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킥! 굴을 더 맛있게 먹는 법
겨울이면 굴 무덤을 만들 각으로 굴을 수북이 쌓아놓고 즐기는 우리와 달리 서양에서는 굴에 개당 가격을 지불하며 감질나게 먹는다. 한국은 서해의 갯벌, 남해의 작은 섬들에서 굴이 술술 자란다. 흔하니 귀한 줄 모르고 먹었다. 그래서 마땅한 조리법도 없다. 그냥 너나없이 초장 찍어 소주랑 먹는다. 굴이 귀한 줄 아는 서양에서는 굴 조리법이 굴 품종만큼이나 다양하다. 해외에서 굴을 근사하게 즐겨본 사람이 늘어나면서, 요즘은 싱글 몰트 위스키 바에서 굴을 내놓기도 하고 아예 굴을 전문으로 하는 오이스터 바도 생겼다.
한국은 굴에 초고추장을, 일본은 굴에 초간장을 뿌리는 배경에도 ‘초’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일단 오이스터 바의 테이블에 기본으로 놓이는 것은 굴이랑 잘 어울린다고 검증된 양념들이다. 레몬과 와인 식초, 타바스코소스, 홀스래디시소스, 칵테일소스, 후추(좋은 후추는 기분 좋은 산미를 지닌다!) 등을 하나씩 차례로 뿌려 맛을 보며 내 취향을 찾아가면 된다. 한편 올리브오일은 굴의 버터, 견과류의 풍미를 더 끌어올리고 싶을 때 뿌리면 좋다. 물론 와인 식초에 다진 샬롯, 갓 갈아낸 후추를 섞은 미뇨네트소스가 있는 상태라면, 이를 티스푼으로 떠서 얹어 먹는 것이 가장 ‘있어’ 보일 뿐 아니라 실제로 맛도 있다. 와인 식초의 자연스러운 산미에 샬롯의 은은한 단맛, 후추의 알싸한 향이 더해진 미뇨네트소스는 집에서 만들기도 쉽다(샬롯은 양파로 대체 가능!). 영국과 미주에서 굴에 즐겨 곁들이는 칵테일소스는 케첩, 홀스래디시, 핫소스를 섞은 양념이다. 그 자체가 자극적이면서 굴에 감칠맛을 더하는 것이 언뜻 초장을 연상시킨다.
자, 이제는 술을 고를 차례. 서양에서는 주로 화이트와인을 곁들인다. 화이트와인이 지닌 산미 때문이다. 화이트와인 중에서도 토양이 조개껍질 화석을 다량 함유하여 미네랄 캐릭터가 제법 뚜렷한 샤블리가 오랜 시간 굴의 단짝이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파클링 와인이나 산미가 도드라지면서 특유의 구수한 향과 감칠맛이 나는 오렌지와인을 선호하는 추세. 같은 원리로 사워 맥주도 괜찮은 선택이다. 이왕 맥주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영국에서는 굴을 흑맥주 안주로 즐긴다. 흑맥주의 쌉싸래하면서도 구수한 향이 실제로 굴과 제법 잘 어울린다. 또 스코틀랜드 아일레이 섬 사람들은 굴에 자신들이 만든 피트 향 짙은 위스키를 몇 방울 떨어뜨려 먹는다. 피트와 바다, 두 강렬한 냄새의 원천이 만나 서로를 상쇄해 준다는데 초심자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바에서 굴을 주문한 후 아일레이 위스키 몇 방울 떨어뜨려 달라고 주문한다면 분명 있어 보이기는 할 것이다.
저작권자© 허스트중앙 엘르 무단전재·복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