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에 꽃다발 사라졌다" 꽃 불태우며 속 태우는 화훼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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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은 없는데…난방비 부담까지 ‘이중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졸업식장마다 꽃다발이 사라지면서 화훼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졸업식 대목은 커녕 매출이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겨울철 온실 난방비는 뛰고 있어 애써 키운 꽃을 내다 버리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경남 김해시 영남화훼공판장에서는 경남지역 화훼농가 농민들이 약 800단의 ‘거베라 꽃’을 불태웠다. 이날 경남과 부산지역 화훼 공판장에서 경매에 부쳐진 약 4000단의 거베라 꽃 중 유찰된 꽃들을 농민들이 직접 폐기했다. 일부 화훼농가들에서는 “어차피 팔리지 않는다”며 키우던 안개꽃을 예초기로 모두 베어내기도 했다.
화훼농가들이 꽃 폐기에 나선 것은 코로나19로 졸업식·입학식 특수가 사라진 탓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전국 대부분의 학교에서 온라인 졸업식을 치르는 바람에 꽃다발이 아예 팔리지 않고 있다. 경남지역 화훼농가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학교 졸업식에 꽃이 안 팔리니 판로가 막혀서 출하량이 뚝 떨어진 상황”이라며 “경매에서 유찰된 꽃을 보관할 수도 없고 팔리지도 않는 꽃을 계속 심어둘 수도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내다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겨울철 한파가 이어지면서 난방비용 부담이 늘어난 것도 문제다. 농가들은 “장미의 경우 정상적인 꽃 출하를 위해선 25도를 유지해야 하는 데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간신히 15도를 유지하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이들 농가는 현재로선 판로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적정온도를 맞추지 못하면 상품성이 떨어져 출하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안홍균 광주광역시 화훼관광단지 대표이사는 “올해도 꽃 경기가 나아질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는 게 가장 고통스럽다”며 “코로나19 여파로 각종 행사는 물론이고 각종 꽃 축제까지 줄줄이 취소돼 간신히 지난해를 버텼는데 올해는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라고 말했다.
김해·광주광역시=위성욱·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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