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눈길

입력 2021. 1. 14. 19:31 수정 2021. 1. 1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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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속 눈길을 걷다가문득, 뒤돌아내 발자국을 본다.

성큼성큼 내디딘 발자국 사이에촘촘히 찍힌힘없는 발자국이 섞여 있다.

눈길에 찍힌 발자국을 보다가벅차게 나의 무게를 견뎌야 했던발에게발자국에게불현듯, 얼굴이 화끈하다.

성큼성큼 내디딘 발자국 사이에는 갈팡질팡했던 혼란스러웠던 때, 두려워 뒷걸음질 쳤던 때의 흔적이 고스란히 찍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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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속 눈길을 걷다가
문득, 뒤돌아
내 발자국을 본다.
성큼성큼 내디딘 발자국 사이에
촘촘히 찍힌
힘없는 발자국이 섞여 있다.
이리 질팡 저리 갈팡
흐트러진 발자국도 보인다.
저때는 무슨 향기에 홀려
그랬을까,
뒷걸음질 친 발자국은
무엇이 두렵고 무서웠던가.
눈길에 찍힌 발자국을 보다가
벅차게 나의 무게를 견뎌야 했던
발에게
발자국에게
불현듯, 얼굴이 화끈하다.

권선옥 시집 ‘허물을 벗다’ 중

시인은 눈길에 찍힌 지난날을 보면서 회한에 젖는다. 성큼성큼 내디딘 발자국 사이에는 갈팡질팡했던 혼란스러웠던 때, 두려워 뒷걸음질 쳤던 때의 흔적이 고스란히 찍혀있다. 모두 버거웠던 삶의 무게를 지탱한 흔적들이었다. 되돌아본 얼굴은 화끈거리지만 앞으로 내디딜 발자국을 생각한다면 이마저도 삶의 한 과정이라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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