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교회

2021. 1. 14.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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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기대와 설렘의 동의어다.

코로나19 사태로 초토화되다시피 한 한국교회도 2021년엔 뭔가 새롭게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교계 속의 교회가 아니라 세상 속의 교회, 공동체의 건강한 구성원으로서의 교회가 요구된다.

그래야 새해엔 교회도 새 꿈을 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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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종교국장


새해는 기대와 설렘의 동의어다. 새해엔 작년의 씁쓸한 패배를 충일한 희망으로 압도하며 새 마음을 먹는다. 대개 작심삼일의 끝을 알면서도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짜며 다시 시작한다. 새해란 말 그대로 새것을 담고 있기에 지난해와의 단절과 함께 새로움에 대한 옹골찬 각오를 다진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약동(躍動)을 꿈꾼다.

코로나19 사태로 초토화되다시피 한 한국교회도 2021년엔 뭔가 새롭게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팬데믹이 진정돼 예배가 정상화되면서 교회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감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연초부터 전해진 불편한 소식들로 교회는 지금 어수선하고 곤혹스럽다. 새해 비전을 언급할 만큼 심사가 편치 않다. 포스트 코로나를 얘기하기는커녕 맞닥뜨린 사회의 비판에 고개 숙이기 급급하다.

입양아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 배경의 일단이 기독교와 무관치 않다는 사실이 퍼지면서 비난 여론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SBS가 방송할 때만 해도 일반적인 유아 학대 사례로 인식됐으나 양부모의 개인 정보가 노출되면서 교회가 연일 입길에 오르는 형국이다. 특히 양부모의 부친이 모두 목회자인 데다 이 부부가 기독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대학 출신이라는 점, 양부의 직장이 기독교와 관련된 곳이라는 사실이 전파되면서 기독교와 교회는 조롱거리가 됐다. 지난 10일 주일예배에서 유명 목회자들은 설교를 통해 크리스천들의 통회를 역설했으나 비기독교인들의 가슴에 잘 전달됐을지 의문이다. 정인이 사건을 두고 ‘한국 기독교의 민낯’이라고 한 한 목사의 메시지가 와닿는다.

정인이 사건이 회자되는 가운데 경북 상주의 BTJ열방센터가 다시 논란을 촉발했다. 개신교 선교단체 인터콥이 운영하는 이곳에서 비롯된 집단감염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7일부터 12월 27일까지 이곳을 방문한 이들은 3000여명으로 집계됐고, 관련 확진자는 600명을 넘었다. 전체 방문자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 검사조차 받지 않아 확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3일 이 단체와 관련 개인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키로 했고, 경찰은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인물에 대해 지난 1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인터콥은 작년 10월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어기고 행사를 진행,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인터콥의 공격적 선교 방식을 두고 교계 내부에서도 말들이 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주요 교단들은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 정서다. 이들은 인터콥이 어떤 선교관을 갖고 있는지, 신앙적 고백은 무엇인지 관심이 없다. 그냥 ‘또 예수쟁이야’라는 한마디로 한국교회와 기독교를 폄훼하는 것이다. 이슬람권 같은 ‘미전도종족’까지 복음을 전하겠다는 원대한 미션이 선한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웃의 지지와 성원이 우선이다. 인터콥의 선교 자원은 결국 공동체 내부에서 공급된다는 점에서 ‘철저한 방역’이라는 선린 의식의 실천은 당연한 책무다. 목적이 늘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고, 선교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교회는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면 안타까워하며 회개한다. 그러나 세상 욕을 먹는 일은 수시로 터지고 기독교가 궁지에 몰리는 경험이 되풀이되곤 한다. 교회가 언제까지 안타까워만 하고 회개만 되풀이해야 하는지 정말 면구스럽다. 점점 게토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서 벗어나 세상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 교계 속의 교회가 아니라 세상 속의 교회, 공동체의 건강한 구성원으로서의 교회가 요구된다. 그래야 새해엔 교회도 새 꿈을 꿀 수 있다.

정진영 종교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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