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샌더& 보테가 베네타가 사랑한 사진가
사진에 대한 첫 기억 아버지가 젊었을 때 사진에 관심이 많았다. 어린 시절 내게 카메라를 설명해 주셨을 때 예술적인 부분보다 기술적인 측면에 끌렸고, 그 후로 눈으로 포착할 수 없는 순간을 프레임에 기록한다는 것, 시간의 양면성과 모순, 일상을 관찰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다양한 사진 작업 중 ‘패션’을 촬영할 때 임하는 태도 패션을 단순히 ‘미화’하려는 시선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화려한 패션 이미지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기 어렵다. 나만의 시선을 통해 진솔하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패션을 표현하고 싶다.
패션 아이템을 활용한 정물 사진에서 이런 시각이 두드러진다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고 독특한 기운과 생동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내 작업은 초현실주의와 뉴 토포그래픽스(개발로 인해 변해가는 자연을 찍은 풍경 사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주제는 늘 인간이 만든 풍경과 우연 속에 놓인 정물이다. 특히 낡은 물건에서 특별한 감상을 느끼는데, 신선한 눈으로 피사체에 접근하고 싶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독특한 순간이니까.
첫 사진집 〈호텔 머메이드 클럽 Hotel Mermaid Club〉에 대해 얘기해 보자 어시스턴트로 일하던 시절, 광범위하게 여행하면서 본 인물과 거리의 파편처럼 일상적인 장면을 7년간 기록했다. 컴팩트한 35mm 카메라를 사용해 기존에 내가 진지하게 접근했던 풍경 사진과는 다른 다큐멘터리가 담겨 있다.
제목에 담긴 의미도쿄에서 찍은 건물 표지판에서 가져왔다. ‘호텔 머메이드 클럽’이라는 세 단어는 상충되는 터무니없는 조합이지만, 어떤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나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호텔은 여러 도시에서 일하는 내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며 일상처럼 위로를 주다가 어색함을 떨쳐낼 수 없는 곳으로 여러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다.
사진집에 시가 담겨 있다때때로 사진에 대한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페르난도 페소아(Fernando Pessoa)가 쓴 시를 봤을 때 계시를 받는 기분이었다.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묘사한 시가 마음을 움직였다.
질 샌더, 보테가 베네타, 루이 비통, 슈프림까지 다양한 브랜드와 작업했다. 앞으로 함께 일해 보고 싶은 곳은 일본 패션 브랜드 네펜테스(Nepenthes)의 팬으로 그들이 낚시를 응용해 론칭한 사우스2 웨스트8(South2 West8)과 작업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마침 낚시에 관심도 많아졌고.
어떤 사진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세상을 단순하고 정직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를 나만의 느낌으로 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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