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출신 의대 지망생, 세금으로 가르쳐야 하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1. 1. 1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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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영재·과학고 출신의 의대 진학을 막는 특단의 조치 필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1월 초, TV 예능에 소개된 영재고 출신 의대 재학생
ⓒ tvN
 
얼마 전 TV 예능 프로그램에 영재학교 출신 의대 진학자가 출연해 시청자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출연자는 중학교 때부터 이미 의대로 진학하려는 의지를 갖고 경기과학고에 진학해 수시전형으로 6곳의 의대에 지원했으며 모두 합격했다고 한다.

'제도를 악용한 게 아니냐', '과학 인재 양성하라고 국가에서 학비를 무료로 대주는데 의대라니', '과학고는 의대 가지 않겠다고 서약서를 쓰는데 어떻게 의대 수시 지원을?' 등 비판적 댓글 수천 개가 달렸다. 이렇게 일반 국민들조차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실을 보고도 교육부가 수년째 미적지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재학교(이하 영재고)와 과학고는 과학 기술 분야 우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세워졌다. 현재 영재고 8개교, 과학고 20개교 총 28개교에 약 700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영재고와 과학고는 전국단위와 광역시·도 단위에서 우수 학생을 선발하고 있으며 영재고 최근 3년간 입학경쟁률은 14:1을 기록할 만큼 치열하다.

그동안 이 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과도한 경쟁으로 사교육비 증가, 교육 기회 불평등 심화, 학생의 쉼 없는 삶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지난 4년간 계산해도 345명(해당 연도 졸업생 기준)이 의약학계열 대학에 진학해서 지속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현재 영재고와 과학고에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학교별로 수십억 많게는 100억 이상의 예산 지원이 이루어진다. 이 예산으로 학생들의 장학금과 우수 교원 배치, 각종 실험 연구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일반고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혜택을 받고 학교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 의대로 진학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자 해당 교육을 받고 싶었던 다른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이다.

영재학교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19년부터 모집 요강에 '의학계열 대학으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의 지원은 부적합'하며, 의학계열 진학시 교육비와 장학금을 환수하는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3년간 지원받은 교육비 1500만 원을 도로 되돌려야 하고, 수상실적 등이 모두 취소된다. 그러나 당시 재학 중인 1~2학년부터 즉시 적용한 이래 2년간 딱히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졸업 자격 박탈 외엔 대안 안 보여
 
 2020년 8개 영재학교 신입생 출신 지역 비율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는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국비 지원을 "토하고 의대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재과학고 재학 중 받은 지원보다 의사가 되어 누릴 경제적인 이익이 더 크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 광역시도 중심으로 분포한 영재학교 입학생은 서울·경기 출신이 70%에 육박한다. 그중에서도 사교육과열지구 출신이 60%를 넘는다. 서울과학고의 경우 40%가 강남구 출신이고, 50%는 대치동 특정 학원 출신이다. 

대학 역시 이들의 진학을 불허하기는커녕, 해당 고교 유형의 학생들이 우수한 학생이라는 미명 하에 의대로 데려오려 하고 있다. 수학·과학 특기자 전형을 통해 영재학교 출신이 유리한 입학 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공계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투자된 국가 예산은 낭비되고 다른 학생의 교육 기회까지 박탈되는 등 사회적 공공성이 훼손되고 있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한국과학영재학교와 같이 의대 진학 시 '졸업 자격 자체를 박탈'해야 한다. 이 학교는 2014년 이후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학계열 진학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모집 요강과 입시 설명회에서 학교의 설립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서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물론, 재학생과 학부모 교육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16년 의대 진학생이 1명 발생했는데 이 학생은 졸업 자격이 박탈되어 의대 진학이 취소되었다. 학생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학교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런 특단의 조치 없이 향후 영재·과학고 출신의 의대 진학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영재 과학고 출신 비율이 높은 의대에 예산 지원을 감축하는 등 강경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설립 취지를 망각한 채 학교 간 서열화와 사교육 심화 등 불평등을 야기함으로써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되는 것을 기억해 보자. 영재고와 과학고가 지금처럼 본연의 책무를 도외시한다면 사회적으로 쏟아지는 질타를 면하기란 결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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