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세종산 한라봉 아시나요"..아열대 작물 계속 북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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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만큼 추운 세종서 한라봉 등 감귤류 재배
금강을 끼고 있는 분지(盆地)형 도시인 세종은 요즘 같은 한겨울에는 서울 못지않게 춥다. 지난 4일 최저 기온은 세종이 영하 9도, 서울이 영하 8.4도로 오히려 세종이 더 추웠다. 세종은 서울에서 남쪽으로 140여㎞ 떨어져 있다.
이런 세종에서 아열대 작물인 황금향·레드향·한라봉·천혜향 등 감귤류를 재배하는 농민이 있다. 세종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인근인 금남면 감성리에서 농사를 짓는 강경섭(44)씨가 주인공이다.
강씨는 5289㎡의 하우스에서 부모·아내와 함께 농사를 짓는다. 강씨는 공주대 농업토목과를 졸업한 뒤 외지에서 건설회사 토목기사로 생활했다. 그러다 7년 전 고향인 세종시로 돌아와 감귤류 생산에 뛰어들었다. 그는 “기후변화로 세종시 같은 중부지방 기온도 갈수록 오르고 있는 점에 착안해 지역에서는 생소한 아열대성 작물을 재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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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신도시서 귀농인 강경섭씨 1억 매출 목표"
강씨는 경북 경주 등에서 감귤류 묘목을 구해다 하우스 안에 심었다. 하우스 안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관리했다. 감귤류 나무는 2~3년 전부터 조금씩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생산량이 증가한 지난해에는 6000만 원어치를 팔았다.
생산한 감귤류는 대부분 세종 시내 2개 로컬푸드 직매장(도담동·아름동 싱싱장터)을 통해 판다. 11월에는 황금향, 12월에는 레드향, 이듬해 1월 한라봉, 2월 천혜향 등으로 작목별 출하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한라봉 2㎏들이 1상자(9개)의 요즘 소비자 가격은 1만 8000원이다. 강씨는 “제주산 감귤류와 당도는 비슷하지만 유통 기간이 짧아 싱싱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오는 2월 설 명절에 맞춰 '천혜향' 품종을 출하할 예정이다. 그는 “한라봉 등이 아열대 작물이지만 재배기술을 터득하면 누구나 재배할 수 있다”며 “앞으로 재배 면적을 늘리고 고품질 감귤류를 생산해 매출 1억 원을 달성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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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삼척에서 바나나 재배하기도
감귤·바나나 등 아열대·열대 작물 재배지는 갈수록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의 임대근씨도 3300㎡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황금향 등 감귤류를 재배하고 있다. 생산량은 연간 10t 정도로 예상한다.
지난해 10월 경기 광주의 한 농가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감귤을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 전북 정읍의 33개 농가도 감귤류를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해 팔고 있다.
열대 과일인 바나나도 강원·충남 지역에서 재배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강원 삼척시 농업기술센터가 바나나 수확에 성공했다. 앞서 충남 태안 안면도의 한 농가가 2019년부터 바나나를 수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주나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던 감귤류와 바나나 등이 충남·경기·강원 지역에서까지 재배가 가능해진 것은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한몫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국내 경지 면적 중 아열대 작물 재배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0년 10.1%에서 2080년에는 62.3%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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