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덮친 이후 쿠팡 물류창고에서 벌어진 일
[김상현 기자]
코로나19 정국을 맞은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마스크는 일상이 되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상식이 되었다. 백신이 나왔다고 하지만, 2021년에도 이런 생활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마스크와 이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은 불편함을 참아가면서도 자신의 할 일을 한다. 대부분은 비대면으로 수업을 듣거나, 재택근무 등을 생각할 것이다. 나도 지금은 대학생이기 때문에 비대면에 익숙하다. 하지만 모든 일을 비대면으로 할 수는 없다. 사람과 부딪히면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택배 관련 업종이 대표적이다. 물건을 날라야 하므로 비대면 배달을 한다고 해도, 완전한 비대면을 하기는 어렵다. 이 업종에 연계된 물류창고 일도 마찬가지다. 코로나가 확산해도 이들은 비대면으로 일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이들이 필요하다.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람들은 물건을 직접 사기보다 배달받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물류창고는 오히려 더 바빠졌고, 더 많은 노동자가 필요했다. 이러다 보니 물류창고에서는 사람 구경을 하는 일상이 이어졌다.
▲ 물류창고의 방역 조치 중 일부 사물함 거리 두기. |
ⓒ 김상현 |
그렇게 코로나의 확산세 속에서 일하면서 나는 과거의 일 하나를 떠올렸다. 바로 결핵이다.
어느 날, 관리자가 내가 일하던 파트로 달려오더니 황급히 물었다.
"성남 버스 타신 분 있죠?"
당시 내 파트에서 성남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자연히 동료 노동자들은 나를 찾았다. 이들에 의해 관리자 쪽으로 끌려 나온 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보통 이런 상황은 관리자가 계약직들을 부를 때만 있다. 일용직을 부르는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례적이었다. 그래서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관리자 앞으로 가니, 그는 뜻밖의 말을 했다.
"그… 성남 차량에서 결핵 확진자가 있어서… 검사를 받아야 해요."
결핵!
나는 충격을 받았다. 관리자는 몇 마디를 더 하고 나를 보건소 차량이 있는 곳으로 내려보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갔다.
내려가니 성남 차에 탔던 사람들이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줄을 서 있었다. 무슨 봉변인가 싶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혹시 일을 못 하게 되면 어쩌나'였다. 결핵 걸리는 것보다 일을 못해서 쫓겨나는 상상이 먼저 들었다.
보건소 사람들은 주사기로 피를 뽑았다. 나는 조용히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좀 더 높은 직급처럼 보이는 관리자는 웃으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얼핏 듣기로는 보고용에 쓰이는 사진이라고 했다. 옆에 있던 사람이 나지막이 말했다.
"국가에서 해주는 건데 왜 자기네가 생색을 내려고 해?"
나도 동의했다.
모든 사람이 결핵 검사를 받았다. 이후 나는 바로 일하러 갔다. 걱정해주는 동료 노동자들이 있었지만, 회사는 특별한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 나는 평소와 같이 일을 했다. 하지만 물류창고에서 쫓겨나면 어떻게 할지를 걱정하느라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
며칠 뒤, 검사 결과가 문자로 통보되었다. 다행히도 음성이었다. 나는 그 문자를 보자마자 긴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의 등장
이 사건이 있고 몇 달 후 세계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과 싸우게 되었다. 한국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확진자가 점점 불어나기 시작하면서 마스크는 품귀현상을 빚었다. 사람들은 점점 외출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물류창고도 신규 노동자들이 줄어들었다. 사람이 부족해지자 물류창고에서는 일용직에게 일급에 얼마씩 더해주는 조치를 진행했다. 계약직 1일 임금보다 높게 받는 날도 있어, 계약직 노동자의 푸념을 듣기도 했다.
시급이 1만 원이 넘게 되는 날이 이어졌다. 예상치 못하게 수입이 늘어났다. 통장잔고를 보면서 흐뭇했지만, 이런 일용직 황금기는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에 실업자를 양산했다. 많은 자영업자가 문을 닫거나, 가게를 쉬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쿠팡 물류창고로 모였다. 물류창고는 다시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추가 임금도 사라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체 물류량이 늘다 보니 일은 늘어나서 업무 강도는 강해졌다. 어제 처리한 최대 물류량이 오늘의 평균적인 물류량이 되는 것이 일상이었다.
물류창고를 덮치다
2020년 5월 말, 충격적인 소식이 퍼졌다. 부천 물류창고에서 확진자가 대거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일용직으로 나오던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출근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도 물류창고로 나가는 나와 동생에게 "당분간은 나가지 않는 것이 어떠냐"라고 제안했을 정도였다. 이런 분위기는 내가 다니던 물류창고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정점을 찍었다.
▲ ‘대화 금지’가 표시된 식당 칸막이 |
ⓒ 김상현 |
이후 물류창고의 방역 조치는 강화됐다. 출근하기 전마다 이상 증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문자에 답해야 했다. 일렬로 거리를 두고 줄을 서서 체온 검사와 손 소독을 하고 출근해야만 했다.
물류창고 내에서 거리두기가 일상화됐다. 짐을 보관하는 사물함, 쉼터, 버스 등등 모든 곳에서 거리를 두고 사용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노동자들은 처음에는 짐을 보관할 곳이 없다면서 불평했지만, 점차 받아들였다.
대화 금지
코로나19로 가장 눈에 띄게 바뀐 건 식사였다. 물류창고 측에서는 방역 조치 강화 초기에는 노동자들에게 도시락을 지급했다. 불만이 속출했다. 물류창고 일을 하면서 밥이라도 양껏 먹어야 힘을 내는데 양이 정해져서 나오는 도시락으로 만족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기 음식을 싸 오는 노동자들이 늘어났다.
음식을 먹고 복통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늘어갔다. 회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결국 도시락 배급은 중단됐다. 일회용 도시락 용기에 반찬을 퍼다 나르는 방식이 도입됐다.
이렇게 되니 노동자들은 밥시간마다 거리를 두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평소에도 밥줄은 길었지만, 거리두기가 강제되다 보니 더 길어졌다. 그렇게 기다리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손 소독제를 한 번 바르고 비닐장갑을 낀 다음 입장했다.
반찬 배식도 거리두기를 하면서 진행됐다. 미끄러운 비닐장갑으로 일회용 도시락 용기에 밥과 반찬을 가득 채우고 칸막이로 된 자리에 앉아야 했다. 이것도 한 자리씩 띄어 앉게 했는데 처음에는 제대로 고지되지 않아 비어 있는 자리에 앉다가 담당 노동자에게 주의를 듣고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많았다.
대화는 금지됐고, 몇 시 몇 분부터 몇 시 몇 분까지 밥을 먹었는지 명부도 적어야 했다. 식사 전후에 구비된 물티슈로 자기 자리를 청소하는 일은 기본예절이 되었다.
강화된 방역 조치? 그런데 말입니다
물류창고 현장에서도 거리두기가 의무화됐다. 아침 체조나 공지를 할 때도 거리를 두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침에만 가능하고 일할 때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사람들은 관리자 눈도 있고 해서 물건이 오지 않을 때는 거리를 두고 서 있었으나 곧 그럴 수 없게 됐다. 물류창고 특성상 물건이 수시로 움직여야 하므로 노동자들이 가만히 서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좌석 간 거리 두기 캠페인이 붙여져 있는 통근버스 |
ⓒ 김상현 |
물류창고 측에서는 통제 인원을 일용직 등으로 몇 명 더 뽑았지만, 이들로 전체 노동자를 통제하기는 불가능했다. 코로나19가 일상이 되고 고용 한파가 계속되자 노동자들은 불어났고, 상황은 점점 나빠졌다. 코로나19가 퍼지기에 좋은 상황처럼 보였다.
강화된 방역 조치라고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크게 체감되지 않았다. 지키기 어려운데 지키라는 지시만이 쏟아져 내려왔을 뿐이다. 결국 노동자들은 평소처럼 수시로 접촉하며 일을 하게 됐다.
변한 것이 있다면 식사 방법과 거리 두며 줄서기, 그리고 각종 캠페인뿐이었다. 수시로 열 체크를 하고 마스크를 지급해주니 안심해야 했을까? 좀 더 안심할 만한 방역 조치는 없었던 걸까?
이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물류창고는 바쁠 것이다. 노동자들은 부단히 뛰어다니면서 물건을 나르고 있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어제도, 오늘도 그랬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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