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겸손·배려·감사 습관될 때 기독문화 꽃 피운다

2021. 1. 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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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시대 이제는 문화전도다] 창의적 목회 <3>
당진 동일교회 어린이들이 지난달 주일학교 교사가 직접 집을 방문해 전달한 선물을 받고 행복해하고 있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선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추월하고 있다. 문제의 뿌리는 저출산에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교회 내 중고등부가 없는 곳이 48%였다. 중등부와 초등부도 각각 47%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 교단 총회 보고에 따르면 성도 수 100명 이하의 교회가 70%이고 그중 50명 이하의 교회가 70% 정도 된다고 한다. 성도 수 50명 이하의 교회는 주일학교를 운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1996년 당진 동일교회를 개척했을 때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건물도, 공간도, 교사도 없었다. 이렇게 막막한 상황에서 처음 한 일이 돌봄이었다. “시장 가실 때 두 아이 데리고 가는 게 힘드시거든 돌봐드리겠습니다. 시간도 조건도 없이 그냥 아이 봐 드립니다.”

이렇게 아파트마다 쪽지를 붙여 놨다. 며칠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위치를 묻더니 의아해하면서 두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찾아왔다. 겨우 걸음마를 하는 아이였다.

서너 시간 만에 돌아온 엄마는 걱정을 많이 했던 모양이다. 아이가 잘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찌나 고마워하던지 그 얼굴이 지금도 선하다. 돌봐 준 아이들을 종종 만났고 훗날 엄마가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돌봄 서비스가 확장돼 교회 부설 전문 교육기관이 됐다.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을 학교 운동장에서 바로 태우고 교회로 왔다. 놀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신나고 의미 있는 놀이 활동을 했다. 창의력과 협동심을 키울 수 있는 일종의 놀이 수업이었다.

간식과 저녁 식사까지 교회에서 친구들과 함께 해결하고 부모님이 퇴근하는 오후 8시 30분쯤 아이들이 집에 도착할 수 있게 했다.

6년 과정을 마칠 때쯤이면 영어로 생활할 수 있도록 목표를 세웠다. 신앙교육과 예절교육, 친구와 잘 지내는 관계훈련도 했다. 부모님의 마음은 비슷했다. 너무 바빴다. 자녀에게 적절한 돌봄을 해주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컸다. 그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노력했다.

거창한 목적보다 기본이 된 인물로 자라도록 몇 가지 목적을 뒀다. 첫째는 하나님과 관계가 좋은 예배자 기도자 전도자로 살도록 지도했다. 둘째, 사람 관계가 원만한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며 성공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1~6학년이 어울려 약한 동생을 돕고 응원하며 형과 누나를 존중하고 따르도록 훈련했다. 셋째, 자기 자신과 관계를 바르게 하도록 지도했다.

우연처럼 보이지만 이 사역은 다출산 효과로 이어졌다. 성도들은 교회 부설 교육기관을 믿고 보통 3~4명의 자녀를 낳았다. 자연스럽게 주일학교 부흥에 영향을 미쳤고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 교회에 등록하기 시작했다.

그중 특별히 칭찬받는 사역이 있는데 기독인의 기본자세를 바로 세우는 훈련이었다. 내용은 아주 단순했다. 하나님의 사람으로 평생 지켜야 할 기본을 잡아주는 훈련이었다. 정직한 사람, 예절 바른 사람, 배려할 줄 아는 사람, 이웃을 돕는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훈련한 것이다.

교육이라 하지 않고 훈련이라고 했던 이유가 있다. 일반인이 훈련을 통해 전투요원이 되듯 단순·지속·반복 훈련을 해야 체질이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자. 자기를 속이는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바르게 살 수 있겠는가. 이웃과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살자.’ 이렇게 강조했다. 어떤 잘못도 용서했지만, 거짓말을 하면 혹독한 책임과 대가를 치르게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할 수 있고 죄를 범할 수 있다. 그러나 정직하게 고백하고 반성할 때 돌아올 수 있다. 힘들게 벌을 받는 아이를 끌어안고 울기도 많이 했다.

재혼 가정에서 내면이 뒤틀린 아이가 있었다. 학교를 벗어나 선을 넘은 일탈 행동을 했다가 주민 신고로 잘못이 드러났다. 자신이 한 일을 숨기려다 적발됐다. 반성하며 회개의 대가로 운동장에서 풀을 뽑겠다고 했다. 아이는 한 달이 넘도록 매일 3000평이나 되는 넓은 운동장에서 혼자 비지땀을 흘리며 풀을 뽑고 있었다. 하루는 딱해서 그만하자고 말렸더니 이렇게 이야기했다.

“목사님, 제 마음속에 있는 죄를 뽑아내는 생각으로 잡초를 뽑는 것이니 그냥 두세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또 거짓말을 할 것 같아요.” “그래, 알았어” 하고 안아주는데 아이의 바짝 마른 등이 왜 그리 안쓰러웠는지 모른다.

도망치듯 돌아오는데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상하고 슬픈 내면의 상황 가운데서도 하나님 앞에서 살아보려고 하는 그 모습에 가슴이 저렸다.

누구 앞에서든 겸손할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지도했다. 어느 자리에서든 품위와 예절을 지키도록 훈련했다. 식탁 앞에서 감사하고 친구를 배려하고 동생들을 업어주고 돕는 훈련을 하루도 쉬지 않고 시켰다.

다음세대에 이런 예수 정신이 습관이 될 때 기독 문화는 꽃을 피울 것이다. 이 훈련은 부모들이 먼저 기뻐했다. 부모들이 교회를 응원하고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부흥의 기반이 됐다.

이수훈 당진 동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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