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 화장실도 안 가는 책 읽기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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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모 기자]
▲ 핫 시팅(Hot Seating) '온 책 읽기' 활동 후, 책 속 등장인물 중 한명이 되어 책 내용, 사건과 관련된 친구들의 질문을 듣고 대답해주기 활동 |
ⓒ 조성모 |
"재밌니?"
"재밌어요."
"그래? 어디 읽고 있어?"
"이 애가 한자를 모르잖아요, 그래서 책 파시는 분한테 돈을 드리고 한자를 알려달라고 하는 부분이요."
"저는 거의 다 읽어가요."
"저는 경천이란 남자를 만난 부분이요, 이 애가 알려주면 안 될 것 같은데."
"선생님, 저는 3분의 1정도요, 그런데 벌써 두 번째란 게 함정."
"큭큭큭."
온 책 읽기중이다. 교과서에는 글의 일부만 실려서 전체 내용을 알 수 없다. 그래서 한 학기 1권, 온전히 다 읽어보는 시간이 교육과정 안에 들어왔다. 물론 예전에도 학교 도서관을 이용해서 책 읽는 시간은 있었다.
전체 학급이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배정되어 정해진 시간에 이용하곤했다. 가끔씩은 순전히 독서시간이라기보다 아이들 과제를 수행하는 자료 검색 시간으로 이용했다. 작년에는 코로나19때문에 학급단위로는 도서관 이용을 못했는데 올해는 어떻게 될까?
작년에는 아이들이 역사를 배우고 있어서 역사 관련 동화로 온 책 읽기를 했다. 비교적 짧은 7차시 정도로 교육 과정에 녹아내서 아이들과 같이 글을 읽었다. 혼자 글 읽는 것이야 속독, 정독, 묵독 등이 있는데 학급에서 같이 글 읽을 때 방법도 있다.
온 책 읽기 하는 방법은 학급마다 조금씩 다르다. 아이 한 명이 한 문장씩 돌아가며 읽기, 같은 방법으로 한 문단씩 읽기, 재미있게 읽는 방법으로는 역시 같은 방법으로 글 중에서 '~다.'까지 읽기가 있다.
한 문장씩 읽게 하면 자기 차례에서 읽어야 하므로 집중을 잘 하는 편이다. 한 번은 내가 이름을 부른 아이가 읽기로 했는데 내가 힘들어서 다음부터는 앉은 순서대로 한다. 다른 방법으로는 여자 다음 남자가 읽는 식으로 왔다리 갔다리 해도 재미있다.
더 극적인 방법은 읽는 아이가 잘 못 읽었을 때 뺏어서 읽기도 있다. 몇 번 해봤는데 글에 몰입하는 것보다 읽는 아이만 쳐다보고 있게 되서 지금은 안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온 책 읽기중 5분만 해 보는 정도로는 할 만하다.
한 문단씩 읽을 때는 호흡이 길어서 좋다. 아이들이 읽으라고 하면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읽고 싶어한다. 한 문단씩 읽으면서, 읽는 아이도 호흡이 안정되고 듣는 우리도 눈으로 부드럽게 따라간다. 또, 한 문장씩 읽는 것보다 시간 절약이 되기도 한다.
'~다.'까지만 읽는 방법도 재미있는데 복불복으로 누구는 짧고 누구는 길게 읽게 마련이다. 그래서 재미있다. 더 읽고 싶은데 한 문장 읽을 때마다 '~다.'가 있어서 온 책 읽기 시간에는 못 내 아쉬워하더니, 쉬는 시간에 책을 가지고 내 앞으로 와서 힘차게 한 문단을 읽는 여자 아이도 있다. 그러고는 자기들끼리 내 옆쪽으로 털썩 앉아 빙 둘러서 온 책 읽기를 한다. 이럴 때는 쉬는 시간에 화장실도 안 간다.
"아까 우리 '~다.'에서 멈췄잖아, 또 뭐로 하면 좋을까?
"가, 나, 다 세개로 해요."
"왕창 가, 나, 다, 라, 마까지 해요."
"우와, 너무 많은데."
"많은게 좋은 거예요."
"그래?"
"그럼 다음에 한 번 그렇게 해보자."
"네~"
온 책 읽기를 하고 난 후 여러가지 활동을 하기도 한다. 독후감 쓰기, 책 등장인물에게 편지쓰기, 등장인물 그리기 또는 만들기, A4 종이로 간단한 책 만들어서 요약하기 등이다.
그 중 내가 많이 하는 것은 '핫 시팅'이다. 이건 따로 준비할 것이 없어서 좋다. 학급에서 한 명이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 아이들의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다. 질문 하나, 대답 하나에 웃음바다가 되기도 한다.
종종 재미로만 하는 질문에 분위기가 엉뚱하게 전개되면 슬쩍 끼어들어서 책 내용과 상관있는 질문으로 물길을 돌려놓는다. 책 내용도 잘 알고 있고 읽을 때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해 본 아이들이 좋은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많이 하는 것은 '연극'이다. 연극을 하려면 먼저 책 내용을 각색해야 한다. 연극의 3요소인 배우, 관객, 대본 그리고 대본의 3요소인 대사, 지문, 해설을 배우고나서 어떻게 각색하면 좋을지 같이 고민해본다.
책 전체 내용을 모둠별로 각 챕터를 나눈다. 자기 모둠이 연극으로 만들 부분을 각색을 하고 여러번 수정과정을 거친다. 완성된 대본으로 연기 연습을 하고 간단한 분장, 의상, 소품을 갖추고 친구들을 관객으로 모시고 배우가 됬다가 관객이 된다.
나는 삼각대 위에 스마트폰을 놓고 찍고 간단한 편집을 거쳐서 학급 시사회를 갖는다.
시사회 전에 아이들은 이미 흥분상태다. 가슴이 두근두근한댄다. 물론 이것저것 챙겨야 하는 선생님은 조금 피곤해진다. 하지만 연극 연습 할 때나 연극하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방울을 보고 있으면 아이들과 무엇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 즐거워서 다음에 더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선생님, 다음에 우리 또 뭐 읽어요?"
"이번에는 옆 반이랑 바꿔서 읽어볼 거야."
"아, 그 책이요? 그 책 벌써 다 봤어요."
"아, 그래? 그럼 이번에는 우리 성모가 책 다 읽고 나면 연극 감독 한 번 해 볼래?"
"제가요?"
"그럼, 할 수 있지."
이미 겨울방학을 만끽하고 있는 학생도 있고, 이번 주 내에 많은 학생들이 겨울방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가족끼리 같은 책을 읽고나서 뜨겁게 '핫 시팅'도 해 보고 간단한 '연극 놀이'도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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