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클릭] 완벽한 가족..스스로 받아들이는 죽음에 대하여
영화 ‘완벽한 가족’은 존엄사를 둘러싼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노팅 힐’로 익숙한 로저 미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릴리(수잔 서랜든 분)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노인이다. 온몸이 점점 마비돼가는 이 여성은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죽음의 날짜를 정하고 가족을 집으로 초대한다. 의사인 남편과 딸 둘, 사위와 손주, 작은딸의 연인과 오랜 친구 리즈(린제이 던칸 분)까지 모두 모여 행복한 이별을 준비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깊은 슬픔 그리고 폭발할 것 같은 수많은 감정이 숨어 있다. 릴리는 한사코 ‘평소처럼 대하라’고 부탁하지만, 죽음을 연상시키는 사소한 단어만 입 밖에 나오면 다들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가족들은 릴리의 존엄사 선택을 놓고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큰딸 제니퍼(케이트 윈슬렛 분)는 어머니의 선택을 존중하고 존엄사에 찬성하며 릴리에게 큰 의지가 돼주지만 아버지 폴(샘 닐 분)이 어머니 친구 리즈와 내연의 관계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혼란스러운 상태다. 작은딸 안나(미아 와시코브스카 분)는 조울증을 앓고 있으며 얼마 전 자살을 기도해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상태였다. 그에게는 아직 어머니가 필요하다. 릴리가 약을 삼키는 순간 911에 연락해 그녀의 선택을 수포로 돌릴 계획을 지니고 있다.
지뢰밭을 걷는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릴리의 태도는 의연하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드레스를 입고 크리스마스풍으로 꾸민 저녁 시간에 두 딸과 노래를 부르며 마지막 저녁을 보내고 싶어 한다.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려는 수잔 서랜든의 농익은 연기가 감탄을 자아낸다. 릴리의 죽음을 묘사하는 영화의 태도 역시 차분하기만 하다.
조용히 흘러가는 영화지만 그 속에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다. 의학이 선고한 시한부 인생. 안나는 그럼에도 의사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 또 6개월이든 1년이든 더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을 언급한다. 여기에 영화는 계속해서 ‘자살’이라는 단어를 등장시킨다. 존엄사를 치켜세우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묵인된 ‘자살’의 한 형태일 수도 있다는 관점을 놓치지 않는다. 죽음의 시간과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남은 삶에 더 충실할 수 있게 됐다고 고백하는 릴리. 하지만 존엄사를 선택하는 것이 곧 우리가 죽음을 통제하는 것을 의미할까?
약을 먹은 릴리의 마지막 대사는 ‘이제 무서워졌어’다. 그 대사가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참을 귀에서 맴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2호 (2021.01.13~2021.0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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