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로 돈 몰리는데..은행 이자 더 내려 집토끼 광속탈출(종합)

박선미 2021. 1. 1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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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예금금리 또 인하..쥐꼬리 이자에 집토끼 광속탈출
우리은행, 15일부터 정기예금 금리 0.25%p 인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 연 1%도 안돼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여윳돈 1억원을 가진 김상혁(53·가명)씨의 요즘 고민은 마땅한 투자처 찾기다. 나이와 성향을 따지면 은행 정기예금이 딱이지만 쥐꼬리 이자가 거슬렸다. 예금금리가 연 평균 0.6~0.7% 수준으로 15.4% 세금까지 떼면 연 50만원 정도의 수익만 남는다. 결국 김씨는 평소 해본적 없는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설치하고 ‘동학개미’ 대열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주식, 부동산 시장으로 유동성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시중 5대은행의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연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이 마저도 계속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증시 호황까지 맞물리며 은행 예금 자금 이탈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15일부터 영업점에서 가입하는 주력 정기예금 상품인 ‘우리수퍼정기예금’과 ‘시니어플러스 우리예금’의 금리를 낮춘다. 우리수퍼정기예금은 1년 만기 기준으로 금리가 현행 연 0.90%에서 연 0.65%로 0.25%포인트 낮아진다. 시니어플러스우리예금(회전형·즉시연금형)도 12개월 기준 현행 연 0.55%에서 연 0.30%로 금리가 내려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의 주력 정기예금 상품과 비교해 우리은행의 금리가 20bp(0.2%) 이상 높은 상태임을 감안해 금리를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는?

현재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는 연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5대 은행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12개월 기준 0.45~0.90% 수준이다. 지난해 6월 사상 처음으로 금리가 0%대로 떨어진 이후 여전히 ‘제로금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은행들은 신용카드 이용실적을 채우거나 공과금ㆍ관리비 자동이체 설정 등을 하면 우대금리를 추가로 얹어주고 있지만 조건들이 까다로운데 비해 우대금리 수준도 높지 않아 소비자들은 정기예금 이자를 ‘쥐꼬리’라고 비유한다.

예금금리가 추가 하락하면서 자금을 쥐꼬리 이자를 위해 묶어둘 필요 없다고 판단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코스피가 상승할수록 소비자들은 정기예금에서 돈을 빼 주식 등 더 높은 수익률을 안겨다주는 투자처로 자금을 옮기는 분위기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예ㆍ적금 잔액은 총 673조7286억원으로 1년 새 12조원 가까이 급감했다. 특히 코스피 상승세가 가팔랐던 지난해 11월 이후 감소폭이 컸다. 12월 예ㆍ적금 잔액은 전월 말 대비 7조5832억원 줄었다.

은행 예ㆍ적금에서 자금이탈

최근에는 예금주가 언제든지 제약없이 맡겨둔 돈을 찾을 수 있는 대기성 자금 성격의 요구불예금에서조차 자금이 이탈하는 추세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12일 기준 608조4000억원을 기록, 지난해 말 631조1000억원 대비 22조7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 애플리케이션(앱)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예금상품에 추가금리를 얹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저금리 기조에 전체 은행 예금금리가 낮아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상대적으로 주식시장이 활황이다 보니 저금리에 실망한 고객들이 예금에서 돈을 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폭증하는 대출과 달리 0%대 금리가 적용되는 정기예금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은행권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사수에도 비상이 걸렸다.

LCR은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高)유동성 자산의 비율로 은행의 건전성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미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은행권 LCR은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대 은행이 평균 94%를 기록했다. 5대 은행 모두 전분기보다 LCR이 작게는 2.49%포인트, 많게는 8.08%포인트 낮아졌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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