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이만희, 감염병법 위반 '무죄'..앞으로 명단 공개 거부해도 처벌 안받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만희(89)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정부가 방역수칙을 강제할 권한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법조계에선 “당시 정보제공 요청 거부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제는 규정이 신설됐기 때문에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3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이미경)는 이 총회장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횡령 혐의는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앞서 이 총회장은 신천지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지난해 2월 신천지 간부들과 공모해 방역 당국에 신도 명단과 집회 장소를 축소해 보고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감염병예방법에 의한 역학조사는 감염병 환자 발생 규모, 감염원 추적, 이상 반응 원인 규명 등에 대한 활동으로 환자의 인적사항, 발병일과 장소, 감염원인 등과 관련된 사항”이라며 “방역 당국이 신천지 측에 제출을 요구한 모든 시설과 명단은 법이 정한 역학조사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방역 당국의 요청 자체가 역학조사 내용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판결에 일각에선 제2의 신천지 사태가 터졌을 때 명단 제출을 거부해도 처벌받지 않는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수원지법 관계자는 “교인 명단과 시설현황 같은 정보제공 요청은 ‘역학조사’가 아닌 ‘역학조사 준비단계’에 해당하는데 이를 따르지 않았을 때의 처벌규정이 지난해 9월에서야 신설됐다”며 “소급적용이 어려워 검찰이 역학조사 방해 혐의로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검찰이 신설된 규정을 적용해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감염병예방법 제76조 2에 따르면 역학조사 준비단계에서 감염병 환자나 감염병 의심자에 관한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정보제공 요청 거부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인 감염병법 제79조2 제3호는 지난해 9월 29일 자로 신설됐다.
전문의 출신인 박성민 변호사(법무법인 LF)는 “형사처벌은 행위가 발생했을 당시 처벌규정이 있어야 하므로 무죄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정보 제공 요청 거부를 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방역 수칙을 강제할 권한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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