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력 관리 열 올리는 보험사..채권 재분류 논란 왜

부광우 입력 2021. 1.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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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종류만 바꿔 RBC 비율 관리 '착시효과'
"임기방편 아닌 근본적 자본 확충 강구해야"
국내 보험사들이 자본력 지표를 끌어 올리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채권 재분류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픽사베이

국내 보험사들 중 상당수가 보유한 채권 종류를 내부적으로 변경하는 방식을 통해 자본력 지표를 끌어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험사의 재무적 부담을 늘리는 새로운 규제 도입이 다가오자 임시방편으로 이 같은 채권 재분류가 더욱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근본적인 자본력 개선을 저해하는 꼼수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0년 말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최근 10년 간 국내 24개 생명보험사 중 13개사가 채권 재분류를 단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도 장기손해보험을 판매하는 15개사 중 6개사가 이 같은 재분류를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보험사가 유상증자나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 방안뿐 아니라 채권 재분류를 통해서도 지급여력(RBC) 비율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RBC 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 때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숫자로, 보험사의 자산 건전성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다.


금융사는 갖고 있는 채권을 매도가능금융자산 또는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매도가능금융자산은 단기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금융자산도 아니고 회사채와 같은 만기가 있는 자산도 아닌 나머지 금융자산 모두를 일컫는 표현으로, 시장가치로 평가돼 금리 하락 시 채권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본 증가로 RBC 비율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반면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인해 자본이 감소하며 RBC 비율이 끌어 내리게 된다. 이처럼 금리 상승이 예상될 때 매도가능금융자산을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하면 금리 변화가 반영되지 않아 자본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만기보유금융자산은 그 이름처럼 금융사가 만기까지 보유할 적극적인 의도와 능력이 있는 금융자산을 가리킨다.


생보업계의 경우 금리가 하락하던 2012년부터 2016년까지 8개사가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채권을 재분류했고, 같은 기간에 다시 이를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해 금리 추세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고채 금리는 2018년부터 다시 하락했으나, 이 시기에도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한 생보사들은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한 경험이 있는 곳들이었다.


손보업계에서는 금리가 급격히 하락한 2016년을 전후해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의 재분류가 집중됐다. 반면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한 손보사들 역시 모두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일부 보험사들의 이 같은 채권 재분류 현황과 RBC 비율 변화를 살펴보면, 재분류 후 RBC 비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금리 변동에 의해 다시 RBC 비율이 하락해 재분류를 반복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이렇게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채권 재분류를 활용하고 있는 배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이에 따라 국내에 마련되는 신 지급여력제도(K-ICS)가 자리하고 있다. 2023년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는 크게 늘어난다. 요즘 보험업계가 자본력 관리에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쓰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이용하는 채권 재분류가 현행 제도에서만 유용한 방법이란 점이다. 새로운 제도 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이익의 내부 유보,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 등 근본적인 자본 확충 방안이 요구된다는 조언이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로 도입될 시가 기준 K-ICS는 모든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므로 채권 재분류에 의해 RBC 비율이 변화하지 않는다"며 "조건부 자본증권은 일정 조건하에서 자동으로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되는 특징이 있는 채권으로, 손실 흡수에 활용할 수 있으나 보험사가 활용하기 위한 발행 근거가 필요하므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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