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크레딧㉔] 루나·노을·김준수와 작업한 빅가이로빈, 소리없이 강하다

류지윤 2021. 1. 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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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늦은 밤 너의 집 앞 골목길에서' 프로듀싱
빅가이로빈 첫 작업물은 루나 '원하기 전에'
"조용하고 꾸준히 음악하고 싶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유예솔, 이보현, 서충희, 최석환, 김병완ⓒ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빅가이로빈은 노을의 '늦은 밤 너의 집 앞 골목길에서' '너의 곁에만 맴돌아' 김재중의 '여리고 여린 사랑을' 김준수의 '너를 쓴다' '요즘' 등을 탄생시킨 프로듀싱팀이다. 서충희·최석환·김병완·이보현·유예솔 5인으로 이뤄져 있으며 2017년 10월 팀이 꾸려졌다.


"제가 편곡을 하고 충희 형이 멜로디를 쓰는 편곡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사람들을 모았어요. 예솔이 같은 경우는 졸업 공연 음원을 유튜브에서 우연히 듣게 돼, SNS로 연락을 했고, 보현 누나는 피아노 전공이었는데, 팀 내 악기에 조예가 깊고 편곡에 능한 사람이 또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함께 음악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병완이는 제가 아는 가이드 보컬의 지인이었어요. 음악 한다길래 들어봤더니 잘 쓰고, 또 쓰는 속도가 매우 빠르더라고요."(최석환)


최석환과 김병완은 음악을 전업으로 하고 있지만 서충희, 이보현, 유예솔은 생업을 겸업 중이다. 서충희는 현재 수학강사로 활동 중이고 본인의 앨범을 발표한 이력도 있다. 이보현과 유예솔은 보컬 학원 출강과 레슨을 겸하고 있다.


"생각보다 저작권이 많지 않아요. 어떤 곡이 차트 1위를 하면 대한민국 1위니까 대단히 부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단한 오해입니다. 원래 배경이 좋은 집안이 아니라면 생계를 위한 겸업이 필요해요. 미디어가 만들어놓은 허상이 커요. 작곡가가 몇십 만명일텐데 그 중에 손에 꼽히는 사람들을 조명해, 수익적인 낭만을 기대하고, 그걸 동력으로 삼으면 안돼요. 수익을 바라기보단 음악을 하며 본인 스스로 힐링을 할 수 있는게 작곡가로 오래 갈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최석환)


이들은 곡의 의뢰가 들어오면 협력 혹은 경쟁 구도를 상황에 따라 만들어 작업한다. 경쟁 구도로 결정이 된다면, 한 곡을 빅가이로빈 팀에게 의뢰할 시 다섯 곡을 받아볼 수 있다. 이 점이 빅가이로빈팀의 경쟁력 중 하나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다섯명 모두가 같은 타겟을 보고 씁니다. 노래를 보내서 누락된 곡이 생기면 서로가 그 곡이 왜 누락됐는지, 선택된 곡은 어떤 점이 좋았는지 분석하고 배우려고 해요. 시간이 부족하면 가수에게 잘 맞는 탑라이너가 붙을 수 있도록 협력합니다."(서충희)


이 팀은 발라드 곡 위주로 프로듀싱을 하고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발라드곡의 의뢰가 비율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루나의 '원하기 전에'가 기점이 됐어요. 이 곡을 많이 좋아해줘서 노을 노래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다른 장르도 자신 있습니다."(유예솔)


빅가이로빈은 곡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수익을 가져가지 않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각자 음악적 색깔이 달라 다섯 명 모두 참여한 곡이 아직 없다.


"저희는 곡에 참여하지 않으면 수익을 무조건 가져가지 않아요. 그래도 팀명으로 크레딧에 올라가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의 업력도 올라가죠. 서로가 서로를 배우고 배려하는 자세를 기본으로 유지하기 때문에 이렇게 팀이 운영될 수 있는 것 같아요."(최석환)


빅가이로빈은 대중음악을 하는 이상, 리스너들의 귀를 설득할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한다. 이에 대중성의 지표가 되는 음원 차트에 진입한 곡들을 듣고 의견을 나눈다.


"곡의 주제나, 하이라이트, 어떤 감성을 가지고 있는지 각자의 생각들을 주고 받아요. 또 자신의 곡에 대입할 수 있는 방법도 찾고요. 멈춰있지 않고 성장하는 음악을 오래 들려드리고 싶기 때문에 이런 공부를 꼭 하려고 합니다."(이보현)


또 이들은 작곡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건넸다.


"본인 작업물을 많이 들려주는게 중요해요. 대중음악을 하기로 했으면 비판 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프로작곡가가 되면 평가 받는 일은 계속 되거든요. 또 자신의 음악에만 젖으면 안됩니다. 다른 곡이 왜 떴는지 정도는 분석할 수 있어야 해요."(최석환)


빅가이로빈은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그저 꾸준히 음악을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업에 종사하면서 음악을 쉽지 않게 하고 있는 만큼, 일확천금이나 유명세를 바라고 음악을 하는건 아닙니다. 조용히 오래도록 좋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저 말고도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서충희)


각자의 음악적 목표와 바람도 들어봤다. 빅가이로빈이 추구하는 서정적인 마음과 음악을 마주하는 자세를 짐작 할 수 있는 다섯 명의 진심이 돌아왔다.


"들었을 때, 마음 속 누군가가 떠오르는 노래를 쓰고 싶고,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힘든 요즘 같은 시기에도 사랑하셨으면 좋겠어요."(서충희)


"누구나 음악을 하게 된 계기가 분명히 있잖아요. 어렸을적 문득 좋아했던 작곡가 겸 가수의 곡이 어느 장르, 어느 가수에게 갔든 '이 곡 그 분꺼네'라는걸 느낀 적이 있어요. 누가 만들었는지 알아챘을 때 느낀 희열감과 센세이션은 지금도 잊지 못해요. 제 음악도 그런 영향을 끼치기를 바라고, 대중들에게 친근한 뮤지션으로 남고 싶습니다."(유예솔)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직업으로 삼기가 쉽지 않는데, 감사하게 지치지 않고 지금처럼 또는 지금보다 더 계속 나아가는 그런 작곡가가 되고 싶습니다."(김병완)


"작가는 음지에 있을 때 가장 빛나는 법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티스트들에게 더욱이 든든한 서포터로 인식되어 음악 하는 게 목표입니다."(최석환)


"늦은 새벽에 들어도, 쨍한 아침에 들어도 얼마든지 위로받을 수 있는 곡을 쓰고싶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이 생각나는 곡들을 만들고싶어요."(이보현)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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