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이 불러온 수비드 열풍-지루함 달래주는 가정요리 과학혁명

반진욱 2021. 1. 1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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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김승휘 씨(29)는 최근 새로 배운 요리를 즐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가 꽂힌 요리법은 ‘수비드(Sous-vide)’. 진공 포장한 음식을 저온에서 천천히 익히는 기법이다. 기나긴 집콕 생활에 지칠 무렵 ‘육식맨’ ‘고기남자’ 등 유튜버들 영상을 보고 수비드 조리법을 처음 접했다. 보자마자 ‘이거다’라는 생각과 함께 바로 물건을 구입했다. 한 번 요리할 때마다 꼬박 하루가 걸리지만 김 씨에게 큰 문제는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 오히려 새로운 맛을 얻는 즐거움에 비하면 이 정도 수고는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부드러운 식감이 생각했던 것보다 기대 이상이다. 지금은 입문 단계라 작은 기계를 샀는데 조만간 업소용 기계를 사서 대용량 조리에 도전하려 한다. 재료 역시 고기 위주를 벗어나 계란·야채·해산물 등으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수비드’ 조리법이 화제다. 검색 데이터 분석 사이트 블랙키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네이버에서만 5만건이 넘는 수비드 관련 검색이 이뤄졌다. 인스타그램 내에서 수비드 관련 게시물은 4만건에 달한다. 수비드 요리를 소개한 ‘육식맨’ ‘고기남자’ ‘취요남’ 등 유튜버 영상은 조회 수가 100만을 훌쩍 넘는다.

열풍에 힘입어 관련 제품 매출도 급등했다. 롯데하이마트는 2020년 10~12월 수비드 기기 판매량이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395%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는 수비드 머신, 진공포장 팩 등 수비드 관련 제품 매출이 86%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SNS상에서 ‘수비드’ 요리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촉촉한 식감 남다른 풍미로

▷‘집콕’ 지친 2030에게 열렬한 지지

수비드 요리가 뭐길래?

수비드 조리법은 고기·야채 등 재료를 진공 상태로 만든 뒤 100도 미만 온도의 물에 넣어 장시간 익히는 기법이다. 요리 과정에 과학 이론을 접목한 분자요리의 한 종류다. 1974년 프랑스 요리사 조르주 프랄뤼가 정립했다. 긴 시간 동안 재료에 열이 가해지면서 수분이 빠져 나가는 과정을 최소화하는 게 특징이다. 수분 손실을 최소화해 맛과 향이 그대로 보존되고 식감은 부드러워진다. 조리 과정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값비싼 장비가 필요한 탓에 그동안 일반 가정에서는 쉽게 시도하지 못했다. 주로 고급 레스토랑에서 활용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홈쿡’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요리법을 찾던 사람들이 수비드를 찾기 시작했다. 가정용 수비드 기기가 잇따라 나오면서 가격이 내려간 점도 한몫했다. 여기에 유튜브와 방송 매체에서 인플루언서들이 수비드 요리를 즐기는 모습이 전파를 타며 쐐기를 박았다. 실제 지난해 9월 개그맨 박나래가 방송에서 수비드 머신을 공개한 후부터 인터넷상에서 ‘수비드’ 관련 검색량이 급증했다. G마켓 관계자는 “수비드 방식 요리법이 방송에 여러 차례 등장하면서 관련 상품 판매가 급증했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촉촉하고 풍부한 식감이 있고, 수비드 과정 전 진공 상태로 포장해 비교적 보관 기간이 길어 젊은 1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들에게 특히 높은 인기를 끈다”고 말했다.

수비드 과정은 다소 까다롭다. 재료를 포장한 뒤 수조에 넣고 장시간 기다려야만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장점만큼 단점도 많아

▷잡내·미생물 번식 예방은 필수

수비드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뛰어난 조리법이지만 섣불리 따라하면 실패하기 쉽다. 장점만큼 단점도 명확해 조리 전·중·후로 유의해야 할 사항이 많다.

우선 조리 전에 잡내 제거를 확실히 해야 한다. 재료를 밀봉하여 조리하는 과정 특성상 재료 특유의 냄새가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비닐에 넣기 전 미리 염지를 해놓거나 후추 등 양념을 뿌려 잡내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염지를 빼먹었다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압축 포장할 때 버터·로즈마리·월계수 잎 등 향신료를 같이 넣어주면 된다.

조리 중에는 ‘온도’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 수비드는 ‘진공’상태로 ‘일정 온도’에서 정확한 시간동안 가열하는 게 핵심이다. 도중에 포장이 뜯기거나 적정 물 온도를 맞추지 못한다면 요리는 실패한다.

수비드 조리가 끝나면 보관 전에 비닐 팩 그대로 얼음에 넣는 ‘칠링’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저온에서 재료를 익히기 때문에 열에 강한 일부 미생물을 완벽히 처리하지 못해서다. 칠링 과정을 생략하면 미생물이 급속도로 번식해 음식물이 금방 상한다.

[반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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