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B토크] '피콜로' 박정배의 야구 인생 2막 기대한다

김효경 2021. 1. 1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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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 부상·방출 등에도 꿋꿋
좌절한 선수 만나는 2군 코치 유력
"가르치기보다 힘주는 사람 될 것"
박정배 키움 코치는 현역 시절 많은 고난을 겪었지만 모두 이겨냈다. 박 코치는 “선수들이 힘들어 할 때,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2019년 SK 와이번스에서 은퇴한 투수 박정배(39)가 코치로 변신한다는 소식을 지난달 접했다.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전후가 궁금해 구단에 연락처를 물었다. SK 관계자는 웃으며 “저희가 아니라 키움 히어로즈에 연락하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배는 2005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고, 2012~19년 SK에서 뛰었다. 그런데 박정배를 품은 팀은 키움이었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투수 파트 지도자가 필요했다. 주변의 평판을 들어보니 박정배에 대해 안 좋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큰 고민하지 않고 코치 직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박정배는 “다들 좋게만 얘기해주시니 쑥스럽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정배는 한양대 시절 다리를 크게 다쳤다. 부상을 잘 이겨내고 프로 무대를 밟았다. 두산 시절 그다지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 박정배는 “김경문 감독님도, 구단도 좋은 기회를 줬는데, 내가 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SK가 손을 내밀었고, 그제야 그는 날개를 활짝 폈다. 남은 등 번호 ‘82번’을 달고, 마운드에서 활약했다. 2014년에는 생애 처음 올스타전 무대도 밟았다.

올스타전이 끝난 뒤 전부터 박정배를 괴롭혔던 어깨 통증이 심해졌다. 수술대에 올랐다. 1년 만에 돌아온 그는 전처럼 힘있게 공을 던졌다. 그날 마운드에서 내려오던 그의 눈가는 촉촉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 시절 마무리를 맡아 2018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2019년 겨울, 두 번째 방출을 겪었다. 호주로 건너간 그는 질롱 코리아에서 기회를 노렸다. 뜻을 이루지 못했고, 은퇴를 결심했다. 그리고 모교인 공주중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런 그를 키움이 불렀고, 프로 지도자로 새출발하게 됐다.

현역 시절 박정배의 별명은 ‘피콜로’였다. 일본 만화 ‘드래곤볼’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빡빡 민 헤어스타일과 큰 눈이 닮았다고 해서 후배 윤희상이 붙여준 별명이다. 박 코치는 “처음에는 ‘이 녀석이…’라고 했다. 나중엔 웃으며 받아들였다. 멋진 캐릭터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피콜로는 주인공 손오공과 싸우는 악당이었다가, 조력자로 변신한다. 전투력도 뛰어나지만, 상황 판단 능력이 뛰어나 ‘브레인’ 역할을 한다.

피콜로의 가장 큰 특징은 재생 능력이다. 팔이 잘려 나가도, 도마뱀 꼬리처럼 쑥 돋아난다. 드래곤볼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가 가장 아낀 캐릭터라고 한다. 그 역시 15년간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부상과 방출을 몇 번씩 겪어도 피콜로처럼 돌아왔다. 묵묵히, 성실하게. 그런 점을 알기에 두산도, SK도 그를 방출하면서 스태프 자리를 제안했다. 박정배는 “고마운 제안인데도 거절했으니 내가 미친놈”이라며 웃었다.

키움에서 맡을 보직은 정해지지 않았다. 고척돔보다는 고양구장(2군)이 일터가 될 거다. 갓 프로가 된 선수, 방출 위기의 선수, 아파서 내려온 1군 선수가 있는 곳이다. 그는 그곳에서 제2, 제3의 박정배를 만나게 될 거다. 박정배는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한 번도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만두겠다고 결정했어도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앞으로 만날 선수들에게 뭔가 가르쳐주기보다, 옆에서 힘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고 말했다. 피콜로의 인생 2막을 기대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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