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초고층 구치소와 감염병의 상관관계

입력 2021. 1. 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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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동부구치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에 관한 질의를 받고선 이명박 정부 때 초고층 밀집 수용시설을 지었기 때문이며 과다 수용이 문제라고 했다.

이런 초고층 구치소가 감염병 확산에 취약하다는 증거는 없다.

정작 문제는 구치소나 학교, 병원 같은 공공시설도 헛간으로 짓는 것이다.

동부구치소 감염병 확산 사태는 환기는 낭비라는 생각과 싸게 빨리 짓던 습관에 대한 비용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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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동부구치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에 관한 질의를 받고선 이명박 정부 때 초고층 밀집 수용시설을 지었기 때문이며 과다 수용이 문제라고 했다. 그럼에도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정권 탓하는 건 판단 영역 밖이지만 초고층이 문제라는 건 수긍이 어렵다.

동부구치소는 도심형 구치소다. 법원, 검찰청과 지하로 연결될 정도로 가까운 도심에 있다. 최고 층수는 12층이다. 웬만한 아파트가 20층이 넘어가는 요즘, 초고층으로 보기 어렵다. 미국 시카고에는 1970년대 지어진 28층 초고층 도심 교도소가 있다. 당대 최고의 건축가였던 해리 위즈가 설계했다. 창살을 없애기 위해 창을 좁고 길게 내고 불규칙하게 배치한, 거대한 삼각형의 조각품 같은 교도소다. 시내 중심에 있고 사진을 찍거나 스케치하기 좋아 요즘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큰 창이 방해되는 교도소의 특성을 최대로 활용해 도심의 랜드마크로 만든 대표적 사례다.

이런 초고층 구치소가 감염병 확산에 취약하다는 증거는 없다. 문제는 환기일 듯하다. 우리가 숨을 쉬듯, 건축물도 환기를 해야 한다. 문제는 냉난방인데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매번 데우거나 차갑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외기를 일부만 섞는다. 하지만 병원이나 강당과 같은 공간은 실내 공기 전부를 매번 바꿔야 한다. 돈이 드는 일이다.

환기를 위한 설비에는 목돈이 더 든다. 덕트라 불리는 공기통으로 신선한 공기를 주입하고 실내의 공기를 빼내야 한다. 또 1m 정도의 공간을 천장 위에서 차지해야 하니 건물의 한 층 높이도 달라진다. 대략 4층으로 지을 수 있는 건물을 3층으로 지어야 한다. 공사 기간도 늘어나니 ‘업자’들이 환기에 신경을 쓸 리 없다. 창으로 해결한다. 좋게 말하면 자연환기지만 바람을 기다리는 천수답 식이다.

환기는 건축의 기본적 성능이다. 이를 못 갖추면 아무리 외관이 화려해도 현대 도시의 건축공간이라 할 수 없다. 헛간 혹은 가건물에 머문다. 단층이든 초고층이든 헛간으로는 도심에서 건강한 실내공간을 만들 수 없다. 정작 문제는 구치소나 학교, 병원 같은 공공시설도 헛간으로 짓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교육부가 교실의 창을 3분의 1 정도 열어두라고 한 것은 환기에 취약한 교육환경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얼마 전 입원한 병원에서도 환기는 하지 않았다. 공기는 갇혔고 천장에서는 더운 바람이 불었다. 하룻밤이었지만 다섯 명의 환자가 뿜어내는 호흡으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택시에서도 환기를 하는 대신 실내 공기 순환 버튼이 눌러져 있었다. 창을 여니 칼바람이 들어와 기사에게 공손하게 환기를 부탁했다. 그러나 마스크 너머로 돌아오는 답은 절망적이었다. "연료가 많이 드니 답답하면 창을 여세요." 자동차에 장착된 환기장치도 이용하지 않는 것이다. 감염병 사태가 걱정돼 마스크는 쓰지만 정작 환기에는 무심한 우리 사회의 태도가 택시 기사부터 장관까지 일관된다.

동부구치소 감염병 확산 사태는 환기는 낭비라는 생각과 싸게 빨리 짓던 습관에 대한 비용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 사태는 다시, 기본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경훈 국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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