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예루살렘 성전이 강도의 소굴로 바뀌자..
예수님 당시 예루살렘 성전 제사는 본래의 뜻과 의도에서 완전히 왜곡돼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여전히 제사장 나라의 율법대로 제사자들이 제물을 들고 와 예루살렘 성전에서 제사장을 통해 제사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게다가 헤롯이 46년째 화려하게 증축하는 예루살렘 성전은 다윗 시대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당시 유대는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로마는 헬라 제국 때 예루살렘 성전 박해로 인해 일어난 마카비 혁명을 교훈으로 예루살렘 성전 제사에 대해선 일절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유대 파견 총독은 예루살렘이 아닌 가이사랴에 머물렀습니다. 로마 군대 주둔지도 가이사랴였습니다. 로마 제국은 유대 종교 재판 기관인 산헤드린 공회까지도 인정했습니다.
로마 제국 입장에서 유대는 예루살렘 성전을 중심으로 한 종교에만 손대지 않는다면 어떤 식민지보다도 세금을 충분히 거둘 수 있는, 경제적으로 우월한 곳이었습니다.
로마 제국이 다른 식민지에 비교해 유대에 이처럼 많은 종교적 자유와 혜택을 준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 유대에 거주하는 가난한 민중 때문이 아닙니다. 로마 전역에 흩어져 살면서 장사에 두각을 나타내며 로마에 가장 많은 세금을 바치고 있던 디아스포라 유대인 때문이었습니다.
로마 제국 황제나 유대에 파견된 로마 총독, 유대 분봉왕 헤롯은 이들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보다 더 디아스포라 유대인에게 관심을 두고 있었던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예루살렘 성전의 대제사장들이었습니다.
대제사장들에게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은 VIP였습니다. 디아스포라 유대인은 1년에 세 차례, 또는 한 차례라도 유월절, 오순절, 초막절 명절에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해 십일조를 성전에 바쳤습니다. 이들은 한 달 정도 예루살렘에 머물면서 예루살렘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습니다.
그러니 대제사장들은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편의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3대 명절에 예루살렘 성전을 비롯해 인근 베들레헴까지 북적거리며 경제 활동이 활발했던 이유는 모세 시대 제사장 나라 법으로 다음과 같은 항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자기의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이 네게서 너무 멀고 행로가 어려워서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 풍부히 주신 것을 가지고 갈 수 없거든, 그것을 돈으로 바꾸어 그 돈을 싸 가지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택하신 곳으로 가서 네 마음에 원하는 모든 것을 그 돈으로 사되, 소나 양이나 포도주나 독주 등 네 마음에 원하는 모든 것을 구하고 거기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너와 네 권속이 함께 먹고 즐거워할 것이며.”(신 14:24~26)
이 율법에 따라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은 제물을 먼 곳에서부터 가져오지 않고 대신 돈을 갖고 예루살렘에서 편하게 환전하고 쾌적하게 제물을 살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대제사장들이 환전소와 양과 소를 파는 장소였습니다. 이곳은 ‘모든 민족이 와서 하나님께 기도하는 곳인 성전 안 이방인의 뜰’이었는데, 이걸 개조해서 용도를 변경한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공생애 3년을 마무리하시며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강도의 소굴로 변질된 예루살렘 성전 ‘이방인의 뜰’을 보시고 그렇게 화를 내셨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모든 사람을 내쫓으시며 돈 바꾸는 사람들의 상과 비둘기파는 사람들의 의자를 둘러 엎으셨습니다. 그리고 성전의 본래 의미, 즉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곳’임을 가르쳐주십니다.(막 11:17)
이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오랫동안 준비하시고 기다리셨던 유월절 식사를 하십니다. 이때 예수님께서는 아주 중요한 예식을 행하십니다.
지난 1500년 동안 이어온 제사장 나라의 시작을 의미하는 유월절을 ‘마지막 유월절’로 보내시며, 제자들에게 떡과 포도주를 주시는 ‘첫 번째 성찬식’을 행하신 것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모세 시대부터 예수님께서 마지막 유월절을 지키시는 이 순간까지는 ‘이날’을 기념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이제부터는 ‘나를’ 기념하라고 말씀하십니다.(눅 22:19)
그날 밤 잡히신 예수님께서는 모진 고난 끝에 마침내 십자가에 오르십니다. 하나님의 아들 신분으로 친히 하나님의 어린양 제물이 되셨습니다. 왕 같은 대제사장의 역할로, 하늘 지성소 십자가에서 단번에 제사를 드리셨습니다.
이때 십자가에서 “다 이루었다”라고 말씀하시자 성전의 휘장이 둘로 찢어집니다. 이 일로 예루살렘 대제사장이 그렇게 소중하게 여겼던 ‘건물 성전’은 예수님을 기념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성령의 전’ ‘너희 몸이 성전’이 돼 하나님 앞에서 누구든지 예배자로 나아가게 됐습니다.
조병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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