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의 마지막 한마디 "가족이라면 이런 데 살게 하지 않았을 것"
[최정규 기자]
▲ 국회의원 류호정, 농장주와 마주서다. |
ⓒ 최정규 |
캄보디아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 속헹씨가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 숙소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것은 2020년 12월 20일이다. 이후 농장주는 시민단체 활동가들, 언론사 취재진의 숙소 출입에 경찰신고로 대응했다.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은 방 2개, 화장실, 주방으로 구성돼 있었다. 농장주는 동파를 위해 온수를 틀어놓았다고 했는데 천장에도 물방울이 맺혀 있는 등 결로현상이 심했다.
▲ 고 속헹씨 기숙사 부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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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속헹씨 기숙사 화장실(욕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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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속헹씨 기숙사 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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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주는 고 속헹씨의 죽음에 자신도 상처를 많이 받았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가족처럼 해주었다고 했다. 속헹씨가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다른 노동자들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데리고 간 적이 있는데, 속헹씨는 단 한 번도 그런 호소를 한 적이 없었다.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기숙사 내부의 청결 상태에 대한 류 의원의 질문에는, "노동자들이 지저분하게 사용해서 그런 것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고 속헹씨가 사망하기 전날 밤 난방장치가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허위사실이 보도돼 명예가 실추됐다며 취재 온 기자들에게 사실대로 보도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추모를 마친 후 류 의원은 기숙사를 나가기 전 농장주에게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겼다.
"가족이라면 저는 이런 곳에 살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 간담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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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의원의 기숙사 방문 이후 오후 5시부터는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지청장 공석원) 3층에서 관계부처 간담회가 진행됐다.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근로개선지도과, 외국인력팀, 산업재해예방과), 포천경찰서, 경기도 담당자가 참여했다.
▲ 속헹씨 기숙사 전기공급장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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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조사 시 외부와 내부 온도를 측정했는지를 묻는 말에는 "측정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한파가 몰아쳤을 때 난방장치의 과다사용으로 전기공급장치가 일시 오작동 될 우려에 대해서 고용노동부는 아직까지 뚜렷한 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포천경찰서 형사과장은 변사사건과 관련하여 절차대로 진행했고, 농지법 위반 혐의만 조사할 뿐 기숙사 부실 난방은 특사경(특별사법경찰)인 근로감독관이 조사할 영역이라고 답했다.
부실 난방은 사망원인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더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하지 않냐는 질의에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답했다. 하지만 동료노동자 4명 중 2명만 조사한 것이 밝혀졌고, 시민단체가 동료 노동자와 나눈 대화 녹취록을 제출하자 추가 조사하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꿨다.
동료노동자 A씨와의 대화 내용을 공개합니다
이주노동자 기숙사산재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7일부터 언론에 녹취록 중 일부를 공개했다. 속헹씨가 사망하고 이틀 뒤인 2020년 12월 22일 밤 11시경 시민단체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 김이찬과 속헹씨의 동료노동자 A씨가 44분여 동안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나눈 대화 내용이다.
김이찬 : 그럼 토요일 밤(새벽)에도 차단기 스위치가 떨어진 적이 있고, 그 차단기 스위치를 올리러 간 사람이 있어요?
A : 있어요. 떨어지면 올리고 떨어지면 올리기를 계속했어요. 밤새도록. 그들(속헹씨와 다른 노동자 B)은 눕지 않았다고 (B가) 말했어요.
(중략)
김이찬 : 그러니까 차단기의 스위치가 떨어지면 세 방의 바닥 난방장치가 모두 꺼지는 거죠?
A : 네.
김이찬 : 사람이 나가서 차단기 스위치를 올리고 돌아와야 하는 거죠?
A : 네.
김이찬 : 그러니까, 그 밤에 그들은 잠들지 않고 앉아서 계속 스위치를 올렸다는 거죠?
A : 둘이 번갈아서 했어요.
김이찬 : 서로 번갈아서 했어요?
A : 네.
(중략)
김이찬 : 속헹 방이 전기가 없었던 때는 언제예요?
A : 토요일과 일요일.
김이찬 : 그런데 세 사람은 밖에 있었잖아요? (그럼) 알 수 없잖아요. B가 전기가 차단된 것을 확인했어요?
A : 그럼요. 그(B)는 "케잉아(속헹의 애칭) 너무 추워요. 전기가 없어요. 끊어져 버렸어요. 나는 나가요. 난방이 되는 따뜻한 친구 집에 가려고요. 전기가 없으니까 너무 추우니까 있을 수가 없어"라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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