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하나님 구속사 연주하는 교향곡

양민경 2021. 1. 1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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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의 메아리/알라스테어 로버츠, 앤드루 윌슨 지음/송동민 옮김/복있는사람
성경은 출애굽의 메아리가 꾸준히 등장하고 변주되는 하나의 곡과 같다. 사진은 오케스트라단이 곡을 연주하는 모습. 픽사베이


교향곡은 대체로 악장별 특색이 있다. 교향곡은 보통 4악장으로 이뤄지는데 1악장은 느리게 시작하다 빠르게 곡이 전개된다. 2악장은 1악장과 대비되게 느리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곡이 연주된다. 3악장은 우아한 독주곡으로 진행되며, 4악장은 빠르고 경쾌한 곡조로 곡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 구조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교향곡에서 잘 드러난다. 특히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에 등장하는 합창단의 ‘환희의 송가’는 교향곡의 극적인 면모를 부각한다.

교향곡을 들으며 음악의 극적 구조를 파악하듯 성경도 그렇게 읽을 수 있을까. 영국 신학자인 저자들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알라스테어 로버츠는 영국 더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신학자로 성경과 신학을 쉽게 이해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다른 저자 앤드루 윌슨은 런던 킹스처치 교육목사로 신앙의 핵심을 간명하게 정리하는 책을 주로 썼다. 이들은 “성경은 음악”이며 성경 연구는 “성경의 흐름 안에서 이어지는 멜로디를 놓치지 않으면서 그 속에 담긴 화음의 세부사항을 탐구해 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출애굽의 메아리’라는 제목부터 이들 저자의 관점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제목에 쓰인 메아리(echo)는 산울림이 아닌 음악적 기법이다. 곡에서 ‘다른 무언가를 상기시키는 세부사항 또는 특질’을 의미한다. 출애굽의 메아리란 성경이란 곡에서 출애굽을 상기시키는 멜로디를 말한다.

출애굽의 메아리는 성경에 얼마나 자주 등장할까. 저자들은 신구약 성경 전권에 출애굽의 멜로디가 울려 퍼진다고 본다. 즉 “창세기 도입부와 요한계시록의 결말 부분, 이스라엘 전체 역사와 복음서, 신약 서신들과 기독교적 삶,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조명하는 주제”가 출애굽 사건이라는 것이다. 출애굽 사건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스라엘 백성이 격렬한 핍박에 맞서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방의 압제자와 그 신으로부터 극적으로 풀려나고, 그 백성이 길을 떠나 주님께 경배하고 율법을 지키며 마침내 그분의 땅에 들어가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는 출애굽기뿐 아니라 창세기, 여호수아, 룻기, 이사야, 사복음서, 사도행전, 로마서 등에 꾸준히 등장하고 변주된다.

저자들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사고 실험을 하나 제안한다. 저자를 모른다는 가정 아래 다윗의 시편 내용만 보고 저자를 유추해보자는 것이다. 시편 기자는 이른 아침에 자신의 운명이 바뀌었고(시 143:8) 거센 물살 가운데 건짐을 받았다.(32:6) 하나님이 원수에게 우박과 벼락을 내리게 하고 그분의 콧김으로 바닷길을 낸 일을 찬송한다.(18:12~15) 하나님이 베풀어 준 율법을 찬미했고(19:7~13) 자신의 백성을 번영의 땅으로 인도한 사실에 감사한다.(68:6) 이 내용만 본다면 시편 저자는 영락없이 모세다.

저자들은 “출애굽 이야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의식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백성 지도자들이 어떤 노래를 지을 때는 자연히 그 이야기를 구조적 배경으로 삼았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출애굽 사건으로 성경의 모든 이야기를 설명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다.

신약에서도 출애굽 멜로디는 계속 연주된다. 예수는 적대자의 탄압을 받다 십자가에서 죽음으로써 죄로 가득한 옛 세계를 무너뜨리고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자유를 선사했다. 요한계시록에서는 완벽한 형태의 출애굽 멜로디가 마지막으로 연주된다. 예수 재림의 때, 인간을 포함한 만물의 속죄가 선언되면서 ‘우주적 출애굽’으로 피날레가 완성되는 것이다. 성경이라는 곡은 새 하늘과 새 땅, 새 도성과 성전이 드러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성경, 특히 하나님의 구속사를 읽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출애굽 사건을 설명하며 ‘외부의 적(애굽)보다 내부의 적(욕망, 우상숭배)이 더 무섭다’는 해석을 조지 오웰의 ‘1984’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비교하며 도출해내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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