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군의 실험, 세계적 '무비 테마파크' 꿈이 현실로?

이성규 2021. 1. 16.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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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역 발전계획' 성공할까


일본과 중국, 홍콩에는 있지만 한국엔 없는 것은? 정답은 디즈니랜드다. 국내에도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라는 대표적인 테마파크가 있지만 세계적 테마파크에 비해 규모나 시설 면에서 미치지 못한다.

국내에서 세계적 테마파크 조성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 이후 무려 10여 차례나 있었지만 부지 확보 문제 등의 이유로 번번이 실패했다. 최근 미군 부지를 이용하는 아이디어로 경기도 연천군이 무비 테마파크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 역시 세계적 테마파크를 최첨단 서비스 사업으로 보고 지원에 나설 태세다.

세계적 테마파크 조성 말잔치뿐

2007년 11월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화성에 ‘한국판 유니버설스튜디오’를 2012년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경기도는 연간 3조원의 생산효과와 5만8000명의 고용효과, 1900억원의 세수 증대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기도와 화성시, 유니버설스튜디오 컨소시엄이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그러나 판권 문제로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참여를 백지화하면서 애초 계획은 어그러졌다. 현재는 신세계가 쇼핑몰 등을 포함한 복합테마파크로 변경해 사업을 재추진 중이다.

2010년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약속했던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조성 사업 역시 예산확보 등의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밖에도 파라마운트사는 2003년부터 제주도, 인천 송도, 대전, 경기도 안산 등 지방자치단체와 무비 테마파크 조성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2000년 이후 10곳의 지자체가 시도했지만 성공한 곳은 없다.

이처럼 세계적 테마파크 유치 계획이 번번이 실패한 이유는 대부분 토지 확보 때문이다. 테마파크 조성은 건설비 등 기본시설에 투입되는 비용이 많은 만큼 부지 확보에 큰돈이 들어가면 수익이 나기 힘든 구조다. 물론 부지가 확보되더라도 투자비용 유치, 사업 인허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추운 날씨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

경기 북부 접경지역 연천군이 세계적인 무비 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연천군은 전곡읍 일대 30만평 부지에 영화를 테마로 한 어트랙션 외에도 스키장, 온천형 워터파크 등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주한미군 부지를 이용해 안정적인 부지 확보가 가능하다. 개발 예정지가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특별법상 지원 대상으로 선정, 부지 수용이 가능해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게 연천군의 설명이다. 테마파크 최초로 태양광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해 이를 활용하는 그린 뉴딜 방식도 도입된다. 연천군의 단점으로 꼽히는 추운 날씨를 오히려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테마파크 내에 초저온 기술을 통한 친환경에너지를 활용해 영하 50도 수준의 기온과 시속 148㎞ 이상의 풍속을 체험할 수 있는 남극 세종과학기지를 구현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에 ‘연천군 무비월드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포함시켰다. 연천군의 실험이 성공하면 2025년에는 유니버설스튜디오나 파라마운트에 버금가는 한국판 할리우드 무비 테마파크가 생기게 된다. 이 사업의 영화 콘텐츠 담당사인 피이에이치코리아 김해욱 대표는 15일 “영화 판권은 한 영화사와 전속 계약을 맺지 않고 개별 영화별로 사 올 예정”이라며 “디즈니 만화영화는 물론 파라마운트사의 타이타닉, 유니버설사의 쥬라기파크 등 다양한 콘셉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서울 인접 지역보다 떨어지는 접근성, 군사도시라는 선입견, 안정적인 투자자 확보 등은 연천군이 풀어야 할 숙제다.

측면 지원 강화하는 정부


세계적 테마파크들이 해당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일본 오사카의 유니버설스튜디오 재팬은 개장 첫해인 2001년부터 흑자를 내면서 침체 분위기였던 오사카시를 살렸다. 미국 올랜도의 디즈니랜드는 오렌지 생산 외에 딱히 내세울 게 없었던 올랜도를 세계적 도시로 만들었다. 한 해 올랜도 디즈니랜드에 찾아오는 관광객은 2000만명이 넘는다. 이에 비해 에버랜드 입장객은 600만명 수준이다.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싱가포르와 오사카의 유니버설스튜디오, 중국 상하이와 홍콩에 위치한 디즈니랜드는 모두 50년에서 99년까지 무상 수준의 부지 임대 혜택을 받았다. 막대한 부지 확보 비용으로 번번이 실패한 한국과 대조적이다. 교통연계 지원도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시설이 들어서도 수도권에서 접근이 용이하지 않으면 집객(集客)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를 서비스산업 혁신의 원년으로 잡은 정부도 세계적 테마파크 조성사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도체 등 경쟁력 있는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 기반은 취약한 게 사실이다. 정부는 올해 28조원을 계획하는 기업투자 프로젝트 지원사업으로 화성 복합테마파크, 고양 체험형 콘텐츠파크 조성사업을 포함시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8조원 가운데 현재 18조원 수준의 신규 프로젝트 발굴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경쟁력 있는 서비스산업으로 부각되는 글로벌 테마파크 조성도 신규 프로젝트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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