 추출 원리는 같지만 브랜드마다 특성이 조금씩 다르니 살펴보고 사는 것을 권한다. 서버에 여과지를 장착한 드리퍼를 올려 놓고 분쇄 원두를 넣은 뒤 포트를 이용해 물을 떨어트리면 된다. 일단 원두를 넣고 물을 부으면 커피가 나오지만 원두의 종류와 분쇄도, 물 온도, 내리는 사람의 숙련도에 따라 커피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처음 내려볼 때는 분 원두와 물의 비율을 1:12~1:15 정도로 추출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마셔보고 기호에 따라 농도를 조절하면 된다. ※ 준비물 : 드리퍼, 여과지, 서버, 포트, 분쇄 원두, 뜨거운 물(+a 온도계, 저울 등)
◇ 기계님, 돈을 드릴테니 힘을 빌려주세요. 캡슐커피머신 [난이도 : ★ / 캡슐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끝]
이 모든 것이 번거롭고 일정 수준의 맛이 보장되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기계의 힘을 빌리자. 각종 드라마에 PPL로 자주 등장하는 캡슐커피머신을 이용하면 캡슐을 넣고 버튼만 누르면 된다. 캡슐에 담긴 1회분의 커피를 전용 기계의 압력을 이용해 추출하는 방식이다. 에스프레소 기계를 간소화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커피 가루가 알루미늄 등의 소재로 밀봉돼 있기 산화 등의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여러 브랜드가 있지만 네스프레소, 일리, 네스카페 돌체구스토 등이 대표적이다. 머신의 가격 및 디자인과 성능, 각 브랜드마다 나오는 커피캡슐의 종류와 특성이 상이하니 충분히 살펴보고 사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다양한 카페에서 캡슐커피머신에 사용할 수 있는 커피캡슐이 판매되고 있는데, 자신의 머신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꼭 확인해 보고 사야 한다. 추출 자체는 간편하지만 식음료를 만드는 기계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세척하는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 ※ 준비물 : 캡슐커피머신, 캡슐커피(1개 500원~1000원), 물
◇ 홈카페 TMI
얼어죽어도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위의 방법으로 만든 커피에 얼음을 넣으면 아이스커피 완성.
커피는 내가 마실건데, 원두는 누가 갈래? 남이 해줄 수 있다. 원두를 살 때 분쇄해달라고 하면 된다. 이 경우 어떻게 추출해 마실 것인지 이야기하면 이에 맞는 사이즈로 원두를 갈아준다. 도구 마다 적절한 분쇄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추출도구를 사용할지 정하고 분쇄도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내가 갈아서 쓸 수도 있다. 이 경우 핸드밀이나 전동 그라인더 등이 필요하다. 핸드밀을 이용하면 인격 수양도 함께 할 수 있다.
원두는 냉장고에 보관해야 해? 커피는 산소, 직사광선, 열, 습기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신선 식품이다. 냉장고나 냉동고에 보관하면 용기를 열 때마다 수분이 응축돼 풍미가 떨어진다. 일주일 정도 사용할 분량을 상온에 밀폐해 보관하는 것이 좋다. 다만 분쇄가 되지 않은 원두를 오래 보관했다가 개봉해야 할 때는 1~2주 정도 냉장보관을 하는 것도 괜찮다. 낮은 온도가 숙성을 늦춰주기 때문에 산패 속도도 느려진다.
핸드드립 물은 펄펄 끓여서? 물이 충분히 뜨겁지 않으면 신맛이 많이 우러날 수 있고, 물이 너무 뜨거우면 커피가 쓸 수 있다. 보통 85도에서 96도 정도가 적당하다.
내가 만든 커피도 맛있을까? 인스턴트, 드립백, 캡슐 등은 어느 정도 일정한 커피 맛을 보장한다. 하지만 핸드드립의 경우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내가 만든 커피 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인터넷이나 유튜브, 관련 서적 등을 통해 추출 레시피를 확인하고 몇 번 연습해 보는 것이 좋다. 단골 카페에서 원두를 살 때 해당 원두에 어울리는 추출 레시피를 물어보는 것도 팁이다. 이런 과정에서 번거롭지 않고 재미를 느낀다면 커피가 새로운 취미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