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오류 투성이 안내문, 그대로 두면 안된다
[김희태 기자]
관광지를 처음 방문하게 되면 가장 먼저 안내문을 찾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접하는 정보라 나 역시 제법 꼼꼼하게 보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안내문에 잘못된 내용과 오류가 있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첫인상부터 잘못된 사실을 알려주는 셈이기에 이는 충분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 망산의 입구에 있는 금표비, 안내 표석에는 철종대왕 금표비로 소개하고 있다. |
ⓒ 김희태 |
실제 망산을 올라가면 태실이 있는 봉우리가 있는데, 입구에 있는 안내문에도 철종의 태실로 소개하고 있다. 당연히 안내문만 봤을 때 이곳이 철종의 태실인가보다 싶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해당 태실의 조성 시기는 금표비의 후면의 명문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여기에는 함풍구년이월일(咸豊九年二月日)이 새겨져 있다. 이를 환산해보면 1859년(철종 10) 2월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조성된 태실은 <승정원일기>와 <원자아기씨안태등록>의 기록을 통해 철종의 원자 태실로 확인된다.
▲ 안내문, 철종대왕 태실비지로 표기하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
ⓒ 김희태 |
▲ 태실지의 전경, 태함의 개석이 노출되어 있다. 해당 태실은 철종의 태실이 아닌 철종의 원자 태실로 확인되었다. |
ⓒ 김희태 |
▲ 서삼릉으로 옮겨진 철종 원자 태실, 전면에 철종왕자태실(哲宗王子胎室)이 새겨져 있다. |
ⓒ 김희태 |
실제 일제강점기 당시 서삼릉으로 옮겨진 태실 가운데 철종의 태실은 없고, 철종의 왕자 태실이 있다는 점에서 옮길 당시에도 철종의 태실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안내문과 표석 등에는 철종의 태실이라는 잘못된 사실을 알리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따라서 해당 오류는 시정되어야 하며, 안내문과 표석의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아야 한다.
단종의 태실은 어디에?
▲ 사천 단종 태실지 사천 단종 태실지 |
ⓒ 김희태 |
<문종실록>과 <세조실록>을 보면 단종의 태실은 경상북도 성주군에 있었다. 최초 선석산에 있던 단종의 태실은 1451년(문종 1)에 법림산(法林山)으로 옮겨졌고, 이후 1458년(세조 4) 철거되었다. 즉 애초 단종의 태실은 성주에 있었던 것이다. 이는 단종의 원손 시절 태실 석물이 지금도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에 남아 있고, 태실이 옮겨진 법림산에서 연엽주석과 동자석주, 우전석 등 단종의 가봉 태실 석물이 남아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 성주 선석산에 있는 단종의 원손 태실 석물 |
ⓒ 김희태 |
▲ 옮겨진 법림산에 있는 단종의 가봉 태실 석물 |
ⓒ 김희태 |
▲ 서삼릉에 있는 인성대군 태실, 사천 단종 태실은 일제강점기 때 서삼릉으로 옮겨졌는데, 이때 출토된 태지석을 통해 인성대군의 태실로 확인되었다. |
ⓒ 김희태 |
결정적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사천 단종 태실지에서 서삼릉으로 태실이 옮겨졌는데, 이때 태실지에서 인성대군의 태지석이 나왔다. 즉 사천 단종 태실지는 단종이 아닌 인성대군의 태실인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를 보여주듯 서삼릉에는 인성대군의 태실만 남아 있다.
그렇다면 왜 인성대군의 태실이 단종의 태실로 알려진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종의 복위 과정을 살펴보면 좋은데, 영월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던 단종은 1698년(숙종 24)에 복위되었다. 즉 왕의 지위를 회복했기에 기존에 묘로 불리던 무덤은 장릉(莊陵)으로 높여졌고, 유배지였던 청령포에는 금표비가 세워졌다.
▲ 사천 단종 태실지의 안내문, 명칭 뿐 아니라 안내문의 오류를 시정해야 한다. 사천 단종 태실지의 안내문, 명칭 뿐 아니라 안내문의 오류를 시정해야 한다. |
ⓒ 김희태 |
하지만 이 같은 명칭과 안내문은 시정되지 않고 있으며, 특히 해당 문화재의 경우 많은 이들이 찾는 장소이기에 잘못된 내용에 따라 오류의 확대 재생산이 우려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명칭과 안내문의 오류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대 이상의 코로나 보상... 일본 음식점들은 셔터를 내렸다
- '징역 20년 확정' 박근혜, 2039년 출소한다
- 일일이 모든 시험에 헌법소원을 내야 합니까
- 5인, 50인 쪼개기 생기면 어쩌나... 이후가 더 걱정된다
- 일회용기 금지, 채식의날 운영... 이런 구청 본 적 있나요
- 53세 남자가 보내온 그 사진... "이게 현실, n번방 없어지겠나"
- "구OO 판사가 누구냐" 그게 궁금할 때가 아니다
- 외교부 "이란에 구급차 판매 제안? 이란이 먼저 원했다"
- 안철수 "재개발·재건축으로 5년간 76만호 공급"
- 2039년 출소하는 박근혜... 사면논란 부활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