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모, 간접증거로 살인죄 입증될까..변호사들도 갈렸다

여성국 2021. 1. 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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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6개월 된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로 기소된 양모 장모(35)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정인양을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가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을 마치고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1.1.13 김성룡 기자

검찰은 주위적 공소사실(공소장에 적는 주된 공소사실)을 살인 혐의로 바꾸고 기존에 적용했던 아동학대치사 혐의는 예비적 공소사실(주위적 공소사실이 인정되지 않을 때 적용)로 변경했다. 지난달 8일 정인이 양부모를 기소한 뒤 법의학자 등 전문가들에게 사인 재감정을 의뢰해 결과를 받아본 뒤 판단을 바꾼 것이다. 불구속 기소된 양부 안모(37)씨에겐 기존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 방임,아동학대) 혐의를 그대로 적용했다.


검찰 "살인 고의 있었다"
검찰은 정인양의 사망 원인을 '발로 밟는 등의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으로 인해 췌장 파열 등 복부 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로 판단했다. 살인의 고의 여부에 대해선 "사망에 이른 외력의 형태와 정도만이 아니라 피고인의 통합 심리 분석 결과, 학대의 전체적인 경위,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등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정인양이 사망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인식과 이를 용인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범죄 결과(살인)가 발생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하는 심리 상태를 말하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6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를 추모하며 시민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뉴스1]

처음부터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구속 기간에 장씨를 상대로 프로파일링 수사를 했는데 남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결과 수령을 하지 못한 채 장씨를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사정들이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해는 인정, 목숨 잃게 하려던 건 아냐"
장씨의 변호인(정희원·금교륜 변호사)은 정인이의 골절 상해 등 일부 혐의는 인정했다. "평소보다 좀 더 세게 누워있는 아이의 등과 배 부위를 손으로 밀듯 때린 사실이 있고 쇠약해진 아이에 대한 감정이 복받쳐 양팔을 잡고 흔들다 가슴 수술 후 통증으로 떨어뜨린 사실이 있다"면서다.

하지만, "췌장이 끊어질 정도의 강한 둔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고 떨어뜨린 후 정인이를 안아 올렸고 괜찮은 것으로 보여 잠깐 자리를 비웠지만, 정인이 상태가 안 좋아 병원으로 이동했으나 사망에 이르렀다"면서 "장씨 행동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는 있을 수 있지만, 둔력을 행사해 고의로 사망에 이르게 한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16개월 정인양을 지속적으로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종료된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시민들이 양모 장모씨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호소 차량이 나오자 차량을 두들기고 눈을 던지며 분노하고 있다.2021.1.13 김성룡 기자



간접증거로 살인죄 입증될까
향후 재판에서는 정인이가 목숨을 잃게 된 상황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살인 혐의 입증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이 오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직접적인 행위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없어 살인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주위적, 예비적으로 나눈 것 자체가 살인죄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법조계에서도 양부모의 행동을 살인 행위 자체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검찰의 입증 노력, 재판부의 고민과 판단에 주목하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인 도진기 변호사(법무법인 서울센트럴)는 "고의성 이전에 행위 자체에 대한 입증이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 "부검의 소견 등을 바탕으로 불상의 방법이 일상적인 구타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 인정된다면 최소한 아동학대 치사는 유죄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른 살인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목격자, CCTV 등 직접 증거가 없어도 부검의 감정, 상황 등 간접증거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국·이가람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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