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영화제 안 한다'.. 미쟝센영화제 종료 선언, 왜?
[성하훈 기자]
▲ 2020년 온라인 중심으로 개최된 미쟝센단편영화제 |
ⓒ 미쟝센영화제 |
20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국내 영화감독을 발굴해 냈던 미쟝센단편영화제가 더 이상 영화제를 열지 않기로 하면서 영화계가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미쟝센영화제는 13일 공지를 통해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코로나19의 유행과 극장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 그에 따른 한국 영화계의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앞으로 단편영화는, 또 영화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긴 고민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며 "올해 20주년을 기점으로 영화제 형식의 페스티벌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경쟁 부문의 공모는 없으며 20주년을 기념하는 간단한 프로그램만으로 치러질 예정"이라며 "새로운 형식으로의 전환을 통해 지속해 나갈지 여부는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마련되는 대로 별도 공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2년 화장품 업체인 태평양 미쟝센(현 아모레퍼시픽 미쟝센)의 후원으로 시작된 미쟝센단편영화제는 현재 한국영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감독들의 산실이었다.
< 8월의 크리스마스 > 허진호 감독을 비롯해, <부산행> 연상호, <곡성> 나홍진, <공작> 윤종빈,<명량> 김한민, <비밀은 없다> 이경미, <사바하> 장재현, <엑시트> 이상근, <소공녀> 전고은, <아워바디> 한가람 감독 등이 단편영화로 미쟝센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대표 감독들이다. 미쟝센영화제는 영화 감독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 2020년 미쟝센딘편영화제 폐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장재현, 이경미 공동집행위원장 |
ⓒ 미쟝센영화제 |
하지만 공식적인 발표처럼 코로나19와 함께 극장과 상영환경의 변화가 영화제를 끝내기로 한 요인이 됐다. 물론 몇 가지 다른 이유도 작용했다.
미쟝센영화제에 관심과 애정을 쏟았던 한 영화 관계자는 "그동안은 단편영화를 관객에게 보여 줄 방법이 영화제밖에 없었으나 온라인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상영이 활성화됐고 단편영화제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극장을 벗어나는 시기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가 영화제 20주년이라 기념행사는 해야 할 것 같아 소박하게 온라인 행사로 하기로 한 것"이라며 "영화제 행사는 끝난 것으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쟝센영화제를 무슨 힘이 있는 권력처럼 대상화 시키는 것도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집행위원장이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미쟝센영화제는 감독들이 행사의 주관자로 다같이 나서는 것뿐인데, 자꾸만 외부에서 어떤 권력을 휘두르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무리한 요구를 강요하는 것처럼 간주하는 것이, 처음 출발 취지와도 많이 다른 것이었다"고 말했다.
미쟝센단편영화제 측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행사를 치르면서 무료 상영을 위해 상영작 감독들에게 동의서를 받았으나 이 과정에서 단편영화배급사들의 집단 반발을 샀다. 배급사들은 '무료상영을 동의하지 않은 감독들은 영화제 상영작 선정 취소하겠다'는 조건이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미쟝센영화제는 개막을 앞두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전에도 판권 문제로 인해 논란이 있기도 했다. 영화제 상영작 중엔 배급사가 따로 있는 작품이 일부 있었는데, 미쟝센영화제가 전체 상영작의 배급 관리를 맡기로 하는 과정에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쟝센영화제 측은 "지난해 내부적으로 의견 충돌이 있었으나 '온라인 상영 영화제'라는 특수성에서, '선정작 중 일부 작품만 관람할 수 있는 영화제'가 된다면 관객들의 입장에선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지 영화제 말을 안 들으면 배제하겠다는 식의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예전 판권 문제의 경우도 영화제에서 상영된 단편영화 감독들에게 상영료라도 챙겨주기 위해 판권을 넘겨받았던 것이지 미쟝센영화제가 어떤 수익을 내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자꾸 영화제가 무슨 힘을 휘두르는 것처럼 말이 나오는 것은, 영화제가 시작된 취지와도 어긋나는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 2020 미장센단편영화제 폐막식. 수상작 감독(앞 줄)과 집행위원으로 참여한 감독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미쟝센단편영화제 |
미쟝센영화제 관계자는 또한 "영화제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1년 내내 사무국을 유지할 수 있는 상근직이 필요한데, 자체적으로 이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고, 후원사인 아모레퍼시픽 미쟝센에 계속 부담을 주는 것도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기간 후원해줘서 너무 고마운데, 무슨 대가를 바라고 후원해 준 것은 아니지만 영화제 입장에서는 뭔가를 돌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냥 받기만 하고 갚을 수 있는 게 없다보니 미안한 마음이 컸다"라고 덧붙였다.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지난 연말 신임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를 선임했어야만 했지만 이를 진행하지 않았다. 앞으로의 방향성은 그간 함께해온 감독들의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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