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 쏟아붓고도 22만명 일자리 사라졌다..코로나發 고용재난

조현숙 입력 2021. 1. 13. 17:12 수정 2021. 1. 1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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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가 22년 만에 최악의 고용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실업자 수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일시 휴직자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드러난 일자리 참사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2690만4000명으로 1년 사이 21만8000명 줄었다. 98년(-127만6000명)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취업자·실업자 증감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통계 작성을 시작한 63년 이후 연간으로 취업자 수가 줄어든 건 이전까지 단 네 차례에 불과했다. 84년 석유파동(-7만6000명), 98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 사태(-1만 명),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8만7000명)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새 기록이 추가됐다.

지난해 업종별로는 도ㆍ소매업(-16만명), 숙박ㆍ음식점업(-15만9000명), 교육서비스업(-8만6000명) 취업자가 많이 줄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대면 서비스 일자리가 몰려있는 직종이다. 지위별로는 임시직(-31만3000명), 일용직(-10만1000명)의 피해가 컸다.


실업자 수 역대 최대, 실업률·고용률도 최악
실업률과 고용률, 비경제활동인구 등 다른 고용 관련 지표도 불명예스러운 기록 경신 행진을 했다.

지난해 실업률은 4.0%로 2001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 4%대로 올라섰다. 실업자 수는 110만8000명으로 2000년 통계 기준 변경 이후 가장 많았다. 고용률은 1년 사이 0.8%포인트 하락하며 60.1%로 추락했다. 2013년(59.8%)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충격으로 고용시장의 체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황”이라며 “향후 1~2월까지 지표적으로 힘든 고용 상황 지속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발(發) 고용 충격은 1ㆍ2차보다 3차 확산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1년 전과 비교해 62만8000명 줄었다. 1ㆍ2차 확산으로 인한 실업난이 최고조였던 4월(-47만6000명), 10월(-42만1000명)을 뛰어넘었다. 외환위기 때 기록한 역대 최악 수치(99년 2월 -65만8000명)에 다가섰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전년 대비 취업자 감소가 10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정으로 인해 대면 서비스업종 중심으로 상당히 많이 (취업자 수) 감소 폭이 확대됐으며 공공행정이나 보건ㆍ복지 쪽이 증가세가 둔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 국장은 “2019년 12월 (고용) 상황이 좋았던 기저효과도 섞여 있다”고도 했다.


노인·보건복지·나홀로 사장만 일자리 ↑
합쳐 300만 개가 넘는 공공행정ㆍ사회보장, 보건ㆍ복지 일자리는 코로나19발 고용 충격을 일부 완화하는 ‘완충재’ 역할을 했다. 지난해 전체로는 각각 3만6000명, 13만명 늘었다. 하지만 연말, 겨울철을 맞아 공공근로 사업이 잇따라 종료되며 이들 업종 일자리는 지난해 11월 367만4000개에서 12월 341만5000개으로 한 달 사이 25만9000개 줄었다. 지난달 취업자 수 감소 폭이 11월(-27만3000명)의 두 배를 넘게 된 원인이다. 나랏돈을 쏟아부어 만든 임시직 위주 정부 일자리 대책의 한계다.

코로나19에도 꺾이지 않은 60대 이상 일자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연령별로 따져봤을 때 유일하게 증가한 노인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5~29세 18만3000명, 30대 16만5000명, 40대 15만8000명, 50대 8만8000명 쪼그라들었다. 60대 이상만 37만5000명 늘었다. 6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 취업자가 감소한 건 1998년 이후 처음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등 끄기, 담배꽁초 줍기, 등하교 도우미같이 나랏돈을 들여 만든 노인 일자리 효과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다시 말해 ‘나 홀로 사장’이 지난해 9만명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그런데 월급을 줘야 하는 직원을 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전년 대비 16만5000명 감소했다. 직원을 내보내고 사장 혼자 장사하거나 문을 닫는 경우가 늘어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줄고 1인 자영업자가 느는 건 불황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시행 등으로 어려운 여건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림자 실업' 감안하면 고용한파 더 심각
문제는 더 있다. 공식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그림자 실업’이다. 지난해 일시 휴직자는 83만7000명으로 1년 사이 43만명 급증했다. 전체 규모에서도, 증가 폭에서도 8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다. 일시 휴직자는 일을 하지 않는데도 취업자로 분류된다. 휴직 후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면 바로 실업자로 미끄러질 수 있는 위험군이다.

지난해 ‘그냥 쉬었다’는 사람도 237만4000명에 달한다. 1년 사이 28만2000명 늘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가사, 육아, 취업 준비, 구직 단념 등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도 증가했다. 모두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공식 실업ㆍ취업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2020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 예산은 전년보다 21.3% 늘어난 25조8000억원이다. 일자리 예산이 25조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지난해 네 차례 예산를 추가로 편성(추가경정예산)하며 돈을 더 쏟아부었지만 소용없었다. 코로나19가 할퀸 고용 악화로 결국 ‘밑 빠진 독’에 세금만 퍼부은 셈이 됐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며 고용 악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며 “민간 부분에서 손실이 계속 축적되고 고용 부담이 커지면서 추가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정보기술(IT) 등 일부 업종의 경기지표가 나아지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탓에 이들 업종에서 바로 고용을 늘리진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올해 공공 일자리를 늘린다곤 하지만 역시 단기 근로 중심일 수밖에 없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세종=조현숙ㆍ김기환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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