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봐도 안 살 사람"이라 생각했던 손님, 깜짝 놀란 까닭
[한가람 기자]
▲ Netflix 드라마 <겨우, 서른> |
ⓒ Netflix |
나에게 상해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처음 상해에 방문한 건 2014년 초, 봉사활동을 갔을 때였다. 상해 푸동 공항으로 입국 해 상해에서 약 5시간 거리의 염성이라는 도시에서 2주간 봉사활동을 했었다. 출국 전 마지막 이틀이 상해 관광의 전부였는데, 너무 짧은 여행이 아쉬워 다음에 꼭 다시 오리라 다짐했던 곳이었다.
그 꿈은 3년 뒤 이루어졌다. 2017년 직장인이 되어 휴가 차 온 상해는 아름다웠다. 홀로 상해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졌고,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이 시기에 돌아가서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 Netflix 드라마 <겨우, 서른> |
ⓒ Netflix |
만니는 세 명 중 유일한 미혼의 여성이다. 시골 출신의 그녀는 8년 전 상해로 상경해 미실이라는 명품 매장에서 일하며 하루하루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지만, 고향에 계신 부모님은 '남들과 평범하게 빨리 결혼해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그런 부모님에게 만니는 당당히 말한다.
"나는 결혼을 대충 하고 싶지 않아요. 신중한 것 뿐이에요!"
사실 한국에서 서른의 여자는 이제 더는 결혼도 일도 늦은 나이가 아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서른 되기 전에 시집 가야지"라는 말이 당연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서른은 본인의 인생을 즐기기 시작하는 나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명품 매장에서 일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만니. 어느 날 후줄근한 옷차림의 중년 여성이 매장을 방문한다. 여성은 매장 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구경하지만, 그녀의 옆에 가 제품을 친절히 설명해주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다. 만니가 그녀에게 가 도움을 주려 하자 옆에 있던 직원이 말한다.
"딱 봐도 안 살 손님이잖아."
동료의 회의적인 한 마디에도 만니는 여성에게 친절히 설명을 이어간다. 팜플렛도 보여주고, 가격대도 하나하나 알려준다. 찬찬히 살펴보던 여성이 이 매장에서 가장 비싼 보석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최상급 맞춤 제작 상품들이며 100만 위안이 넘는 가격이라고 설명하자 그녀가 던진 한 마디.
"사고 싶어요."
▲ Netflix 드라마 <겨우, 서른> |
ⓒ Netflix |
"이 돈은 전남편이 내게 준 위자료에요. 전남편과 나는 젊은 시절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우리는 열심히 일한 대가로 가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바깥에서 만나던 여자를 데리고 왔어요. 이혼을 요구하면서요. 그 여자가 온몸에 명품으로 치장을 하고 잘 꾸민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는데 내 모습을 보니 나는 가지고 있던 가방 마저도 남편이 생일 때 선물해준 거더라구요."
지난 날들에 대한 회환 등 여러 감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그녀. 만니는 가만히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런데 그 많은 매장을 둘러봐도 아까시 말고는 아무도 나한테 그렇게 친절하고 인내심 있게 대해주지 않았어요."
우리는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속담을 어릴 적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그럼에도 실생활에서 그 말을 지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타인의 겉모습만 보고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일거야.' 판단해버리는 현대 사회에서 누군가는 그 편견을 깨버리고 상대를 진심으로 대했다. 그리고 그 진심이 상대에게 따뜻한 위로로 다가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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