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족발과 칼국수

최문갑 2021. 1. 15. 17: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용준 (묵림한의원 원장, 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박용준 원장
족발은 발을 뜻하는 한자인 “족(足)”과 신체 부위를 가리키는 말인 ‘발’을 합하여 만든 합성어로 돼지 발목 아래 부분을 파, 마늘, 생강 등을 함께 넣어 돼지 족의 살이 무르도록 은은한 불로 오래 삶아 양념간장에 조린 음식이다. 조선 말기의 다양한 음식들을 잘 정리해서 분류한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돼지 족을 무르게 삶아 뼈를 추리고 양념하여 굽는 ‘족구이’가 소개되어 있다.  

음기를 보충하는 보음(補陰) 효능이 큰 족발은 출산 후, 젖이 적게 나오는 산모의 젖을 잘 나오게 하는 효능이 있다. 출산시 산모는 혈허(血虛) 즉, 피가 부족한 상태가 된다. 쉽게 말해 산모는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들이 부족한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이럴 때 부족한 혈을 보하는 음식으로 한의서에 수록된 음식의 하나인 족발은 쫀득쫀득한 맛으로 몸을 보(補)하는 응축된 기운으로 산모의 부족한 영양을 채워줄 수 있다. 이를 한의학 용어로 보음(補陰)이라고 한다.

족발의 쫀득쫀득한 맛에는 필수 아미노산, 단백질, 지방 뿐 아니라 비타민을 비롯한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있으며, 콜라겐과 젤라틴도 많이 함유되어 있어 피부미용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국민 음식으로도 선호도가 높다.

족발의 보음(補陰)하는 이런 서늘한 성질은 위와 장에 윤기를 주어 변비 해소는 물론, 음이 부족해서 생기는 마른기침에도 좋다. 육체적으로 과로하여 땀을 많이 흘려 음기(陰氣)가 손상된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황도연(黃度淵)이 저술한 『의종손익(醫宗損益)』에는 출산 후, 지친 산부의 몸을 다스리는데 족발의 유용한 쓰임을 기록하고 있다. 출산후 (젖이 부족해지는 시기) 한달이 지나면, 양고기나 돼지족발을 조금씩 먹어야 한다. 말을 삼가고, 칠정을 삼가고, 더위나 추위를 피해야 한다. 

一月後, 宜食羊肉ㆍ猪蹄少許, 仍愼言語ㆍ七愼ㆍ寒暑. 

하지만 족발은 그 성질이 차갑기에 이런 차가운 성질을 보완해줄 따뜻한 성질을 함유한 마늘과 같이 먹는 것이 좋다. 마늘에는 자극성 강한 마늘 특유의 냄새를 내는 물질인 알리신이 함유되어 있다. 혈관의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성분이 많은 알리신이 족발에 함유된 티아민과 결합하면 알리티아민이 된다. 이 알리티아민 성분은 몸의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건강에 도움이 된다.


마늘의 따뜻한 성질은 관절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관절 부위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통증을 완화하고 염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요즘같이 차가운 날씨의 겨울철에는 손발이 시리고 관절이 붓고 아픈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경우에 마늘과 어우러진 족발은 좋은 음식이다.

또한 족발을 먹을 때는 새우젓도 나오는데, ​새우젓에 함유된 짠맛은 딱딱하게 굳은 것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작용을 한다. 김장할 때 소금물에 배추를 절여 배추를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과, 요즘같이 폭설이 내릴 때 도로가 얼지 않도록 염화칼슘을 뿌리는 행위 모두, 짠맛을 실생활에 응용한 방법이다.

음기가 응축되어 있어 질기고 쫀득한 족발을 새우젓의 짠맛으로 부드럽게 만들면, 맛뿐 아니라 소화가 잘되도록 돕는 작용을 한다. 

칼국수 또한, 칼국수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다. 하지만 족발과 함께 먹을 때, 그 맛과 영양을 더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통밀로 만든 밀가루를 면이라고 불렀는데, 밀과 면(밀가루)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밀의 껍질은 성질이 차고 껍질 안쪽은 성질이 뜨겁다. 가을에 심은 밀은 여름에 익기 때문에 가을, 겨울, 봄, 여름의 사계절의 기운을 고르게 받을 수 있으니, 자연히 차고 따뜻한 성질을 모두 겸하게 된다. 밀가루는 성질이 뜨겁고 밀 껍질은 성질이 찬데 이것은 자연의 이치다. 밀은 성질이 차다. 그러나 가루로 만들면 성질이 따뜻해지게 된다....밀가루는 열을 몰리게 하고 약간 풍기를 동하기도 한다.

小麥皮寒, 肉熱
秋種夏熟, 受四時氣足, 自然兼有寒溫, 麪熱, 麩冷, 宜其然也
小麥性寒, 作麪則溫...麪性壅熱, 少動風氣

마늘과 새우젓으로 어우러진 서늘한 기운의 족발을, 족발과 음식궁합이 잘 맞는 따뜻한 성질의 칼국수를 함께 먹음으로써 맛과 영양을 즐기는 행복한 식사시간을 가족, 지인들과 함께하면 좋지 않을까?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