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바이든 시대, 美中경제 향한 세가지 시선..新균형점 찾기

나주석 입력 2021. 1. 1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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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에게 길을 묻다> 美中관계, 갈등 지속할까 화해 협력할까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달 20일 취임함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새로운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대응으로 미·중이 잇따라 충돌을 빚어온 가운데 향후 무역정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아시아경제는 무역 전문가 3인에게 향후 바이든 시대의 미·중 무역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사이먼 레스터 CATO 연구소 부소장 "美 무역정책 뒤집기…고율관세 철회"

미국의 자유주의 성향 싱크탱크 케이토(CATO)연구소의 사이먼 레스터 부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을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트럼프 시대의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을 철폐하고 동맹과의 다자 협상을 강조하는 형태의 무역 정책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레스터 부소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신년 인터뷰를 통해 미국 무역 정책의 변화를 예견했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이 무역 정책과 관련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조치는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 무역확장법 232조(국가 안보상 이유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법)를 적용해 고율 관세를 매긴 것을 철회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사무총장과 상소기구 위원 임명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조치를 통해 미국은 다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먼 레스터 케이토(CATO)연구소 부소장

레스터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을 뒤집는 것에서부터 바이든 정부의 무역 정책을 시작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경제학의 모든 학파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은 미국 내 일자리나 경쟁력 측면에서 해를 끼쳤다고 본다"면서 "일부 기업은 수혜를 누렸을 수 있지만 다른 기업들이나 소비자들은 피해를 봤다. 전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은)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레스터 부소장은 미국이 무역 자유화와 관련해 크게 뒤처졌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미국의 탈퇴에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회원국들은 무역 합의에 속도를 냈고, 일본과 유럽연합(EU)은 무역 협정을 체결했으며, 뉴질랜드도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면서 "미국은 이 모든 일을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동맹 등의 무역 정책에 대해서도 교통정리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동맹과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 문제에 공동 대응한다는 것이다. 레스터 부소장은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과 벌여온 무역 전쟁을 끝내고 이들과 함께 중국 문제에 대해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기존 패권국과 신흥국 사이에는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대한 의견을 묻자 "중국과의 갈등은 피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과의 충돌 역시 필연적인 일이 아닌 일종의 선택"이라며 "양측이 서로의 동기를 잘 파악하고 위협을 과대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 주도의 무역 정책과 관련해서는 기후변화가 일종의 화두가 될 것으로 봤다. 그는 "바이든 정부가 적극적으로 무역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새로운 무역 협상을 추진한다면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 등이 주요 요구 사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스터 부소장은 통상 정책의 방향과 관련해 "미국은 WTO 차원에서 새로운 무역 자유화를 추진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미국은 적극적인 무역 정책에 나설 필요가 있으며, 결코 이 문제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미국의 대한반도 무역 정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봤다. 그는 "트럼프 정부에서 이미 한미 FTA 재협상이 이뤄졌기 때문에 추가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사이먼 레스터 CATO 연구소 부소장은

사이먼 레스터는 미국 내 보수 성향 싱크탱크 케이토(CATO)연구소의 부소장으로 세계무역기구(WHO) 분쟁 해결 절차, 지역 무역 협정, 국제통상법사 등을 주로 연구해왔다. 이전에는 WTO의 상소기구에서 법률담당관으로 일했고, 워싱턴DC의 로펌에도 재직했다. 그는 미 하버드대 법학전문석사(JD)를 마쳤다.

데릭 시저스 美기업연구소 연구원 "패권경쟁 가능성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문제에서 큰소리를 쳤지만 효과는 없었다."

데릭 시저스 미국 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아시아경제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의 대중 무역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시저스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대중 무역 정책은 전반적으로 협소하고 약했다"면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줄어들었지만 이는 부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지식재산권(IP) 탈취를 줄이겠다는 약속은 받았지만, 중국 정부 보조금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1단계 무역 합의를 통해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고 IP 보호를 강화하며 중국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을 완화하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 하지만 이런 합의는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데릭 시저스 미국 기업연구소(AEI) 연구원

그는 미·중 무역 갈등의 핵심에 중국 정부의 보조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저스 연구원은 "무역 불균형은 무역 파트너끼리 서로를 속이지 않을 때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문제는 무역 불균형 자체가 아닌 무역 불균형이 생기게 된 원인, 특히 보조금 문제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20일 취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중 무역 정책에 대해서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내 반중 여론의 영향으로 바이든 정부는 2015년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의 (대화와 협력을 추구하던) 정책으로 가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바이든 행정부 내 일부는 오바마 정부 당시의 정책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저스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가 마주한 핵심 질문은 트럼프 정부와 같다. 그냥 중국을 상대로 목소리만 낼 것인지, 아니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값비싼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할 것인지다"고 언급했다. 중국과의 무역 문제를 해결하는 척만 할지, 실제 행동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전반적인 미·중 무역 관계의 양상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상대로 인권과 무역에 대해서는 압력을 가하겠지만, 기후변화 문제 등에서는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시저스 연구원은 미·중 간 패권 경쟁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그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고 있다는 근거가 될 합리적인 척도는 어디에도 없다"면서 "중국은 빠르게 고령화 과정을 거치고 있어 경제적으로 쇠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패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부상이 아니라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를 이끌 의지가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를 이끌 것인지, 아니면 철수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미국이 이끌기를 관둘 경우 동아시아나 세계가 갈등에 빠져들 수 있다"면서 "이 문제는 미 국내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릭 시저스 미국 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데릭 시저스는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으로 중국 관련 전문가로 국내에 알려졌다. 그는 미·중 관계나 중국 경제, 중국 관련 투자 등에 대해 연구를 진행해왔다. AEI 이전에는 런던과 홍콩, 미 국방부에서 일했다.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관련 석사를 취득한 뒤 스탠퍼드대에서 국제정치경제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채드 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 "관계개선 여지 남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에 대해 다른 전략적 접근을 할 수 있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같은 우려를 일부 공유하고 있다. 정책이 단순히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다."

채드 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연구원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신년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 무역 전쟁의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는 "지난 4년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시선이나 정책은 극적으로 변화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관계의) 새로운 균형점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본 연구원은 트럼프의 대중 무역 정책은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으로 되돌아온 일자리는 거의 없으며, 2016년 이래로 무역 관계에 영향을 주는 중국의 문제 정책들 역시 거의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채드 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연구원

본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도 미국의 대중 압박 정책이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를 잘못된 정책 목표에서 찾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정책의 잘못은 대중 무역적자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사이의 문제를 단순히 무역적자 문제로만 환원함으로써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 아래 그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축소에 초점이 맞춰진 ‘1단계 무역 합의’를 끝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본 연구원은 "1단계 무역 합의는 대중 무역적자라는 잘못된 이슈에 초점을 맞추게 해서 전반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동맹국들이 자신들은 중국의 정책이나 행동에 대해 우려하는 데 반해 미국은 대중적자 해소에만 신경 쓴다고 우려하게 한다. 이 때문에 중국 문제와 관련해 동맹국들이 함께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본 연구원은 "중국 경제에 시장 지향성이 결여돼 있다는 시각은 유럽연합(EU)이나 일본, 한국 등도 미국과 공유하고 있는데도 미국이 무역적자 문제에만 집착해 미국 혼자 중국을 상대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는 이 같은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과 상대할 때 미국 혼자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과 함께 상대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다만 미·중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낙관론 역시 펼쳤다. 본 연구원은 "낙관론을 갖고 있다"면서 "정책 담당자와 국민이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채드 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연구원은

채드 본은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원으로 국제통상법과 무역 협상, 무역 분쟁 등을 연구해왔다. 본 연구원은 과거 미국 백악관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와 세계은행에서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위스콘신 매디슨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브랜다이스대 교수와 세계무역기구(WTO) 방문학자로도 활동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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