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윗 전수 분석..트위터로 흥하고 트위터로 망했다

김선미 2021. 1. 1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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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위기에 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트위터에서 먼저 추방당했다. [AFP=연합뉴스]


트위터로 흥한 자, 트위터로 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처지를 두고 회자되는 말이다. 미국 하원이 탄핵안을 통과시킨 건 13일(현지시간)이지만 지난 9일, 그는 트위터에서 먼저 추방당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의 손발을 자른 것과 같다는 말도 나왔다. 트럼프는 하루에 수십건의 트윗을 날리며 트윗으로 장관을 해임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장소를 발표했으며,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트위터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의사당 폭력을 선동하며 운영 규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어 계정을 영구 정지했다.

시작은 순수했다.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는 2009년 5월 4일 이 한 줄로 시작했다.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 출연하게 됐으니 꼭 시청하라." 당시 그는 정계 진출을 꿈꾸던 부동산 개발업자였다. 그다음 트윗역시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프로그램인 ‘어프렌티스’를 선전하는 내용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도 별 트윗 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가 백악관 입성의 야망을 공식화하면서 트위터는 그의 정치 도구로 본격 등장한다. 그는 지지 세력을 모으고 정적을 비판하는 데 트윗을 적극 활용했다. 수완 좋은 사업가였던 그는 다른 정치인보다 먼저 소셜네트워크(SNS)의 힘을 알아차렸던 셈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12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가 약 11년간 올린 트윗은 총 4만6694개에 달한다. 일주일 기준 평균 77건, 하루에 열 건도 넘게 올린 셈이다. 팔로워 수는 최대 8800만명에 달했다.


트럼프 트위터를 바꾼 건, 오바마
이코노미스트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전수 분석한 바에 따르면 그의 트윗의 숫자와 내용은 그의 흥망성쇠와 궤를 함께 한다. 자신의 정치적 어젠다가 있을 때마다 트윗 수가 폭증했다.

2010년(142개)·2011년(772개) 비교적 저조했던 트윗 수는 이듬해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출생지 음모론(birther·버서)’을 계기로 늘었다. 당시 재선을 앞두고 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 태생이 아니라는 의혹에 휩싸였고, 백악관은 그가 1961년 하와이에서 태어났다는 출생 증명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음모론을 계속해서 제기했고, 당시 그의 트윗 수는 2012년 3523개, 2013년 8128개까지 치솟았다.

영구 정지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트위터 캡처]


2014~2015년엔 ‘오바마 케어(오바마 정권에서 추진된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와 ‘지구 온난화’ 비난에 주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구 온난화는 사기”라고 주장했는데, 실제로 시간이 흘러 대통령이 되자마자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할 것”이란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이외에 자신을 비판한 언론을 욕하는 트윗도 많았다.

2019년 첫 탄핵 국면에서도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은 쉴 틈이 없었다. 탄핵을 비판하는 트위터를 100개 넘게 쏟아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트위터가 그의 분노 게이지 가늠자였던 셈이다.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엔 잠시 뜸해졌던 그의 트윗 수는 지난해 다시 급증한다. 재선을 앞두고서다. 지난해 그가 쏟아낸 트윗은 새 트윗 6280개, 리트윗 5956개로 모두 1만2236개에 달했다.


트럼프의 북한·이란 트윗, 분노와 두려움으로 점철
이코노미스트는 트윗 속 감정 표현 양상도 분석했다. 캐나다 컴퓨터공학자 사이프 모하마드와 피터 퍼니의 분석을 인용하면서다. 이들은 1만4182개의 단어를 이용해 트럼프의 트윗 중 ‘감정’과 관련된 것을 모아 ‘기쁨·분노·두려움’ 등의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이에 따르면 2015년 전까진 ‘기쁨’의 빈도가 우세했다. 가장 차이가 크게 날 때는 ‘분노·두려움’의 두 배가 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윗 당‘감정’단어 등장 빈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분노·두려움’이 폭증한 건 2018년 들어서다. 북한과는 대화 기류가 생기기 전까지 첨예하게 각을 세우고 있었다. 2018년 1월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 단추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고 발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는 트위터로 맞받아쳤다.

2018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핵 단추' 발언에 ″더 크고 강한 핵 단추가 있다″고 맞받아치는 트위터를 올렸다. 중앙포토


또 다른 대상은 이란이었다. 2018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7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향해 “절대, 다시는 미국을 위협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역사상 겪어보지 못한 일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경고 트윗을 날렸다. 이외에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를 맹비난한 것도 이쯤이었다.

최악의 트윗은 뭘까.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험악했던 트윗으로, 지난해 미국 대선 전 “우편투표 시스템은 사기”라고 비난한 글을 꼽았다. 결국 그는 임기 마지막 달에 트윗 471개에 ‘허위 정보’ 딱지가 붙어 공개 제한 조치를 받았다. 현재 그의 트위터 계정엔 여전히 사용중지 글자가 선명하다.

이에 대해 잭 도시 트위터 CEO는 13일(현지시간) “계정 정지를 축하하거나 자랑스럽다고 느끼진 않지만, 올바른 결정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계정을 정지한 이틀 뒤인 11일(현지시간) 주가가 6.4% 급락해 26억 2500만달러(약 2조 9000억원)이 증발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정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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