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난데없는 '방통대 로스쿨법'..사시부활론 들쑤셨다

김준영 2021. 1. 1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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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이 6일 발의한 방송통신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 법안(국립 방송통신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두고 법조계가 들끓고 있다. 이번 법안에 따르면 방통대는 기존 로스쿨 입학정원(2000명) 외 인원(향후 교육부 장관이 관계 단체와 규모 협의)을 선발할 수 있다. 온라인 접근과 저렴한 학비를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법조인 문호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법안이 발의되자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들이 참여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12일 “성급한 법안 발의”라며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현재 협회장 선거가 진행 중인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후보자 전원(각각 5명ㆍ3명)도 일제히 공약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 연일 철회 요구를 성토 중이다. ▶온라인 수업으론 질적ㆍ양적으로 충분한 실무교육을 익히기 어렵고 ▶현재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 수준인 상황에서 추가 정원 확대는 ‘변시 낭인’을 양산할 우려가 있으며 ▶지금도 충분히 변호사 시장이 포화했다는 점이 주요 논거다.

민주당 진영에서 방통대 로스쿨 도입 주장을 처음 꺼낸 것은 2015년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의원이었다. 자기 아들의 로스쿨 낙제 구제 외압 의혹이 불거지면서 ‘돈스쿨’ ‘금수저 로스쿨’ 논란이 일자 내놓은 카드였다. 당시 신 의원은 자신을 향한 비난을 “사법고시 존치론자 쪽에서의 공격”이라며 “내 소신은 로스쿨 강화론이다. 방통대에서 로스쿨 만든다고 하는데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잠복했던 방통대 로스쿨 도입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공약으로 전격 반영됐다.조국 사태를 계기로 '기회의 불공정'이 화두로 떠오르는 상황이 촉매가 됐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법조인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법안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민주당 내 법조인 출신 의원은 30명이다. 충청권의 한 법조인 출신 의원은 14일 통화에서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방송을 보면서 법률을 공부한다는 게 쉽지 않다. 장밋빛 전망과 달리 변시 낭인만 더 양성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번 법안 공동 발의자 10명 중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은 없고 법조인 출신은 1명(송영길 의원)뿐이다. 한 법사위원은 “방통대 로스쿨 설치는 여러 상황과 이해관계를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면서도 “법사위에선 이 문제를 한 번도 논의한 적 없다”고 전했다. 법조계 일각에서 “비법조 출신인 정 의원이 총대를 멘 것 아니냐”(익명 요구한 한 사립대 로스쿨 교수)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2016년 2월 14일 '로스쿨 낙제 아들 구제의혹'을 받던 신기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당 징계 불복, 탈당 기자회견을 연 모습. 당시 신 의원은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원자격정지 3개월을 처분받은 상황이었다. [연합뉴스]


방통대 로스쿨 도입 주장은 오히려 시들해졌던 사시부활론을 자극하는 양상이다. 한 검사 출신 민주당 의원은 “경제적 약자를 위하고 싶다면, 오히려 방통대 로스쿨보단 사법고시를 일부 존치하는 게 정공법”이라고 말했다. 2020년 전국 25개 로스쿨 신입생 중 51.4%가 고소득층(소득분위 9ㆍ10구간) 자녀였다는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거론하면서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검사 출신 의원도 “로스쿨이 처음 도입된 노무현 정부 때도 법조계 반발이 컸다. 로스쿨이 사시보다 계층 사다리로서의 실효성이 있느냐 논의해보자는 말이 나왔지만, ‘법조인 카르텔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논리 앞에 여론이 모두 기울었다”며 “사시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영ㆍ남수현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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