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지막 꿈꾸는 불혹, LG 포수 이성우

김효경 2021. 1. 1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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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포수 이성우. [사진 LG 트윈스]

불혹의 나이, 이제 아름다운 마지막을 꿈꾼다. LG 트윈스 포수 이성우(40)가 마지막 불꽃을 태울 각오로 2021 시즌을 준비한다.

이성우는 프로 22년차다. 그의 야구인생은 험난했다. 2000년 LG 육성선수로 시작해 방출→SK 육성선수→KIA→SK→LG. 이 과정에서 주전 포수로 뛴 적은 없다. 통산 홈런 4개의 백업 포수였다. 하지만 수비가 좋고, 성실해 팀에는 없어서 안 될 존재였다.

그런 이성우가 지난해엔 스포트라이트를 자주 받았다. 만루홈런을 포함해 홈런을 3개나 때렸고, 결승타도 날렸다. 최종 성적은 72경기 타율 0.234(77타수 18안타) 3홈런 11타점. 이성우는 "(박)용택(42)이 형과 함께 우승한 뒤 은퇴하고 싶다"고 했지만 올 시즌도 줄무늬 유니폼을 입는다.

이성우는 "시즌이 끝나고 광주에 와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체중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고 항상 해오던 루틴으로 운동을 하면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근황을 밝혔다. 그는 "아무래도 나이가 불혹에 접어드니까 예전 같지는 않지만 컨디셔닝 파트에서 짜준 프로그램에 따라 보강 운동과 웨이트 운동을 하며 잘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우의 타격 도우미는 박용택이었다. 박용택은 "나는 얘기만 해줬을 뿐"이라고 손사래쳤지만 힙턴 비결을 알려줬다. 이성우는 "나는 수비 백업 선수이고 타격에 대한 재능도 자신감도 없었다. 작년 전지훈련 때 야구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용택 형에게 타격에 대한 조언을 구한 후 좋은 결과가 나왔다. 정말 감사 드린다. 좀 일찍 조언을 구할 걸 그랬다"고 이야기했다. 박용택의 은퇴로 이성우는 이제 팀내 최고참이 됐다.

생애 첫 만루홈런에 대해선 "인기 구단에서 야구를 하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다. 이미 점수 차이가 많이 났고 이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영광스럽게도 관심을 가져 주시고 인터뷰를 많이 했다. 정말 감사하다. 지금까지 여러 팀을 많이 옮겨 다니며 야구를 했는데 LG에서의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최고의 시간인 것 같다"고 했다.

평소에 바쁜 프로야구 선수 아버지에게 겨울은 소중한 시간이다. 이성우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늘 가슴이 아픈데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혼자 아이들을 돌보며 외롭게 지낸 아내와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이 시간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아빠의 사랑을 듬뿍 느끼게 해주고 있다"고 웃었다.

이성우가 활약할 때마다 가족들은 더 크게 웃고 행복해했다고 한다. 이성우는 "아내에게 그동안 고생이 많았고 항상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아이들과 자주 못보고 놀아주지 못해서 아빠가 야구선수를 안하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TV에 나오는 아빠를 보면서 응원하며 행복해 하는 아이들이 있어 올해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잘 마무리 하고, 그동안 못했던 가족들과의 좋은 추억을 많이 쌓겠다"고 했다.

이성우는 "2017년부터 매년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다. 스스로 야구인생을 행복하게 정리할 수 있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단 하나 소망이 있다면 우리 후배들이 좋은 포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선배로서 박수를 쳐주면서 마무리를 하고 싶다. 팬들과 후배들에게 야구장에서 항상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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