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는 사람들..K-도시재생 민낯 [전효성의 시크릿 부동산]

전효성 기자 2021. 1. 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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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전효성 기자]
<앵커>

배고픈 사람에게 옷을 주고, 옷이 필요한 사람에게 먹을 걸 준다면 어떤 마음일까요.

정부가 많은 예산을 들여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은 아닌 모양입니다. 전효성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오프닝> "원주민의 주거 공간을 유지하면서 낙후된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사업.

하지만 정작 원주민들은 도시재생 지역을 떠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요? 오늘 저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사람 한명이 다니기도 쉽지않아 보이는 좁은 골목길, 구멍이 숭숭 뚫린 지붕.

집이라고 보기조차 어려워 보이는 낡은 가옥이 눈에 들어옵니다.

허물고 새로 짓지 않는 한 실거주 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입니다.

<기자 브릿지> "재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어온 종로구 옥인1구역입니다. 서울시는 이곳 일대에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상당수 원주민은 이미 지역을 떠났고, 이처럼 낡은 가옥만 빈집으로 남아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 옥인1구역을 '역사문화형 도시재생' 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역사성을 가진 건축물을 살려, 관광과 역사가 어우러지는 이른바 '북촌형' 정비에 나선다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주민들은 도시재생 사업이 2년여간 추진됐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고 일부 도로를 정비한 수준에 그쳤다는 겁니다.

동네 곳곳에 한옥이 남아 있긴 하지만, 10채 내외의 한옥을 앞세워 이 지역이 북촌처럼 탈바꿈 할지는 의문입니다.

<인터뷰> 김미애 / 옥인1구역 주민

"여기가 엄청 난개발이에요. 청와대 바로 옆인데 이런 곳이 어디 있어요. 도로 폭이 1m도 안되는 곳이 천지에요."

이미 상당수 원주민은 낡은 가옥을 버려둔 채 외지로 향했습니다.

옥인1구역 일대에만 빈집으로 방치된 가옥이 200호 정도로 추산됩니다.

주민이 빠져나가면 빠져나갈수록 마을의 황폐화도 한층 가속화되는 실정입니다.

원주민을 정착시키며 주변 환경을 정비한다는 도시재생의 취지가 드러나지 못하는 셈입니다.

<인터뷰> 이수홍 / 옥인1구역

"살 수가 없어요 도무지. 옛날 집이라서 춥고요. 여기 주민들 엄청 고생하고 있어요. 가보시면 알겠지만 빈집이 수두룩 해."

또 다른 도시재생 사업지역인 성남시 수진2구역에 가봤습니다.

이곳은 약 6년여간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주민들은 "체감되지 않는 도시재생을 멈춰달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우경화 / 수진2구역

"맞춤형 정비사업이라고 도시재생을 하고 있는데 제가 느꼈을 때는 맞춤형 혈세 사업이라는 느낌이 딱 와닿아요. 주민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데 주거는 손대지 않고 외관만 고친다면 주민들이 찬성할 수 있을지…"

실제 이 지역의 일부 세대는 아직 공용 화장실을 이용할 정도로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한 상황입니다.

도로확장이나 주택 리모델링 같은 주거 개선이 절실한데, 이런 것은 놔둔채 CCTV 설치와 도로 포장 등 엉뚱한 처방만 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원주민이 떠난 한 반지하 주택에서는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고 유기동물의 분변만 가득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이다보니 도시재생 사업지역 곳곳에서는 주민과 지자체의 마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와닿지 않는 도시재생 대신 재개발을, 지자체는 이미 예산을 들인 만큼 도시재생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일부 지역은 도시재생 사업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행정심판을 벌이는 곳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은경 / 수진2구역

"도시재생을 하면 재개발로 가기가 어렵잖아요. 저희는 도시재생 같은 건 원하지 않고요, 차라리 주거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재개발을 해줬으면 좋겠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관 중심 공모 방식으로는 도시재생의 원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도시재생으로 보존해야할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는데, 매년 대규모 공모에 나서다보니 주민 생활과 동떨어진 도시재생이 이뤄진다는 겁니다.

2017년 전까지 46곳에 그쳤던 전국의 도시재생 사업지역은 매년 신규 사업지가 늘었고, 지난해는 역대 최대인 116곳이 추가됐습니다(총 330곳).

도시재생이 지역개발의 일반 회로가 된 셈이다 보니 '일단 신청해서 따놓고 보자'는 예산 살포 정책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인터뷰> 이창무 /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우리가 알고있는 (해외)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를 보면 굉장히 특수한 것들이거든요. 그것만 보고서 국내 도시재생 사업을 1년에 10조씩, 100개씩 선정해서 끌고간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지나친 선택이었죠."

도시재생, 도시를 다시 살린다는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어 떠나는 사람들.

이제 부터라도 도시재생의 취지를 다시 살리는 게 시대적 요구입니다.

지금까지 전효성의 시크릿 부동산입니다.



전효성 기자 zeo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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