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은 싹~ 가슴은 뻥~ 인생샷 '핫플'

남호철 입력 2021. 1. 1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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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관광 도시' 포항 북부 동해
이른 아침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칠포리 곤륜산 정상을 찾은 연인이 다정히 앉아 구룡반도 너머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고 있다. 발 바로 밑에 바다가 있는 듯한 조망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오션 뷰 포토존, 외국 같은 경치, 감성 사진 핫 플레이스, 막 찍어도 인생샷, 안 가면 후회, 한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 곤륜산을 두고 회자하는 말이다. 중국의 곤륜산이 먼저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칠포리에 있는 산이다. 해발 176.9m로 낮은 산이지만 풍경은 높은 산에 절대 뒤지지 않는 ‘풍경 맛집’이다.

곤륜산은 포항시가 2019년 패러글라이딩 월드컵 대회를 개최하며 이름을 알렸다.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정상에 900㎡의 활공장이 조성되고, 입구에서 활공장까지 진입로가 개설됐다. 대회 이후 불법 시설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현재는 폐쇄된 상태로 방치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동호인들이 있고, 포항의 ‘핫플’로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에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장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특히 정상까지 20분이면 올라갈 수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입구에 도착하면 차량 10대가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터가 있다. 활공장으로 향하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있지만 입구에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한 바리케이드와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그 사이로 좁은 통로가 열려 있다.


활공장으로 향하는 길은 1.1㎞. 초반부터 가풀막이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힘들지만 활공장에서 보게 될 풍광을 생각하면 힘이 솟는다. 활공장에 도착하면 동해 쪽으로 조망이 뻥 뚫린다. 탁 트인 바다가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발 바로 밑에 바다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바로 앞에는 칠포해수욕장이 2㎞ 길이의 백사장을 자랑하며 뻗어 있고 그 옆으로 곡강천이 바다와 몸을 섞는다.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아늑하게 자리잡고 칠포항이 아침 햇살에 반짝인다. 그 뒤로 범선 모양의 해오름전망대가 바다를 향하고 있다.

이른 아침에 오르면 장엄한 일출이 벅찬 감동을 안겨 준다. 멀리 영일만 건너 구룡반도 너머로 얼굴을 내미는 해가 바다를 주홍빛으로 물들인다. 연인들은 다정하게 앉아 아침 해를 맞이하고, 젊은이들은 점프샷을 남긴다.

검파형 등 다양한 모양이 새겨진 곤륜산 기슭 암각화.


곤륜산 일대에는 암각화가 산재해 있다. 곤륜산 입구에서 칠포항 방향으로 400m 정도 가면 영일 칠포리 암각화군 안내판이 보인다.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249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는 곳이다. 칠포리 암각화는 규모가 큰 칼의 손잡이 모양(검파형) 암각화에서부터 돌칼모양(석검형) 등 다양한 종류와 크기를 자랑한다. 검파형 암각화는 한반도 남부에서 조사된 유형 중 최대 규모라 한다.

칠포라는 지명에는 몇 가지 유래가 있다. 고종 때인 1870년 수군만호진이 동래로 옮겨갈 때까지 군사 요새였던 곳으로 7개 포대가 있어 칠포성(七砲城)이라 했다는 것과, 절골에 옻나무가 많아 또는 해안의 바위와 바다가 옻칠한 듯 검어 칠포(漆浦)라고 했다는 것이다.

칠포에서 북쪽으로 향하면 오도리다. 오도2리에 사방기념공원이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근대적 사방사업 100주년을 기념해 2007년 문을 열었다. 공원은 사방 관련 자료를 모아놓은 실내 전시실과 실제 시공 현장을 재현한 외부 공원으로 구성돼 있다.

오도리를 지나면 청하면이다. 청진리를 거쳐 이가리로 이어진다. 청진항에 사랑의 연인바위가 눈길을 끈다. 얼굴 형태의 바위가 한 뼘의 틈도 허락하고 싶지 않다는 듯 맞대고 있다. 바위에 전해오는 얘기가 있다. 선사시대 때 이곳은 다른 부족과의 전쟁이 잦았다. 아버지인 부족장이 싸움에 패하자 그의 딸 해수기는 피신을 하게 된다. 하지만 도중에 추격군이 쏜 화살에 맞아 중상을 입는다. 마을 청년 무돌이 해수기를 구한 뒤 100여 일 동안 저항하지만 끝내 죽음을 맞는다.

하얀 포말 위 바다로 뻗어 있는 이가리 닻 전망대.


이가리는 옛날 두 기생이 청진과 백암의 갈림길에 터를 잡고 살았다고도 하고, 도씨와 김씨가 길을 사이에 두고 각각 집성촌을 일구다 하나가 됐다는 마을이다. 이가리에도 포항의 ‘핫플’이 새로 등장했다. 지난해 5월 조성된 ‘이가리 닻 전망대’다. 이가리 간이해수욕장 바로 북쪽에 선박을 정착시키는 ‘닻’을 형상화한 높이 10m, 길이 102m 규모의 스카이워크다. 바다를 향해 불쑥 튀어나간 전망대 위를 걸으면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이다.

전망대 인근 바닷가에 기묘하게 자리잡은 거북바위.


전망대 북쪽 바닷가에 거북바위가 육지를 향하고 있다. 두 개의 바위가 거북의 머리와 몸통을 절묘하게 이루고 있다. 그 뒤로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1676~1759)이 청하현감으로 재직할 당시 빼어난 풍광을 화폭에 옮겨 담았다는 ‘조경대’가 자리한다. 바위도 멋지지만 단단한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의 생명력이 남다르다.

월포해수욕장을 지나면 1000년 전의 대왕 고래뼈가 발굴돼 이름난 방어리다. 이어 조사리. 고려 우왕 때인 1379년 원각 조사가 태어난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원각 조사는 천신에 의해 사람의 아들로 태어난 용왕의 막내였다고 한다. 자식을 찾아 헤매던 용왕 부부는 결국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채 바위가 됐다. 마을 초입에 용암이 서 있다. 길을 내면서 암용 바위는 사라졌고 현재 수용 바위만 남아 있다.

여행메모
영덕IC나 포항IC 이용… 숨은 명소 북천수
겨울철 과메기·자연산 포항물회 ‘별미’

경북 포항의 북부 해안은 남에서 북으로 방향을 잡아도 좋고, 북에서 남으로 진행해도 좋다. 곤륜산을 먼저 간다면 상주영천고속도로를 이용하다 화산분기점에서 대구포항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포항나들목에서 내리면 가깝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해안을 타고 내려간다면 당진영덕고속도로 영덕나들목에서 빠지면 된다. 칠포해수욕장에서 송라면으로 향하는 길은 해변길과 20번 도로를 넘나든다.

포항을 상징하는 겨울철 별미는 과메기다. 11월부터 1월 말이 제철이다. 청어나 꽁치를 손질해 대나무에 걸어 바닷바람에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말린다. 포항은 물회로도 유명하다. 포항물회는 보통 제철 자연산 회와 생수, 밥이 따로 나온다. 지경리, 조사리, 월포 등에 식당이 여럿 있다.

포항에는 흥해읍 북송리에 있는 북천수 등 숨은 힐링 명소도 많다. 북천수는 길이 1.87㎞, 폭 70m 정도의 소나무 숲으로, 2006년 천연기념물 제468호로 지정됐다.

포항=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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