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보다 춥다는 한파에 건조기가 얼었습니다

임세규 2021. 1. 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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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 얼었을 때 해동시키는 방법.. 핵심은 언 내부를 녹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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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규 기자]

요즘 같은 겨울철엔 빨래 널기가 참 어렵다. 한낮의 기온이 두 자릿수 영하를 유지하니 베란다에 널 수도 없다. 그렇다고 거실에서 말리면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더군다나 빨래의 세제 성분이 실내 공기에 섞여서 그걸 마시게 되면 건강에도 좋지 않다. 하지만 어찌하랴. 실내에서 말리는 수밖에.

요 며칠 아내가 TV 홈쇼핑을 보다가 솔깃솔깃 하고는 중대 발표를 했다.

"아자~ 아~ 까짓거 빨래 건조기 하나 들여놓읍시다."
"집도 좁은데 굳이 그걸 살 필요가 있을까? 놓을 데나 있어?"

이미 뒷 베란다에는 세탁기와 김치 냉장고가 자리 잡고 있었다. 거실에 놓을 수도 없고. 딸아이 방을 하나 희생할 수도 없고. 좋은 방법이 없을까? 27평 아파트가 얼마나 여유가 있겠는가. 결국 앞 베란다로 위치를 정했다.

토요일 오전, 드디어 건조기가 도착했다. 아내는 열렬히 환영했다. 빨래를 넣고 표준 건조에 맞췄다. 우~웅 돌아가는 소리가 힘차게 들렸다. 3시간 후. '짜잔' 건조기에서 한아름 꺼낸 빨래는 포근함이 느껴졌다.

네 식구가 둘러앉아서 빨래를 개다가 ' 이야~ 우와~'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 그렇구나.  뽀송뽀송 하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수건이 정말 부드러웠다. 건조기의 물통을 꺼내자 가득 물이 차 있었다. 빨래에서 저렇게 많은 양의 물이 나오다니. 먼지 필터를 열었다. 세상에나. 먼지가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니까 잘 마르지 않았던 거구나. 그래서 빨래가 푸석푸석했구나. 빠른 건조도 만족했지만 건조대에 너는 과정을 생략하니 편했다. 몇 시간 전에 빨아서 바로 입을 수 있으니 신기했다.

"돈이 좋긴 좋네.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했을까?"

주위에서 써본 사람들이 너무 좋다고 하는 걸 직접 겪어보니 정말 그랬다. 그러나 일주일 동안의 행복이 근심으로 바뀌는 상황이 발생했다. 연일 계속된 모스크바보다 춥다는 영하의 날씨가 빨래 건조기를 얼려 버렸다.

빨래 건조기가 얼었다
 
 빨래 건조기가 얼었다면.... 방법이 있다.
ⓒ Pixabay
 
베란다에 있는 건조기에 자꾸 오류가 났다. 물 비움 메시지가 떠서 물통을 비웠는데도 조금 돌아가다가 멈추고 계속 물을 비우라고 나왔다.

'배수 확인. 물통 혹은 배수 호스를 확인하세요.'

'누수 상태를 확인 후 2~3분 후에 동작 버튼을 눌러 재동작 하세요.'

이게 무슨 날 벼락이란 말인가. 아니 구입한 지 얼마나 됐다고 '배수를 확인하고 누수인지를 살펴보라니' 상상조차 하지 않은 일이었다. 

"여보~ 사용 설명서 어디에 뒀지?"

읽어봤지만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5도 이하의 환경에서는 건조기 내부의 잔여 물이 얼수도 있다며 해결 가이드를 카톡으로 보내준다고 했다. 결빙은 제품 하자가 아니기 때문에 A/S기사님 방문 시 비용을 지불해야 된다고도 했다.

스스로 해결. 자가진단. 원인. 해결 방법을 순서대로 읽어 내려갔다. 

'음. 그렇군. 이건 이해가 안 가네.'

읽어 봐도 모르겠다. 어쩌지. 네이버에 폭풍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나와 똑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어느 블로그에서 해결 방법을 찾았다. 알기 쉽게 설명이 있었다. 

건조기의 배수는 두 가지 방법이다. 첫째는 세탁기와 똑같이 호스를 사용하기. 둘째는 물통으로 물이 빠지는 것. 호스를 사용하는 경우, 호스에 남은 물이 있나 확인한 후 분리해서 따뜻한 물에 녹여준다. 물통을 사용하는 경우, 물통을 빼낸 후 그 공간에 뜨거운 물을 400ml 정도 부어준 후 1시간 정도 기다린다. 

나는 두 번째 방법으로 했다. 알고 보니 간단했다. 건조기 내부를 해동시켜주면 되는 거였다. 배수되지 않은 잔여 물이 얼어서 펌프가 작동을 하지 않았다. 동작 버튼을 누르고 조금 있자  '따다닥'  얼음 깨지는 소리가 났다. 잠시 후 물통으로 물이 고이는 소리가 들렸다. 

'휴우~ 이제 됐구나.'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잘 돌아갑니다. 미션 해결됐습니다.'

만일 물통으로 배수하는 빨래 건조기가 얼었다면 내가 했던 방법으로 해보시길 바란다. 

"날씨가 추우면 또 얼 텐데 어떻게 할까? "
"모시고 살아아죠. "
"방이나 거실로 데려올까? "

우리는 그분께 다시는 추위에 떨지 마시고 얼지 말아 달라며 두툼하고 푹신푹신한 이불을 덮어 줬다. 결혼할 때 장모님이 사주신 이불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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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동시 송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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