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어디로 가는 건가_라파엘의 한국살이 #50

김초혜 2021. 1. 1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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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의 한국살이 마지막 편. 앞으로 한국은 어떻게 변할까?

영국은 갈 때마다 시간이 멈춰있는 느낌이다. 공간은 물론이고 사람들조차 변화하는 법을 잊은 채 갇혀있는 듯하다. 마치 다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처럼 약간 지루하다.

한국은 정 반대다. 2006년 처음 한국에 발을 디뎠을 때와 2011년에 다시 찾은 한국의 인상은 분명 달랐다. 물론 2011년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도 다르다. 한국에서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고, 매 순간 새롭고 극적인 챕터가 펼쳐진다. 나는 그중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 새로운 변화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경험하고 싶어서 한국을 떠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완벽한 나라는 아니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은 세련되고, 화려하며 다이내믹한 곳이다. 한국은 눈부신 경제발전과 예술 번영의 시기에 들어섰으며, 전 세계의 부러움과 찬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느끼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 급작스러운 경제, 기술, 사회적 변화는 혼란을 야기하고 있으며,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된다. 가까운 한국 사람들을 둘러봐도 자신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더 그렇다.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으며, 10년 후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끊임없는 변화는 더욱 나은 내일을 향하고 있는 걸까? 한국은 겉으로만 발전한 나라로 남게 될까?

1년 동안 ‘라파엘의 한국살이’ 칼럼을 통해 동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이슈들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개인적인 불평불만이나 획기적인 아이디어보다 한국에 사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정리하려 애썼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계단을 열심히 올라보지만, 단계마다 마주해야만 하는 ‘지옥’ 같은 현실은 많은 젊은이에게 필요 이상의 고통을 주고 있다. 학교, 학원, 수능, 대학, 취직, 결혼, 주거, 육아, 안정, 부의 축적, 노후 등 무엇 하나 보장된 건 없다. 뭔가를 얻으려면 뼈를 깎는 노력과, 끊임없는 몸부림 그리고 천운이 따라줘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길을 찾는 것보다 남들이 갔던 길을 걷는 것에 더 익숙하며, 연속적으로 마주한 실패는 자기 확신을 깎아 먹는다. 삶이 더 팍팍해지고 심리적 여유가 줄어든다. 타인에 대한 이해, 관용, 배려의 가능성도 옅어진다. 갈등 요소가 늘어나고 불신과 대립이 커지고 있다.

나는 이 문제들을 해결할 묘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것도 아니다. 단지 동시대에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개인과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고 싶을 뿐이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분열, 대립, 차별보다 이해, 관용, 배려 곁에 있기를 바란다. 타인의 검증 없이도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한다. 그리고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배척하기보다 고유한 존재 그 자체를 받아들였으면 한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독특한 개성과 특성을 인정하는 걸 전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원, 수능, 대학, 스펙 쌓기를 통해 지불하는 커다란 기회비용은 더는 양질의 일자리와 편안한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길은 2021년의 사회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과거의 방식에 매달려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건 이제 무의미하다. 과거의 규범에 갇혀 자신을 구속할 필요도 없다. 어제 옳았던 것이 오늘과 내일도 옳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변화에는 유연함, 개방성, 실험 정신이 요구될 뿐이다.

순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긍정적인 변화를 느끼고 있다. 10년 후 한국은 확연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것이 ‘라파엘의 한국살이’의 마지막 에피소드다. 그렇지만 내가 쓰는 마지막 글은 아니다. 독자들과 만날 기회의 장을 마련해준 〈엘르〉에게 고맙다. 그리고 한국에서 살았던 매 순간에 감사하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에서 맞이하게 될 10년 역시 기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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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라파엘의 한국살이를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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