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기흥' 3인, 단일화 없이 다가온 마지막 3일

김철오 2021. 1.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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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체육인 1000만원 코로나 지원금"
유준상 "1조원 어디서? 포퓰리즘 공약"
강신욱 "지원금 명분 약해, 단일화 결렬"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희회 대표상임의장, 강신욱 단국대 교수(이상 왼쪽부터)가 지난 9일 경기도 고양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한국체육기자연맹·한국체육학회 공동 주관으로 열린 제41대 체육회장 선거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도전하는 이종걸 후보가 체육계 코로나19 피해보상금 1000만원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를 놓고 유준상 후보는 재원 마련에 의문을 제기하며 “포퓰리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현직 회장인 이기흥 후보에게 맞선 ‘야권 주자’ 간 단일화 조짐이 엿보이지만, 공약을 놓고 이견이 여전해 완전체를 구성할지는 미지수다. 결국 오는 18일 선거일까지 남은 사흘간 야권 주자 간 물밑협상 결과가 표심의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체육계 표심 끌어안기로 분주하다. 14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의 한 피트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대한민국 체육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체육인은 벼랑 끝으로 몰렸고, 체육인 가족은 생계 걱정을 넘어 생존을 위협받는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체육인의 죽음을 막는 구체적 행동에 나서려 한다. 긴급 체육기금 1조원을 확보해 체육인 1인당 1000만원의 피해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체육계 코로나19 피해보상 대상자를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20세 이상 선수 3만7700명과 지도자 2만6600명, 체육계 종사자 약 3만5000명을 모두 합산해 10만명으로 추산했다. 이 후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희생한 엘리트 체육인들, 생활체육 종사자, 각종 대회에 참석하지 못하면서 임금이 깎이거나 해고 위기에 놓인 감독, 선수, 트레이너 등과 학교체육 지도자 등이 보상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재원 확보 방안이다. 이 후보는 “2021년 국민체육진흥공단 기금과 문화체육관광부 체육 예산을 합산한 3조4000억원이 넘는다. 올해 집행 예정인 각종 건립 사업비와 쿠폰·상품권 사업 줄이면 4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체육진흥기금 가운데 올해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으로 배정된 5200억원도 체육인 피해 보상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공공자금관리기금은 체육지원에 사용돼야 하는 목적기금”이라고 강조했다.

선거전 막판에 ‘체육계 지원금’ 카드를 꺼낸 이 후보의 공약을 놓고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 후보가 가장 먼저 반발하고 나섰다.

유 후보는 같은 날 오후 논평을 내고 “1조원을 당장 어디에서 조달할지도 불분명하고, 정부나 기금 관리 주체와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시간과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그야말로 포퓰리즘의 극치”라고 평가했다.

이어 “체육계에만 이 돈을 지원한다면 당장 형평성 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체육계에만 1000만원을 지급하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관광·여행업계의 피해는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문화예술계, 학계, 중소자영업자들, 유통업계 등 다른 분야에도 똑같이 1000만원씩 지급돼야 형평성에 맞는다. 아마 그들도 똑같이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경쟁자인 강신욱 후보는 지난 13일 오후 8시 서울에서 이 후보를 만나 단일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체육계 지원금의 현실성을 놓고 이견을 나타냈다고 한다. 강 후보 선거캠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강 후보가 확실하지 않은 정부 예산 증액만으로는 단일화의 명분이 약하다는 의견을 냈다”며 “체육계의 현 상황은 정부 예산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후보는 현직 대한요트협회장, 강 후보는 단국대 교수다. 현직 체육회장의 ‘프리미엄’을 가진 이기흥 후보에게 맞서기 위해서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인 이종걸 후보와의 단일화가 중요하지만 지금까지는 성사되지 않았다.

야권 주자 간 단일화를 위한 움직임은 있다. 이종걸·유준상·강신욱 선거캠프 관계자는 이날 모두 공통적으로 “최근 캠프 직원들끼리 몇 차례 만나 단일화를 협상해 왔다. 이날도 진행됐다”고 말했다. 분산된 표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면 ‘반(反) 이기흥’ 전선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인식은 세 후보 선거캠프에서 공통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문제는 공약의 현실성과 명분에 대한 후보 간 이견이다. 유 후보는 전화통화에서 “이종걸 후보의 공약에 현실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체육인들의 수장을 뽑는 선거가 정치적으로 비춰지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말했다.

강 후보 선거캠프는 보도자료에서 “이종걸 후보와 입장 차이만을 확인했다. 단일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쉽다.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캠프 직원 간 만남이 주말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단일화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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